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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해방구 '팬 페스트', 모두의 월드컵 시작을 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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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만든 문화…인종, 국적, 종교에 상관없이 섞여 열띤 응원전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이 시작되면서 가장 뜨거운 열기를 자랑하는 곳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조성된 공식 응원 장소 '팬 페스트 존(Fan Fest Zone)'이다.

팬 페스트 존의 모태는 2002 한일월드컵 길거리 응원이다. 거리로 몰려나와 열띤 응원전을 펼치는 한국적인 응원 방식에 착안, FIFA가 2006 독일월드컵부터 도입했다. 지정된 공간에서 국적, 성별, 종교, 인종에 상관없이 경쟁하는 곳이다.

14일 오후(한국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팬 페스트 존에는 다양한 국가의 팬들이 몰려 응원전을 펼쳤다.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개막전이라 러시아 팬들이 다수를 이뤘지만, 15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만나는 모로코-이란 팬들도 많았다.

이채로운 모습은 이란 팬들이었다. 이란 축구의 상징인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는 오직 남성만 출입, 응원이 가능하다. 여성도 축구를 볼 권리를 달라는 외침이 계속되고 있지고 조금씩 무너지는 모습이지만, 완전한 해방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란만 벗어나면 동등하다. 팬 페스트존에서는 이란 여성의 목소리가 훨씬 크게 들린다. 같은 아랍권이라 맞대결 자체가 상당히 흥미로운 상황에서 응원으로 기싸움을 하는 것은 재미있다.

무엇보다 경쟁국 사우디가 실점하면 이란 팬들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중동의 맹주를 다투는 두 국가는 범아랍권이지만, 서로 묶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란에서 왔다는 요하이 에히레자는 "이란은 페르시안이다. 제발 아랍이라고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란과 사우디 출장을 모두 가봤던 기자 입장에서는 이해되는 반응이었다. '수니파' 사우디와 '시아파' 이란은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사우디가 실점을 하면 할수록 이란의 기쁨은 커져갔다. 동시에 러시아 팬들의 환호도 들렸다. 기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팬 페스트 존 수용 인원은 1만5천명이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리자 안전 경비를 담당하던 경찰은 검색대를 막으며 출입 불가를 외쳤다. 입구는 세 곳이었고 철저한 검색을 하면서 시간이 지체됐다.

두 시간여 출입을 기다렸던 팬들은 허탈한 마음에 "F*** 러시아"를 외치며 뒤돌아섰다.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것을 참으며 기다렸지만 수용 인원 초과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자원봉사자 아니예브 올가 씨는 "많은 팬이 몰려서 더 들어가지 못한다. 다른 입구도 마찬가지다"고 전했다. 올가 씨는 똑같은 질문을 하는 다국적 팬들에게 미소를 잃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대답했다.

팬 페스트 지역을 벗어난 거리에는 콜롬비아, 스웨덴, 멕시코, 브라질, 프랑스, 잉글랜드는 물론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터키, 중국, 우즈베키스탄 팬들도 눈에 띄었다. 경찰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는 바람에 음주 응원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응원 자체를 즐기는 문화는 인상적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조이뉴스24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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