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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의 아이씨테크] ② 5G 표준 경합…韓 예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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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가짜 5G 논란] 2017년 3GPP 5G 1차 표준 완성…5G 평창동계올림픽 쾌거

5G 진위 논란이 뜨겁다. 여기저기 ‘진짜 5G’가 쏟아진다. 하지만 진짜 가짜는 논하기 전에 이를 판단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들이 명확치가 않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달성하기는 했으나 최고 5G에 이르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간의 노력이 가짜는 아니다. 왜 이런 5G 진위 논란이 발생하게 됐는지, 지난 4G 상황과 다른지, 향후 5G 진화 발전방향을 시작점부터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5G 표준 개발을 위한 시작은 ITU-R이 지난 2012년 7월 개최된 회의에서 2020년 또는 그 이후의 미래 IMT 기술 동향 보고서와 미래 IMT 비전 권고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다.

당시 5G 상용화 시점을 2020년으로 잠정 설정했기에 무려 8년전부터 5G 표준 연구를 시작한 셈이다. ITU가 내년부터 6G 표준 연구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으로 상용화 시기를 2028년으로 잠정 설정한 기간보다 5G는 신속하게 준비한 셈이다.

이후 ITU는 2015년 6월 ITU-R WP5D 회의에서 5G에 대한 새로운 명칭과 핵심성능 요구사항에 대한 청사진을 담은 비전 초안과 2020년까지 이를 구현하기 위한 5G 이동통신 표준을 완료하는 일정에 합의했다. 또한 2017년부터 정식 5G 후보 기술을 접수하는 표준화 일정을 진행키로 했다.

3GPP 기술총회 현장 [사진=TTA]
3GPP 기술총회 현장 [사진=TTA]

◆ ‘따로 또 같이’ 표준 경쟁 격화

후보 기술 접수는 곧 표준 경쟁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신이 제안한 표준이 ITU에서 승인된다면 기술 선점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전파할 수 있는 기회를 독식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국적 기업 Q사가 신규 자동차 제조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최고속도 20Km/h를 달성하는 자동차를 만드는 과제다. 이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다양한 기업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가솔린이나 경유, 전기, 수소 등 다양한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제작했다. 이 중 가솔린을 활용한 A 자동차가 목표 속도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A는 가솔린 자동차의 설계도면을 Q에게 제출하고 심사 끝에 최종 승인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A가 설계한 자동차는 세계 곳곳을 누비게 되고, A는 돈방석에 앉는다. 또한 가솔린을 제공하는 정유사나 A가 활용하는 부품, 그간 파트너십을 맺었던 관계사들까지도 매출 상승의 기쁨을 누렸다.

물론, 현실은 이렇게 쉽게 일이 풀리지는 않는다. 전기를 연료로 하는 자동차를 개발하던 B는 20km/h 달성을 위해서 시작부터 C, D와 협업을 전개했다. 수많은 배터리 기업들이 B, C, D의 협업개발에 힘을 주기 위해 설계도 작성에 참가했다. 전반적인 부품업계도 친환경적인 전기차 개발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에 따라 B, C, D는 ‘BCD협력체’를 만들어 더 많은 참가자들을 모집했다. 결국 전기로 20Km/h를 달리는 자동차를 만드는데 성공하고 설계도를 Q에 제출해 최종 승인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대세는 가솔린 자동차에서 전기 자동차로 기울게 된다. 전기 자동차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가솔린 진영은 A를 뒤로 하고 속속 BCD협력체에 가담한다. 정유업계도 어려움에 빠지자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제안하기도 한다. 결국 A의 설계도면이 앞서 채택되기는 했으나 BCD의 설계도가 세상의 중심이 된 셈이다.

실제 현실과는 다른 가상 시나리오이기는 하나 이같은 절차가 표준이 제정되고 전세계에 적용되는 하나의 사례를 보여준 셈이다. A가 최종승인을 받기 전에 BCD가 먼저 선점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또는 BCD에 대항하기 위해 A가 규합한 ‘AEF연합체’가 꾸려질 수도 있고, 또 다른 G가 등장할 수도 있다.

이렇듯 표준은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 5G NSA 표준 규격 발표…1년 앞당긴 5G 상용화 계획

5G 표준 역시도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진행됐다.

앞서 사례에서 A와 같이 ITU에 직접 표준을 제안할 수도 있겠으나 BCD협의체와 같이 업계 모두가 약속한 내용을 표준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5G 역시도 마찬가지였으나 그간의 표준 경쟁에서 살아남은 3GPP가 사실상의 표준을 개발하는 상황이어서 대부분은 이를 통해 ITU에 제안되는 경우가 다수다.

아울러, ITU의 발표 전에도 글로벌 유관기업들은 이미 5G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였다. 3GPP 역시 ‘릴리즈15’를 통해 ‘5G NR(New Radio)’ 표준 정립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당시 5G의 핵심은 이동통신이 보급된 저주파 대역을 넘어 6GHz 이하 대역(Sub-6)을 통칭하는 중대역과 초고주파 대역(mmWave)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데 있었다. 다만, 5G NR 인프라와 장치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배포는 2020년까지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관련 기지국 장비 및 단말 상용화 시점도 그에 맞춰 2020년으로 설정됐다.

하지만 시장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4차산업혁명을 앞두고 차세대 먹거리를 갈망했던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업체와 이동통신업체, 단말 및 부품 업체 등은 보다 빠른 5G 도입을 통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요구사항이 컸다.

이에 따라 2017년 초 미국 AT&T와 일본 NTT 도코모뿐만 아니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업자와 에릭슨, 노키아 등 네트워크 장비업체, 퀄컴과 인텔, 미디어텍 등 반도체 기업 등이 모여 표준화 일정 가속화에 대한 공동 지원을 발표했다.

이들의 제안은 5G NR 가속화를 위한 절차로 무선에서의 5G와, 코어장비에 이르는 유선 LTE를 활용한 비독립모드(NSA)를 통해 망구성과 관련된 기술 사양을 조기에 완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5G 비독립모드(NSA)와 독립모드(5G) 네트워크 운영 소개 [사진=TTA]
5G 비독립모드(NSA)와 독립모드(5G) 네트워크 운영 소개 [사진=TTA]

결론적으로 3GPP는 2017년 3월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RAN 총회에서 글로벌 5G 표준이 포함된 릴리즈15의 일부인 5G NR 규격 개발 계획안을 승인했다. 5G 조기 도입을 통해 당초 계획했던 2020년 상용화 시점을 1년 앞당긴 2019년 가능하도록 조정하기로 했다.

이후 같은해 12월 18일 3GPP는 포르투칼 리스본에서 열린 기술총회를 통해 5G 기술 및 주파수 1파 표준이 승인됐음을 선언했다. 5G NSA 표준 규격(얼리드롭)이 이 때 발표됐다.

한국도 이같은 표준 설계에 많은 성과를 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부터 국내 연구기관, 이통사, 제조사들이 다양한 기술을 제안해 표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초고주파 대역인 28GHz 주파수 정의 및 무선성능(RF) 요구사항, 다중프레임 구조, 빔포밍, LDPC 채널코딩 등 5G 상용화를 위한 핵심 요소에 대해 국내 산학연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진행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봅슬레이 2인승 6 주행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봅슬레이 역시 5G 기술이 적용된 바 있다.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진행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봅슬레이 2인승 6 주행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봅슬레이 역시 5G 기술이 적용된 바 있다.

◆ 한국 표준 경쟁 역량 강화…5G 평창올림픽 쾌거

3GPP의 5G 1차 표준 승인에 따라 국내 이통3사는 5G 상용화를 목표로 ‘5G 전담반’을 신설했다.

각 전담반은 각사 CEO의 의지가 십분 반영됐다. 1위를 수성하고자 하는 SK텔레콤,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5G 역전에 나선 KT, 만년 3위를 벗어나고자 하는 LG유플러스 등이 세계 최초 타이틀 경쟁에 불을 지폈다.

사실 이통3사는 일찌감치 5G 표준에 부합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 같은 노력이 가시화된 빅이벤트가 2018년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이다. 우리나라는 평창동계올림픽을 5G 올림픽으로 치루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황창규 전 KT 회장이 MWC 2015에서 평창올림픽을 5G 올림픽으로 치루겠다고 첫 공언했다. [사진=KT]
황창규 전 KT 회장이 MWC 2015에서 평창올림픽을 5G 올림픽으로 치루겠다고 첫 공언했다. [사진=KT]

‘5G 올림픽’은 ITU가 5G 비전을 발표하기 전 2015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5 기조연설자로 무대로 오른 황창규 전 KT 회장이 깜짝 발표를 하면서 공식화됐다. 당시 황 전 회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평창동계올림픽 주관통신사로 KT가 선정될 당시에도 대회 통신망을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5G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황 전 회장의 선언을 기점으로 5G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착착 진행됐다.

하지만 역시나 표준 문제가 대두됐다. ITU가 비전발표를 한 후 3GPP가 2017년부터 표준을 제안하기로 한 로드맵 상 KT의 선언은 너무도 빨랐다. 5G 기술을 개발해 올림픽을 치루더라도 그 기술이 표준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자칫 갈라파고스에 빠질 위험이 컸다.

이에 따라 KT는 각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자들과 손잡고 표준 생태계에 최대한 근접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주목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노키아와 인텔, 버라이즌 등과 함께 5G 자체 표준인 ‘5G SIG’ 규격을 완성했다. 완성된 규격이 3GPP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생태계 확보에 나선 셈이다. 실제 평창동계올림픽도 ‘5G SIG’ 규격을 통해 28GHz 주파수에서 시범 운영됐다.

평창 5G 시범서비스 준비 완료를 알리는 모습
평창 5G 시범서비스 준비 완료를 알리는 모습

결과적으로 ‘5G SIG’가 완벽하게 3GPP의 규격과 일치하지는 않았다. 당시 삼성전자도 5G 1차표준과 디테일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평창에서 실제로 운영했던 초고주파 기술이나 4G와 5G 연동 등의 다양한 기술들은 일정 부분 5G NSA 표준뿐만 아니라 향후 2차 표준에도 영향을 끼쳤다. KT 역시 실제 운영을 먼저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수월하게 5G 상용화까지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성과는 2018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19에서 황 전 회장의 발언으로 다시 재조명됐다. 이날 황 전 회장은 무대에 올라 2019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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