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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회고록②] 엎치락뒤치락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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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의 펜스 부통령 비난 성명 듣고 트럼프, “빌어먹을”이라며 회담 취소

[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 북한은 ‘맥스 선더’라는 연례 한미군사훈련을 맹비난하면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협박했다. 이것은 전형적인 또 다른 북한의 선전전이었는데, 한미 합동군사준비태세를 위해 절대적으로 중요한 훈련이었다.

북한은 내 이름을 지명하면서 계속해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협박했다. 별로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 아들 부시 행정부 시절에도 나를 ‘인간 쓰레기’라고 부르면서 비난했다. 내가 북한의 비핵화를 리비아 모델로 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공격하는 것이었다.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들뜬 분위기 속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으로 분장한 싱가포르인들이 거리를 누비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엑시오스]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들뜬 분위기 속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으로 분장한 싱가포르인들이 거리를 누비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엑시오스]

트럼프는 의아해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취소하기 전에 내가 취소하고 싶다”고. 그는 항상 자신이 주도권을 잡기를 원했다.

한 가지 남는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했을 때 회담 취소를 말해주느냐, 아니면 문 대통령이 떠날 때가지 말하지 않고 기다리느냐 하는 것이었다. 나는 트럼프에게 지금 당장 발표하라고 설득했다. 문 대통령이 떠난 후에 발표하는 것은 문 대통령을 명백히 퇴짜놓는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트럼프가 동의하면서 “오늘 밤 트윗을 작성할 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요청에 따라 트럼프의 트윗에 동의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존 켈리 비서실장과 상의했다. 상의한 내용을 트럼프에게 보고했고, 트럼프는 자신이 발표할 트윗 내용을 받아 적게 했다. 몇 번의 수정을 거쳐 다음과 같이 결정됐다.

“북한 및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 대화에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에 근거해 나는 나의 대표단에게 6월12일 개최되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중지하도록 북한에 정중하게 통지하라고 요청했다.

김정은과의 만남과 협상을 고대하지만, 아마 미래에 다른 기회를 택해야 될 것이다. 나는 현재 귀향해 있는 3명의 미국인들을 석방해준 데 대해 매우 감사하다.“

이어진 트윗에서 덧붙였다.

“나는 중국이 북·중 국경지역에서(봉쇄 이행을 의미) 우리를 도울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실망했다.”

대통령 집무실은 트럼프가 주지사들과 함께 하는 만찬을 준비하는 직원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트럼프는 떠나면서 “아마 만찬이 끝난 후인 저녁 8시나 9시에 트윗을 게시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폼페이오에게 설명하기 위해 내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는 “알았다. 전략을 짜자”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 취임 직전 국무부에서의 행복한 시간. [사이먼 & 슈스터]
폼페이오 국무장관 취임 직전 국무부에서의 행복한 시간. [사이먼 & 슈스터]

그래서 그날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정 실장과 동료들과 함께 한 조찬은 나로서는 재미없는 행사에 불과했다. 한국은 여전히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제3 당사자로 참가하기를 원했다.

나는 그해 5월22일 오전 10시에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폼페이오를 만나기 위해 대통령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로 걸어갔다. 이날 정상회담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강경화 외무장관, 정 실장 등이 참석키로 돼 있었다.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특별히 낙관적이었다. 1시간 후 나는 백악관으로 돌아왔고, 폼페이오는 국무부로 향했다. 트럼프에게 폼페이오와 논의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블레어 하우스에서 돌아왔을 때 트럼프는 정보기관 책임자들과 매주 갖는 정보 브리핑 회의를 열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지난밤에 자신이 쓴 싱가포르 정상회담 취소에 관한 트윗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여전히 성공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좀 더 기다릴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트럼프는 마지막 순간까지 취소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우리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너무 가까이 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도착하고 양 정상은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들의 질문이 중국 문제에 집중되면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의 일대 일 대화는 짧아졌다. 양 정상이 각료실에 들어선 후 트럼프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이 25%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강조했고, 그의 낙관적인 견해로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은 0%였다. 트럼프는 문 대통령이 너무 걱정하는 데 대해 우려했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이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같은 일이 전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걱정하는 것은 북한이라며 트럼프를 설득하는데 조급해 했다.

트럼프는 전문가들의 풍계리 방문이 왜 허락되지 않았는지 물었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김정은이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는 진정성 없는 구두 약속만 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통령 비서실장인 닉 에이어스가 늦은 밤 전화를 걸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부장이 펜스를 ‘정치적인 멍청이’라고 부르면서 날카롭게 공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펜스가 최근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핵전쟁으로 북한을 위협했다는 것이다.

펜스는 나에게 와서 트럼프에게 보고하라고 했고, 나는 즉시 착수했다. 북한의 장광설 전문을 신속히 입수해 훑어본 후 밤 10시에 트럼프를 만났다.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를 요구해야 된다고 제안하면서, 사과가 없으면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취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최소한 암시해야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하루 밤 자면서 생각해 보기를 원했다. 나는 다음 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아침 8시 트럼프와 통화했다. 부통령 비서실장 에이어스는 펜스와 함께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취소돼야 한다고 말했고, 켈리와 폼페이오도 동의했다.

우리는 스피커폰 주위에 둘러 앉아 트럼프에게 전화했다. 나는 북한의 펜스에 대한 공격 전모를 상세히 설명했다. 트럼프는 최선희 부부장의 성명 전문을 읽어 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트럼프는 “빌어먹을”이라며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주저하지 않고 취소했다. 그는 서한을 받아 적게 했고, 오전 9시45분 발표했고, 이어 자신의 트윗 2개를 게시했다.

한국은 그다지 편안하지 않았다. 정 실장은 늦은 아침 나에게 전화를 걸어 싱가포르 정상회담 취소는 문 대통령에게 커다란 정치적 곤란함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으로서는 기대가 컸던 워싱턴의 한미정상회담에서 돌아온 직후였기 때문이다. 나는 정 실장에게 최선희가 미국 부통령에 대해 뭐라고 말했는지 읽어보라고 말했지만, 그를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문 대통령도 진정하지 못하고 정 실장의 견해를 완화시킨 버전을 나에게 전달했다.

반면에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국장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취소돼서 매우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드라마가 펼쳐지는 가운데 북한은 자신들만의 드라마를 계속했는데, 미국이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인 겉 치례로 풍계리를 폐쇄한 것이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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