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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향한 거친 파울에 '분노' 차두리, 상대 선수와 격렬한 몸싸움

[최용재기자]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한국 축구대표팀의 베네수엘라와 친선경기. 차두리(34, FC서울)는 언제나 봐왔듯이 '로봇' 그 자체였다.

폭발적인 스피드, 압도적인 몸싸움, 로봇이 아니면 하지 못하는 일을 차두리는 그라운드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오버래핑과 패스, 거기에 몸을 날려 상대 슈팅을 막고 실점 위기에서 구해내는 멋진 모습까지, 차두리는 완벽한 로봇의 모습을 보이며 축구팬들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왜 차두리인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로봇 차두리의 새로운 기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웬만하면 볼 수 없는 희귀한 장면이었다. 바로 로봇 차두리의 '화남 기능'이었다.

일반적으로 그라운드에서 로봇 차두리의 표정은 두 개다. 환하게 웃거나 아니면 펑펑 울거나. 대부분 웃고 있다. 해맑은 차두리의 표정과 미소로 인해 긍정 바이러스가 퍼지곤 한다. 그런데 색다른 표정이 등장했다. 차두리가 화를 낸 것이다. 차두리도 화를 낼 줄 알았다.

그 장면은 후반 44분 등장했다.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페도르가 한국 골키퍼 김진현에게 고의적으로 거친 파울을 했다. 그 때 차두리가 폭발했다. 차두리는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베네수엘라 선수들에게 달려들었고, 김진현을 가격한 페도르에게 다가가 화난 표정으로 윽박질렀다. 차두리가 화낼 정도면 페도르가 정말 잘못한 것이다.

페도르 역시 차두리의 거친 행동에 대항하려 했다. 다행히 양 팀 선수들의 만류로 험악한 분위기는 거기서 끝났다. 차두리의 경고로 마무리됐다. 다행이었다. 그대로 놔뒀다면 페도르가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는 차두리가 로봇인지 몰랐을 가능성이 컸다. 차두리를 화나게 하면 큰일 난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평소에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한 번 화를 내면 더욱 무섭다더니, 차두리를 보니까 그 말이 딱 맞았다. 차두리가 화내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그토록 해맑고 순한 그가 그렇게 변할 수 있다니, 이 역시 매력적이었다.

물론 차두리의 행동은 의도한 분노였을 것이다. '베테랑' 차두리는 쉽게 흥분하지 않는다. 감정 기복 없이 침착하기로 유명한 선수다. 그런데 이런 액션이 필요할 때가 있다. 선배로서 후배들과 함께 싸워줘야 했다. 후배의 안전을 위해서 화를 내야 했고, 후배를 지켜줘야만 했다. 동료애, 유대감, 그리고 팀의 사기를 높여야 했다.

그래서 차두리는 거의 선보이지 않던 '화남 기능'을 작동시킨 것이다. 이런 모습은 선배에 대한 믿음과 존경을 만든다. 이렇게 든든한 선배도 없다. 무모하지 않은 거침은 팀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발휘한다. 차두리가 영리하게 화낸 것이다.

그 장면이 끝난 후 차두리는 여지없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경기가 3-1 한국의 승리로 끝나자 마음고생이 심했던 김진현을 가장 먼저 챙겼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임채민도 다독여줬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해맑게 웃었다. 볼수록 참 매력적인 로봇이 아닐 수 없다.

조이뉴스24 부천=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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