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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카나비 사태…e스포츠 실태조사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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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석 변호사 "현행법으로 충분히 가능"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최근 불거진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이머 '카나비' 서진혁 선수 관련 불공정 계약 논란으로 인해 국내 e스포츠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서 선수와 소속팀 그리핀 간 계약서에 실제 불공정 조항들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와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는 형국이다.

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지난달부터 e스포츠 업계 모든 프로 구단 계약서에 대한 전수 조사를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오는 등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출처=국민청원 사이트 캡처]
[출처=국민청원 사이트 캡처]

해당 청원자는 "그동안 e스포츠 업계에는 연봉 비공개는 물론, 프로 선수를 위한 표준 계약서조차 부재했다"며 "프로게이머들의 불공정 계약서가 '관행'이라는 얘기가 맞다면 다른 구단은 물론 다른 종목에 속해 있는 프로게이머들의 계약 또한 불공정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실태조사를 요청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담당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관련 실태조사에 착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국회가 지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서면질의를 통해 요구한 실태조사에 대해 권한이 없어 할 수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렇다면 국민청원이 목표 인원을 달성하더라도 정부 차원에서의 불공정 계약 실태조사는 실시될 수 없는 것일까.

◆"문체부, 현행법상 e스포츠 불공정 계약 실태조사 가능"

이와 관련 윤현석 한국법조인협회 e스포츠연구회 소속 변호사는 꼭 청원을 통하지 않더라도 현행 법만으로 충분히 정부 차원에서 관련 실태조사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윤현석 변호사는 "최근 불공정 계약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 토론회 등이 예고됐는데, 그 전에도 현행법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며 "우선 관련 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실태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이스포츠(전자 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7조'에 따르면 정부는 e스포츠 관련 정책의 수립·시행을 위해 이에 관한 실태조사를 매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해야 한다.

또 문체부 장관은 실태조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e스포츠 관련 공공기관·사업자 또는 법인·단체에 자료 제출이나 의견 진술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이를 요구받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협조해야 한다.

실태조사가 실시되는 항목은 ▲e스포츠 선수 및 산업 종사자 성별·나이 등 일반적 특성 ▲e스포츠 시설 및 단체 현황 ▲국내외 e스포츠 대회 현황 ▲그 밖에 e스포츠의 진흥을 위한 정책의 수립·시행에 필요한 사항 등으로 포괄적이다.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도 비슷한 내용이 명시돼 있다. 해당 법 11조에 따르면 정부는 게임산업 관련 정책의 수립·시행을 위해 게임산업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매년 소관 분야별로 게임산업의 현황 및 게임이용실태를 조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및 관련 기관·단체에 게임산업관련 현황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윤 변호사는 "이처럼 e스포츠법을 적용하든, 좀 더 큰 틀에서 게임법을 적용하든 불공정 계약 문제 실태 파악 및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실태조사를 충분히 진행할 수 있다"며 "계약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피기 위해 문체부가 구단에 관련 내용을 요구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관련 사업자들에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는 없더라도, 협조 요청을 통해 얼마든지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게 윤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관련 구단 등에 제출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관부처에서 자료 요청을 할 경우 협조해야할 의무는 있다"며 "강제할 수단 등을 마련하는 것은 그 다음에 논의할 일이고, 일단 문체부가 요청조차 해보지 않고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안일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e스포츠 선수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떠나 선수와 구단간 공정한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살피고 이를 시스템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할 일 "이라며 "이는 결국 의지의 문제로, 문체부가 그동안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고 밖엔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윤현석 한국법조인협회 e스포츠연구회 소속 변호사 [사진=윤현석 변호사]
윤현석 한국법조인협회 e스포츠연구회 소속 변호사 [사진=윤현석 변호사]

◆"선수協 설립은 쉽지 않아…e스포츠協 바로 서야"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e스포츠 선수 협회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미성년 선수가 대부분인 e스포츠 업계에서 선수 협회 설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 변호사는 "e스포츠 선수 협회가 생겨야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지금 당장 선수협이 생기는 것은 냉정하게 볼 때 어렵다"며 "계약서 내용조차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하고 도장을 찍는 미성년자가 태반인데다 단기 계약 위주인 e스포츠 선수들에게 사단법인 협의체를 만들라고 하는 것은 솔직히 무리"라고 진단했다.

선수협회가 없는 상황에서는 한국e스포츠협회라도 선수의 권익을 보호해야 하지만, 협회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협회가 마련해둔 표준 계약서는 문제가 된 일선 구단들의 계약서보다 더 불공정할 정도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윤 변호사는 "LCK 표준 계약서를 직접 검토해 봤는데, 이 계약서는 문제가 된 카나비 선수와 소속팀 그리핀 간의 계약서보다 더 불공정한 계약서"라며 "한국e스포츠협회가 정말 신뢰받기 위해서는 지금의 구성원이나 진행방식, 의사결정 구조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장 협회가 포함된 LCK운영위원회만해도 어떤 위원들이, 어떤 구조로, 어떤 의사 결정을 내리는지 전혀 공개되지 않은 '깜깜이' 구조"라고 지적했다.

◆"라이엇, 본사 차원 대응해야…정부 대응책도 필요"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LoL 리그를 운영하는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에 대해서는 본사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윤 변호사는 "유럽 리그 규정 등에는 관련 절차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만, 한국 리그는 이와는 조금 다르다"며 "글로벌 규정을 국내에서 침해하는 부분들이 있어 본사 개입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공조할 미국 변호사 등 이 문제에 관심있는 분들을 다양하게 접촉하고 있다"며 "본사에 직접 연락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반짝하고 끝나서는 안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제2, 제3의 카나비가 나오는 것을 방지하려면 이를 계기로 최소한의 관련 입법과 대안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e스포츠는 민간 기업이 운영하기 때문에 일반 스포츠와 궤를 달리 한다"며 "알려지지 않았을 뿐,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많았을 것이고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주무관청이나 소관 부처 등 정부 기관에서 최소한의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카나비 사태'가 여기서 끝나버리면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며 "지금부터가 시작으로,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불공정 계약에 대한 실태조사부터 착수해 관련 대책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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