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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물류서비스법' 표류…사업자·종사자간 이견에 국회파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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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종사자 간 이견…法 "택배기사, 노동자성 인정" 판결 영향 미칠까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택배사업자와 영업점으로부터 종사자들인 택배기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사업자와 종사자 간 이견에 표류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해 국회 파행까지 겪는 사이 해당 법안 통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종사자들에 대한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첫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국회와 택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생활물류서비스법)'을 둘러싸고 이해당사자들 간 이견이 지속되면서 법안 통과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생활물류서비스법'은 전자상거래 발달 등으로 배송시장 규모가 커지고 플랫폼 기술과 드론 등 새로운 운송수단의 등장으로 배송대행서비스가 나타나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에 따라 발의됐다. 실제 배송시장 규모는 2008년 2조4천 억 원에서 2017년 5조2천 억 원으로 연평균 9.1%의 성장을 보였다.

이에 '생활물류서비스법'은 일반적인 택배차량을 이용한 택배서비스사업과 이륜차, 드론 등의 새로운 운송수단을 이용한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으로 나눠 사업자뿐 아니라 종사자들을 지원하고 서비스 질을 높여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한다.

종사자들은 이를 적극 환영하고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 등은 해당법이 무법지대에 있는 종사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현재 종사자들은 개인사업자로 규정돼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다양한 중간착취와 산업재해 등으로 고통 받고 있어서다.

발의된 법은 종사자들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업자가 영업점이나 종사자에게 업무를 위탁했을 때 손해 배상 연대책임과 지도·감독 의무까지 부여받게 하고 산업재해 취약 영업점과는 위탁계약을 해지토록 한다. 또 사업자와 영업점은 종사자 휴식 보장, 안전시설 확충, 이상 기후 시 안전대책 마련 등의 노력을 하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국토부 장관이 사업자에게 개선명령을 내리거나 권고할 수도 있다.

하지만 CJ대한통운 등 사업자들이 속해 있는 한국통합물류협회(협회)는 해당 법이 택배시장의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택배서비스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으며 일부 단체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종사자들은 독립된 사업자(개인사업자)인데 사업자(CJ대한통운 등)에게 지도·감독·보호 등의 의무를 과도하게 부여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에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등 재벌택배 사업자들이 현 구조를 유지해 택배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반대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이 이들과 함께 법안 통과를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지난 13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해당 법 제정안의 심의 절차를 둘러싸고 여야 간 이견으로 파행된 바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전체회의가 파행된 것은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공청회 자체를 여는 것에 대해선 여야 간 이견이 없는데 상임위 공청회냐, 소위 공청회냐를 두고 엇갈려서다. 자유한국당은 상임위 공청회를, 더불어민주당은 소위 공청회를 각각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모든 제정법이 전체회의에 상정되면 당연하게 공청회 요구가 나오는데 공청회를 패스하고 소위로 넘기는 경우는 대부분 의원들이 이해당사자들의 모든 이야기를 그 이전에 다 들었을 때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기존 드론법이나 무인자동차관련법들 다 소위 공청회에서 진행했고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정상으로도 소위 공청회를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입장이다"며 "또 정부 측에서 이미 50여 차례 사업자 등 이해당사자들을 만나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측은 정부 쪽에서 최종적으로 사업자 측에서 주장하는 5가지 쟁점들 가운데 4가지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한 가지 수용되지 않은 쟁점은 사업자가 영업점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는 것이다. 이는 종사자들이 영업점으로부터 갑질을 당하는 사례가 많아 관리감독을 하지 않을 경우 종사자들이 계속 수수료 등의 중간착취를 당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한국당 측은 또 개인사업자인 종사자들의 노동자성이 먼저 인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함진규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과연 노동자냐, 노조를 구성할 수 있느냐 하는 근본적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엄밀히 말해서 종사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활물류서비스법은 종사자들을 사업자의 노동자인 것으로 인정하고 출발하는데 전제가 잘못됐다"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아닌 다른 상임위에서 그 성격을 먼저 규정하기 어려운 문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업자와 영업점은 계약 관계인데 사업자가 영업점과 종사자에 대해 관리 감독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노동법에서 문제 삼고 있는 사업자의 불법 파견 문제가 된다"며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를 고용노동부나 환노위, 법원 등에서 결론을 내려주면 그걸 가지고 법을 만드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사진=CJ대한통운]
[사진=CJ대한통운]

한편 지난 15일 종사자인 택배기사들을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고 노조 설립도 정당하다고 본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전체회의를 했을 때 택배 종사자 노동자 지위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니까 한국당 측에서 그 결과를 보고 얘기 하자고 했다"며 "그런데 지난 15일 법원이 종사자들의 노동자성과 노조 설립을 인정하는 판결이 났다"고 얘기했다. 이에 따라 생활물류서비스법 통과에 해당 판결이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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