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LG전자의 휴대폰은 이름조차 달콤한 애장품이었다. 또 한 때, LG전자의 휴대폰은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명품폰이었다.
아직 이 회사는 휴대폰 시장 전세계 톱3를 유지하고는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에서 그들의 점유율은 한참 밖으로 물러나 있다.
위기를 인지했을 때는 이미 늦었었다. 작년 2분기, 5년여만에 적자를 기록하면서 어닝쇼크를 일으키더니 3분기, 4분기까지 안좋은 흐름은 이어졌다.
이유가 무엇일까. 어떻게 이렇게까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일까.
"병명을 알고 증상을 알아야 진단을 내리고 고칠 방법도 찾을 것 아닙니까. 깊이, 더 깊이 조직에 대해 성찰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박종석 부사장은 취임 4개월을 훌쩍 넘긴 1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1 행사장에서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듀얼코어와 듀얼채널 등을 갖춘 최고사양급 스마트폰 옵티머스3D와 8.9인치 크기의 태블릿PC 옵티머스패드 등 신제품을 안고 나온 그는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간의 고민에 대해 털어놨다.
"몰입이라고 하죠. 저와 직원들은 그룹별로 3개월간 우리의 문제점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되묻는 과정을 거치면서 몰입을 했습니다. 왜?라는 질문을 세번, 다섯번씩 해 가며 스스로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을 내리고자 했습니다. 수백가지 의견이 도출됐는데, 압축해 보니 '기본'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그와 LG전자 직원들이 스스로 내린 진단은 다름아닌 '기본기'였다. 스마트폰 사업은, 아니 모든 비즈니스는 결국 혁신과 스피드라는 두가지 전제를 안고 있다.
혁신하고 이를 시의적절하게 빨리 제품화 할 수 있는 스피드가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 이중 한 가지라도 삐끗하면 시장에서 도태된다.
LG전자는 하필 가장 격변했던 시기에 혁신과 스피드에서 엇박자를 냈었다고 박 부사장과 직원들은 결론을 내렸다.
"문제의 원인을 알아낸 순간 문제 해결을 위한 몰입도 역시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MRI를 찍듯 샅샅히 뒤져 병명을 알았으니 이를 도려내고 치료하기만 하면 되는 셈입니다."
혁신은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이다. 스피드는 남보다 빨리 하는 것이다.
이 날 LG전자가 선보인 옵티머스3D와 옵티머스패드는 남이 하지 않는 것을 남보다 빨리 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몰입한 결과 탄생한 제품이라는 게 박 부사장의 설명이다.
혁신은 본질적으로 품질보장을 하기 어렵다.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품질은 기본이다. 거기에 기존 것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변화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모순된 상황이지만 LG전자는 이를 뛰어넘기로 했다.
적자만 내고 있는 현 상황은 좋은 제품을 많이 팔아서 흑자로 돌리면 된다. 단순하지만 어렵고, 피하고 싶지만 진리다.
박 부사장은 실적 턴어라운드(흑자전환)를 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본질적 역량을 개선하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참고 더 투자하는 것은 '좋은' 코스트 절감이고 미래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을 포기하면서 현재의 비용 절감에 급급하는 것은 '나쁜' 코스트 절감이라는 게 그의 설명.
따라서 LG전자는 좋은 코스트 절감을 위해 R&D 비용을 늘리고 연구개발 인력도 15% 늘렸다.
이를 통해 탄생한 것이 옵티머스3D와 옵티머스패드다. 앞으로 LG전자에서 나올 제품들도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된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회복하고 시장 점유율보다 고객들의 마음속 점유율을 회복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이 점유율이 회복됐을 때 비로소 'LG가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대로만 된다면 실적 호전은 그렇게 중요한게 아니다. 실적은 결과에 따른 산물일 뿐, 다시 사랑받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돌아가는 것이 LG전자의 사명이라고 박 부사장은 강조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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