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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탄난 3년의 동거…씁쓸하게 쫓겨난 日 할릴호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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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지마 회장 "선수들 신뢰 옅어졌다"…후임은 니시노 기술위원장

[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 일본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좋지 못했던 궁합이 결국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해임설을 현실로 만들었다.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JFA) 회장은 9일 일본 도쿄에 있는 JFA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할릴호지치 감독을 해임한다"고 밝혔다. "선수들과 신뢰 관계가 옅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로서 할릴호지치 감독은 지난 2015년 3월 12일 일본 대표팀 감독에 취임한 이후 3년 1개월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제리를 이끌고 대회 16강이라는 업적을 달성한 만큼 일본 부임 당시에도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프랑스어로 ‘결투’를 뜻하는 '듀엘(Duel)'이라는 단어가 그가 내건 슬로건이나 다름없었다. 전방에서의 강한 압박과 몸싸움 등 그간 일본 축구에서 볼 수 없었던 컬러를 주입, 국제무대에서 싸울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출이었다.

그러나 투쟁심과 경쟁심을 팀에 뿌리내리겠다는 의도와는 달리 그간 할릴호지치 감독이 이끈 일본은 갈짓자 행보로 많은 우려를 낳았다. 대표팀 취임 후 전체 38경기에서 21승9무8패를 기록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기록이 점점 나빠졌다.

취임 첫 해 8승4무1패를 기록한 일본은 이듬해엔 7승1무2패를 거뒀고 2017년엔 6승3무4패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는 지난해 12월 도쿄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컵 한국전 1-4 패배도 포함되어 있다. 2018년 3월엔 유럽 원정을 떠났으나 월드컵에 출전하지 않은 우크라이나에 1-2로 패했고 상대적으로 약체인 말리와 1-1로 비기며 비난의 대상이 됐다.

크고 작은 내분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가가와 신지(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혼다 게이스케(파츄카) 오카자키 신지(레스터시티)를 대표팀에서 제외한 것이다. 혼다는 3월 소집에서 복귀해 영향력을 다시금 보여줬지만 가가와와는 끊임없는 불화설을 낳았다. 가가와 스스로도 "내가 왜 대표팀에서 제외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또 국내외 리그에서 다양한 선수들을 소집해 화제를 불러모았지만 이들에게 출전 시간을 부여하지 않으며 일본 언론들로부터 '대체 어떤 의도로 경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최정예 멤버를 꾸릴 수 있을 때에도 할릴호지치 감독은 다양한 테스트를 했고 경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선수들에게 의도는 전달했다"는 등의 궤변을 해 빈축을 샀다.

따지고 보면 긍정적인 요소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있었던 브라질과 경기에선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망)에게 농락당하며 완패했지만 직후 있었던 벨기에와 경기에선 나쁘지 않은 경기력으로 경쟁력을 증명했다. 심지어 이 경기에선 혼다, 가가와 등 주축선수들을 모두 제외하고 만들어낸 결과였다.

또 선수들의 신뢰가 옅어졌다곤 하지만 9일 아스널과 사우샘프턴 경기가 끝난 후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요시다 마야(사우샘프턴)는 기자들이 해임 가능성을 전하자 "정말이냐"고 되물으면서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선수들 스스로는 '아직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해임은 결정됐다. 무엇보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이 2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은 이번 해임에 대한 설왕설래를 낳고 있다. 그간 끊임없이 할릴호지치의 해임설이 흘러나왔지만 JFA는 이에 대해 이렇다할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은 '전격 해임’이라는 단어로 할릴호지치 해임에 대한 놀라움을 표했다. 산케이신문은 9일 "감독을 2개월 전에 해임하고 좋은 결과를 얻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라면서 "반드시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현장에서 일본 대표팀을 취재하는 일본 현지 취재진도 고개를 갸우뚱하긴 마찬가지다. 일본 축구전문매체 '풋볼채널'의 후나키 와타루 기자는 "최악의 결정이자 절망적인 결정"이라면서 JFA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드는 어리석은 결정"이라면서 "성인대표팀 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일본이 해온 축구와 세계적인 트렌드의 차이를 인식할 기회를 잃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축구전문매체인 '게키사카'의 다케우치 다쓰야 기자 또한 "굉장히 놀랐다"고 이번 결정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내부 사정을 확실히는 모른다"면서도 "(경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협회 내부에서 정치적인 사안이 있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할릴호지치의 후임으로는 니시노 아키라 현 JFA 기술위원장으로 정해졌다. 니시노 기술위원장은 지난 1996년 일본 올림픽 대표팀을 이끈 경험이 대표팀 경험의 전부다. 이 대회에서 히바우두(은퇴) 베베투(은퇴) 등 스타선수들이 즐비했던 브라질에게 1-0 승리를 따냈다. 이 승리는 '마이애미의 기적'으로 불릴 정도로 일본 축구사에 남은 명장면이었다.

이후 가시와 레이솔에서 감독을 맡아 홍명보 현 대한축구협회 전무 이사와 함께 컵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감바 오사카를 이끌고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면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등 많은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의 행보에서는 결과가 좋지 못했다. 2012년 이후엔 나고야 그램퍼스와 빗셀 고베에서 두 번의 불명예 퇴진을 맛봤다. 일본 내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꽤 많다. 할릴호지치와 3년간의 불편한 동거를 끝낸 극약처방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안팎에서 불안한 시각이 팽배하다.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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