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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街 2·3세가 뛴다] 닻올린 녹십자 '형제경영'…허은철 끌고 허용준 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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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영인 허은철…신약 개발로 경영권 입지 '청신호'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신념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유독 강하다. 유난히 전문경영인이 드물고 2~4세로의 경영 승계가 활발해서다. 최근 분위기는 더 심화하는 분위기다. 제약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맨손으로 오늘날의 제약업계를 일군 창업 1세대 퇴진과 함께 그 자녀들이 대거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뉴스24에서는 [제약街 2·3세가 뛴다]는 기획을 통해 젊은 경영인의 뒤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녹십자그룹 오너 3세 허은철·허용준 형제경영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전문경영인을 옆에 두고 경영 수업을 착실히 받아온 후계자들이 '예정된 수순'에 따라 경영 전면에 등장하며 형제경영 체제를 다지고 있어서다.

허일섭 녹십자그룹 회장이 친아들이 아닌 조카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고 있어 '후계자=친아들'로 공식화된 여타의 기존 기업들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허 회장의 형인 고(故) 허영섭 전 회장의 아들들이다.

일각에선 허 회장이 원래 녹십자 최대주주가 허영섭 전 회장이었던 만큼 형의 아들들에게 먼저 경영자의 길을 열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형제경영 체제에서 매년 사상 최대 매출 신기록을 내고 있다고 분석을 내놓는다. 올해도 사상 최대 매출을 내며 5년 연속 1조 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허은철 사장 취임 후 주력사업 역량 강화와 신사업 발굴을 통한 성장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 수장으로서 경영기술인으로 통한다. 백신과 혈액제제의 해외진출  등을 진두지휘하며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GC녹십자]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 수장으로서 경영기술인으로 통한다. 백신과 혈액제제의 해외진출 등을 진두지휘하며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GC녹십자]

6일 업계에 따르면 고 허영섭 전 회장은 지난 2009년 11월 15일 타계했다. 고 허 전 회장은 녹십자 창업주인 고 허채경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지금의 녹십자 기반을 일궜다. 고 허 전 회장의 5남인 현 허일섭 회장(당시 부회장)은 같은 해 12월 1일부터 회장으로 오르면서 형의 후임 역할을 맡아왔다.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 수장으로서 경영기술인으로 통한다. 백신과 혈액제제의 해외진출 등을 진두지휘하며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1972년생인 허 사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식품공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1998년 녹십자 경영기획실에 입사해 녹십자 R&D기획실 전무, 녹십자 기획조정실 실장을 거쳐 2015년부터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허 사장은 주력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을 통한 성장전략을 실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GC녹십자는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 10%' 미국허가를 올해 연말 신청할 계획이다. 또 미국에서 프리미엄 대상포진백신 CRV-101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CRV-101의 미국 임상을 위해 현지에 자회사 큐레보를 세웠다. 해외 진출에 대한 허 대표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기 위해선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공략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허 사장보다 두 살 아래 동생인 허용준 부사장도 형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나가고 있다. 녹십자홀딩스의 대표이사로 녹십자그룹의 살림을 이끌고 있다. 허 부사장은 1974년생으로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 경영대 MBA를 거쳐 2003년 녹십자홀딩스에 입사했다. 경영기획실, 영업기획실을 거친 뒤 2008년 녹십자홀딩스 상무, 2010년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최근 녹십자홀딩스는 스페인 혈액제제 회사 '그리폴스'(Grifols)로부터 북미 혈액제제 계열사 매각 대금 4억6천만 달러(한화 약 5천377억 원)를 수취했다. 이를 통해 북미 계열사들로 인한 손익 항목의 영향을 해소하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했다. 허 대표는 확보한 재원은 경영 효율화와 신사업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형제 경영이 제약업계에서 확장되는 이유는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형제지간이기에 의사결정에 있어 더욱 빠른 결정과 합의점을 찾기가 쉽다는 데 있다고 업계에선 분석한다.

다만 형제 경영이 서로의 욕심에 의해 '형제의 난'으로 변질되는 우려도 적지 않다. 롯데그룹 내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진흙탕 싸움이 대표적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지금은 마무리됐지만, 대웅제약의 경영권 분쟁이 유명한 사례다. 윤영환 대웅제약 회장의 차남과 삼남인 윤재훈 씨와 윤재승 씨는 오랜 기간 경영권을 두고 기싸움을 벌였다.

아울러 취약한 지배구조는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허 사장이 GC녹십자의 지배기업인 녹십자홀딩스의 지분은 2.60%에 불과하다. 허 사장의 지분율은 친형인 허성수 전 부사장(0.62%)보다는 높지만, 동생인 허 부사장(2.91%)보다 적은 수준이다.

반면 GC녹십자의 지배기업인 녹십자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는 허 사장의 숙부인 허일섭 회장으로 지분 12.16%를 보유하고 있다. 허 회장의 자녀 허진성 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 상무, 허진영 씨, 허진훈 씨는 각각 0.69%, 0.27%, 0.64%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허용준 부사장도 형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나가고 있다. 녹십자홀딩스의 대표이사로 녹십자그룹의 살림을 이끌고 있다.  [녹십자홀딩스]
허용준 부사장도 형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나가고 있다. 녹십자홀딩스의 대표이사로 녹십자그룹의 살림을 이끌고 있다. [녹십자홀딩스]

시장에선 녹십자가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계약을 통해 내년부터 글로벌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면서 실적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GC녹십자는 지난달 21일 국제 민간기구인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부터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담당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하는 글로벌 제약사가 GC녹십자에 생산을 맡기게 되는 것이다"며 "GC녹십자가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때 추가 설비투자에 들이는 비용이 없고 최소 5억 명 분량 백신을 생산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를 통한 고정비 절감효과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GC녹십자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사업 가치는 보수적으로 산정해도 1조5천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백신이 GC녹십자에 중장기 현금 창출수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GC녹십자는 2020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2천50억 원, 영업이익 64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과 비교해 매출은 5.1%, 영업이익은 52.4% 늘어나는 수치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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