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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춘제 끝나도 텅텅"…中 보따리상 줄서던 免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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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객 대기 행렬 사라지고 매장엔 '적막'…매출 하락에 단축영업 나서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작년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가 끝난 직후랑 분위기가 너무 다른 것 같습니다. 춘제가 끝나고 중국인 고객들이 다시 오는 것 같긴 하지만 예전 같지 않네요."

평소 발 디딜 틈 없던 서울 명동 일대 백화점·면세점은 5일 오후 적막감이 감돌았다. 일부 화장품 매장을 중심으로 중국인 보따리상들의 모습이 종종 눈에 띄긴 했지만, 이전과 달리 북적이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5일 오후 롯데면세점 명동점 12층 화장품 매장 전경. [사진=장유미 기자]
5일 오후 롯데면세점 명동점 12층 화장품 매장 전경. [사진=장유미 기자]

하루 평균 매출 200억 원을 기록하던 롯데면세점 명동점은 이날 엘리베이터를 탈 때부터 쉽지 않았다. 평소 면세점 고객들도 이용할 수 있었던 본사 엘리베이터 이용을 모두 차단시킨 탓에 고객 전용 엘리베이터만 탈 수 있었다. 본사 엘리베이터 출입구에는 열감지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으며, 직원이 들어오는 이들마다 온도도 직접 체크해 삼엄한 분위기까지 느껴졌다.

가장 먼저 들렀던 롯데면세점 10층 매장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가 지난 2일 공식적으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보따리상들이 돌아오지 않은 탓에 한산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매장 안에는 직원, 고객 할 것 없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좀처럼 얼굴을 볼 수 없었고 삭막하기까지 했다. 또 안내 데스크에서는 마스크가 없는 고객들을 위해 하루 평균 200여 개 정도의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었다.

이날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을 찾은 고객 중 한 명은 "매장 직원들이 마스크를 끼고 응대해 오히려 안심이 된다"며 "손 세정제도 비치돼 있어 걱정없이 여유롭게 쇼핑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쇼핑객들로 넘쳐났던 이곳은 마스크를 쓴 쇼핑객들이 젠틀몬스터 등 일부 매장만 서성이고 있었다. 다만 춘제 기간이었던 지난주보다는 쇼핑객들이 좀 더 늘어난 듯 했다.

1층에 마련돼 있는 롯데면세점 매장에도 마스크 판매대 외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지 않았다. 마스크 가격은 기존 5달러에서 7달러로 최근 수정된 듯 했다.

한 면세점 입접 브랜드 직원은 "매년 춘절 연휴 기간에는 대리구매상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매장은 비교적 한산한 편"이라면서도 "확실히 작년 춘절 연휴 직후 보다는 덜 붐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전 중국인 보따리상들이 롯데면세점 명동점 1층에서 대기하던 모습(왼쪽)과 5일 오후 찾은 롯데면세점 명동점 1층 모습(오른쪽) [사진=장유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전 중국인 보따리상들이 롯데면세점 명동점 1층에서 대기하던 모습(왼쪽)과 5일 오후 찾은 롯데면세점 명동점 1층 모습(오른쪽) [사진=장유미 기자]

중국인 고객을 중심으로 북새통을 이뤘던 12층 화장품 매장은 손님보다 직원들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화장품 브랜드 '후'와 '설화수' 매장마저도 이날은 직원들이 마스크를 낀 채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만 눈에 띄었다.

평일에 줄을 서서 상품을 구매해야 했던 명품 브랜드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대기 시간이 길었던 '샤넬', '루이비통', '까르띠에' 등 명품 브랜드 매장에는 이날 중국인 고객 1~2명만 서성이며 구경할 정도로 손님이 없었다.

한 매장 직원은 "일부 브랜드들은 매출이 80%까지 떨어졌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중국 춘제가 끝났다고는 하지만 신종 코로나 때문에 쇼핑객 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이 정말 큰 지는 다음 주가 돼 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일단 설 이후 매출은 작년 비슷한 시기보다 반토막 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5일 오후 찾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 표시된 안내문 [사진=장유미 기자]
5일 오후 찾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 표시된 안내문 [사진=장유미 기자]

2시간 후에 찾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쇼핑객 이동 경로 최소화를 위해 백화점과 연결된 일부 에스컬레이터는 이용할 수가 없었고, 가장 많은 중국인 보따리상들이 몰렸던 화장품 매장은 곳곳이 텅 비어 있었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 매장은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탓에 고요했다.

백화점에 방문한 한 고객은 "화장품을 살까 싶어 마스크를 착용하고 들렀지만 괜히 온 느낌이 든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보여서 그런지 불안한 마음이 커져 쇼핑에 집중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매장 직원은 "춘제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관광객이 반 이상 줄어들었다"며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될까봐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매출 효자였던 명동 지역 점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매출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각 면세점들은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전체 매출 중 80% 가량을 차지하던 중국인 보따리상들이 춘제가 끝났음에도 이전만큼 방문하지 않고 있는 데다, 내국인들마저 면세점 쇼핑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춘제가 끝난 지난 3~4일 이틀간 매출은 롯데가 전년 동기 대비 30%, 신세계가 45% 가량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2일부터 신라면세점이 확진자 및 접촉자 방문으로 서울점 운영을 임시 중단했음에도 전혀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했다.

5일 오후 찾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내부 전경.  [사진=장유미 기자]
5일 오후 찾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내부 전경. [사진=장유미 기자]

이에 각 면세점들은 지난 4일부터 일제히 '단축영업'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와 고객 및 직원의 안전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매출 타격도 주효했다.

롯데면세점은 서울 명동 본점·월드타워점·코엑스점과 부산점 등 시내 면세점 4곳의 영업시간을 약 2시간 단축했고, 신세계면세점도 명동점·강남점 등 시내면세점 폐점시간을 기존 오후 8시 30분에서 오후 6시 30분으로 앞당겼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도 폐점 시간을 오후 6시 30분까지로 조정했으며, 임시 휴업 중이었던 신라면세점도 정상 영업을 재개하는 7일부터 영업시간을 오후 6시까지로 단축시키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한령 해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었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당장 1분기 매출부터 타격이 크게 있을 것으로 보고 목표 수정에 나섰다"며 "당분간 중국 내 물류 마비, 경제활동 둔화 등으로 중국인 보따리상의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짧으면 3월, 길게는 6월까지 매출 회복이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중앙 정부는 춘제 연휴 기간을 2일까지로 잡았지만, 일부 지방 정부가 기간을 9~13일까지 더 늘렸다"며 "신종 코로나 여파가 보따리상 매출에도 이어질 지는 아직 두고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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