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울산에 1조 규모 탈황설비 신설

[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SK이노베이션이 약 1조원 규모의 대규모 탈황설비를 신설한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020년까지 SK울산 콤플렉스(Complex)에 1조215억원을 투자해 일 생산량 4만배럴 규모의 VRDS(감압 잔사유 탈황설비) 신설에 대한 안건을 의결했다고 1일 발표했다. 이곳에서 중유 일 3만4천배럴, 경유 일 6천배럴을 생산할 예정이다.

VRDS는 감압증류공정의 감압 잔사유(VR)를 원료로 수소첨가 탈황반응을 일으켜 경질유 및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설비다.

이번 신설 결정은 지난해 말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오는 2020년 1월부로 전세계 선박 연료유의 황 함량 규격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기로 한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석유제품은 황 함량이 낮을수록 친환경 제품으로 평가된다. 육상 운송용 경유는 황 함량 0.001%의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반면, 선박 연료유는 상대적으로 황 함량 규제가 느슨한 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IMO의 결정으로 선박 연료유에 대한 규제도 보다 강해지게 되면서, SK이노베이션은 대규모로 친환경 석유제품 생산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주요 경영방침으로 삼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친환경 석유제품 생산 비중을 늘리는 '탈황설비' 적기 투자로 환경적 가치까지 더하며 글로벌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글로벌 물량 부족과 이로 인한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저유황 선박 연료유 시장 환경 변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스팔트, 고유황 연료유로 쓰이는 저가의 감압 잔사유(감압증류공정 부산물)는 글로벌 환경 규제로 인한 수요 하락 및 가격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탈황설비를 통해 이를 저유황 연료유, 디젤, 나프타 등의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해 생산·판매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로써 수익구조도 다각화되고, 연계 공정인 윤활기유 공정 원료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해져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 저가 원유 도입이 가능해져 원유 다변화 정책을 비롯한 옵티마이제이션(운영최적화)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딥 체인지 2.0의 강력한 실행을 위해 회사 주요 기반인 석유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라며 "설비 경쟁력 강화를 비롯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초 3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최대 석유화학 기업인 '다우'의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 인수를 잇따라 발표한 바 있다.

또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 5, 6호기 증설을 비롯해 SK네트웍스의 석유 도매사업 인수를 결정하는 등 사업구조, 수익구조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