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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씀만 더"…정정용 감독이 취재진 붙잡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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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전체 봐달라는 당부…A대표 만들겠다는 포부까지

[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정정용(49) 한국 19세 이하 대표팀 감독의 기자회견은 분명 평소보다 길었다. 애착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는 "여기 와서 스트레스를 풀고 간다"라면서 웃었다. 그는 선수들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정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JS컵 19세 이하(U-19) 선수권 2차전 멕시코와 경기에서 퇴장으로 맞이한 수적 열세 등 악재가 겹치면서 1-4로 완패했다.

스코어는 크게 벌어졌다. 후반 멕시코가 좌우를 폭넓게 사용하면서 한국 수비진을 흔들었다. 수비 라인을 높게 잡아 한국 진영 깊숙한 곳부터 강하게 압박했다. 코너킥 상황을 두차례나 만들었다. 한국 진영에서 첫 골을 뽑아내겠다는 의지였다. 결국 한국이 첫 골을 내줬다. 이후 김현우가 위험한 수비로 퇴장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놓였다. 그러나 한국은 엄원상의 날카로운 돌파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고재현이 깔끔하게 성공했다. 스코어가 1-1이 됐다.

정 감독이 승점을 원했다면 이 장면에서 수비 라인을 아군 진영으로 내리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그는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미드필더 자원을 투블록으로 쌓은 후 측면 사이드백들에게 높게 올라가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것을 주문했다. 1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에는 어려운 장면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멕시코의 탈압박은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측면 수비수들이 채 대비를 하기 전에 멕시코 선수들이 올라왔다. 이날 멀티골을 뽑아낸 브라이언 트레호의 측면 움직임은 날카로웠다. 이 부분을 제어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실수이자 아쉬움이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절대 실패라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정 감독의 의도가 깃들었기 때문. 그는 "1-1로 만든 타이밍이 20분 정도 남은 시간이었다. 분위기라는 게 있기 때문에 골을 넣은 후 5분 정도를 강하게 끌고 가려고 했다. 이후에 낮게 서서 로우 라인에서 가둬놓고 압박을 걸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압박을 유지한 이후 라인을 내리겠다는 복안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결과론적으로 봤을땐 우리 지역에서 수비를 한 후 카운터를 때리는 편이 낫다는 것을 배웠다. 5분을 못 견딘 것이 컸다"고 자신의 전술 미스를 탓했다. 선수들에 대해선 "이날 경기에서 뛴 선수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멕시코와 처음 대결을 해본 선수들이다. 템포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열심히 잘 뛰어줬고 좋은, 큰 경험이 됐을 것이다. 저 또한 큰 경험이 됐다"고 했다.

정 감독의 발언은 선수들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된다. 어느덧 19세 이하 대표팀에서만 세 번의 세대를 지도했고 육성했다. 급성 백혈병으로 유명을 달리한 이광종 감독 이후 가장 이 세대의 선수들에 정통한 지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축구협회(KFA) 전임 지도자로서 결과물도 확실히 내고 있는 유일한 지도자다.

그의 목표는 확실하다. 이 세대를 이른바 '골짜기 세대'로 만들지 않고 장차 성인 대표팀에도 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는 "20세 이하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물론 지난해에는 한국에서 열렸기에 나갔지만 본선에 못 가게 되면 이 선수들이 2~3년을 그냥 잃게 된다. 지금 23세인 선수들이 그렇다"면서 열변을 토했다. 그의 말대로 한국은 지난 2015 뉴질랜드 U-20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여기 있으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게 만드는 것이 내 몫"이라면서 "이 선수들이 한국 축구의 미래다. 물론 제가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대표 선수를 만드는 것이 제가 할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실수가 나온 측면 수비 부분 또한 "선수들 기용을 지난 경기와 달리 했다. 후반에도 그쪽에서 문제가 나오면서 졌다"면서도 "변명이 아니라 좋은 경험을 쌓게 한 것은 사실이다.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선수들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는 "기술적으로 발전을 시키는 게 중요하긴 한데 시간이 부족하다"고 웃으면서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최대한 그런 방향성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기자회견이 그대로 끝나나 싶었을때쯤 그는 "제가 한말씀만 더 올리겠다"고 기자들을 붙잡았다. 그는 "축구라는 게 1, 2명의 선수가 잘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한 선수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닌 그 포지션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선수들을 전부 봐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축구는 개인 운동이 아니라 팀 운동 아닌가. 쉽지 않겠지만 여러분들도 그런 부분을 숙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 감독은 2008년 14세 이하 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쭉 저연령대의 선수들을 지도했다. 성인 무대의 경험이라면 지난 2014년 고향 클럽인 대구FC에서 수석코치 보직을 맡은 것이 전부다. 유소년 지도에 특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도자다.

그런 그가 기자들에게 건넨 당부는 설득력이 있었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팀 스포츠다. 감독을 필두로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단합 그리고 팬, 언론 등 외적인 요소들이 잘 결합되어야 한다. 저연령대는 특히 예민하다는 사실을 꿰뚫은 정 감독의 나긋하지만 날카로운 말이었다. 전술적인 능력, 선수들의 경험에 더해 심리적인 측면까지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정정용호가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할지 궁금하다.

조이뉴스24 수원=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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