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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3세의 일탈행위 흑역사…"솜방망이 처벌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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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보다 엄격한 법 적용·견제장치 필요 목소리 커져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재계 3세의 일탈 행위가 도를 넘으면서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실망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에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솔선수범해야 할 재계 총수 일가들이 갑질 파문에 이어 마약사태까지 얼룩지면서다.

특히 재계 총수 일가의 반복되는 흑역사를 방지하기 위한 엄격한 법 잣대와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총수 일가의 반복되는 일탈 행위에도 불구하고 벌금형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면서 엄격한 법 적용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총수 일가의 일탈 행위가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마약 혐의와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오른 SK그룹과 현대그룹, 남양유업 등 재계 3세의 일탈 행위의 수사도 같은 시각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이날 경찰에 체포된 황하나 씨의 경우도 과거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황 씨는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회장의 외손녀다.

황 씨는 2015년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지만 한 차례 조사도 받지 않고 무혐의 처분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경찰이 재조사에 들어갔다.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회장의 외손녀 황하나 씨. [사진=황하나 씨 인스타그램]
남양유업 창업주 고(故) 홍두영 회장의 외손녀 황하나 씨. [사진=황하나 씨 인스타그램]

법조계 관계자는 "재계 총수 일가의 일탈 행위에 대해서는 사회적 지위에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가 있는 만큼 일반인보다도 더 엄격한 법 적용을 통해 봐주기 수사 논란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금까지 재계 총수 일가의 일탈행위와 관련한 처벌 수위는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2014년 재벌가의 갑질로 주목받는 사건도 그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손녀로, 재계 3세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아이뉴스24 정소희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아이뉴스24 정소희 기자]

조 전 부사장은 당시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륙 준비 중이던 대한항공 여객기를 돌려 세우고 사무장을 강제로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자숙(?)의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조 전 부사장의 동생 조현민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의 '물컵 갑질'이 다시 회자되면서다. 지난해 3월 조 전무는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자사 광고를 대행하는 A 업체의 광고팀장에게 고압적인 태도로 소리를 지르고 물이 든 컵을 집어 던진 사건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조 전 전무에 대해 특수폭행·업무방해 혐의는 '혐의없음' 처분을 하고, 폭행 혐의는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 지었다.

직전에는 동국제강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이킨 사건이 벌어졌다. 2016년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 이사가 술집에서 난동을 부린 일이다. 동국제강 창업주인 장경호 회장이 증조할아버지이고 고(故) 장상태 회장이 할아버지로, 동국제강 4세다.

당시 장 이사는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종업원과 시비가 붙어 진열장에 물컵을 던져 양주 5병을 깨는 등 소란을 피우다 입건됐다. 장 이사의 생일 케이크를 술집에 대신 사오게 한 뒤 거스름돈을 받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후 재물손괴죄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지만, 술집 주인과 합의하면서 큰 처벌을 피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자녀의 갑질로 마음 고생을 한 사례다. 2017년 9월 김 회장의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은 대형로펌인 김앤장 소속 신입 변호사들의 친목모임에 참석한 자리에서 난동을 부려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럼에도 피해 변호사들이 김 전 팀장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 처벌은 면했다. 김 전 팀장은 2010년에도 서울의 한 호텔 주점에서 여종업원을 성추행하고 보안직원 2명을 폭행했다가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재벌가의 갑질 사고가 불거질 때마다 등장하는 사례 중에는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철원 M&M그룹 회장이다. 2010년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이른바 ‘맷값 폭행’ 사건이다. 당시 최 회장은 회사 앞에서 시위를 하던 탱크로리 운전기사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 등으로 때리고 맷값으로 2천만원을 줬다. 법원은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는데 2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나오면서 풀려났다. 이 사건은 영화 ‘베테랑’의 모티브가 되면서 재조명되기도 했다.

운전기사를 상대로 갑질에서도 큰 처벌은 없었다.

현대가(家) 3세인 정일선 현대 BNG스틸 사장은 2016년 ‘운전기사 갑질’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정 사장은 고(故) 정주영 회장의 넷째 아들 고(故)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이다.

 정일선 현대 BNG스틸 사장 [사진=뉴시스]
정일선 현대 BNG스틸 사장 [사진=뉴시스]

당시 정 사장은 운전기사들에게 A4 용지 140장 분량의 ‘갑질 매뉴얼’을 주고 메뉴얼 지침을 지킬 것을 강요했다. 정 사장은 3년간 운전기사 61명을 주 56시간 이상 일하게 하고 이들 중 한 명을 폭행해 법원으로부터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올해 초 승진한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도 운전기사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 회장은 창업주 고(故) 이재준 회장 손자이자 이준용 명예회장 장남이다. 이 회장은 2016년 운전기사에게 ‘사이드미러(백미러)를 접고 운전하라’는 상습적인 폭언과 구타를 일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같은 혐의로 이 회장은 재판에 넘겨져 벌금 1천5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대웅제약 창업주인 윤영환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인 윤재승 회장이 직원들에게 욕설이 담긴 육성 파일까지 공개되면서 파장을 낳았다. 갑질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윤 회장은 즉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재계 자녀의 일탈 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반인보다 엄격한 법 적용과 함께 견제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창균 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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