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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NOW 마르베야]크라스노다르, 수원에 머리 조아린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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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조로 재경기 해달라" 읍소…"원하는 모든 것 들어줄 것" 극진 대우 약속까지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스페인 마르베야의 하늘은 눈부시게 맑았다.

스페인, 포르투갈을 통칭해 이베리아 반도로 부르는데 아마도 반도 내 가장 환한 도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옥색 빛의 지중해에 태양이 반사를 일으키면서 도시는 더욱 환하게 빛났다.

지난달 13일(이하 현지시간) 마르베야에 여장을 푼 수원의 전지훈련도 지중해의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오는 22일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2017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원정 경기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수원은 2015년 처음으로 말라가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해 3년째 접어들었다. 첫해에는 시행착오로 산 중턱에 숙소를 잡아 고생했다. 경기를 한 번 치르려면 1시간 가까이 이동하는 수고와 더불어 추위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더 나은 곳에서 훈련과 연습 경기를 치르고 있다.

수원의 인기는 연습 경기 상대를 통해 알 수 있다. 강약을 조절하며 연습 경기 상대를 짠 수원은 디나모 키예프(우크라이나), 크라스노다르(러시아) 등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단골 진출팀과 평가전을 치르고 있다.

키예프의 경우 3년 연속 만나는 중이다. 세르게이 레브로프 감독이 2015년 처음 수원의 경기력을 직접 확인한 뒤 만족했고 이제는 "수원이 마르베야에 왔느냐"라며 확인을 할 정도가 됐다. 수원이 도착했다는 소리에 곧바로 연습 경기를 잡는 등 친밀감을 과시 중이다.

수원의 인기를 알 수 있는 장면이 6일 밤 '조이뉴스24'에 포착됐다. 이날 수원은 마르베야 시립 경기장에서 열린 크라스노다르와 연습 경기에서 어린 선수 중심의 비주전조를 내세워 0-3으로 패했다. 지난 4일 산둥 루넝(중국)전에 주전조가 나서서 대부분이 풀타임을 소화했고 2-1로 이겼다.

챔피언스리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수원 입장에서는 크라스노다르전에 주전조를 내세우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오는 9일 슬라비아 프라하(체코)전이 주전 조의 최종 준비 경기였기 때문이다.

크라스노다르는 오는 16일 유로파리그 32강전 페네르바체(터키)와의 홈 1차전을 앞두고 있다. 이날 수원전에 주전을 모두 내세우며 공을 들였고 승리를 가져갔다. 딕 아드보카트 페네르바체 감독이 관중석 구석에서 관전하는 등 전력 탐색에 열중이었다. 흐름이 크라스노다르로 향하고 기자가 다가서 질문을 건네려하자 재빨리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전했던 이정수는 "내년에 우리 주전과 다시 꼭 붙었으면 좋겠다"라며 패배가 정말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충분히 상대 가능한 팀이었다는 생각이 깔린 발언이었다. 서 감독이나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수원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일이 이날 밤 벌어졌다. (하단 영상 참조)) 크라스노다르 팀 매니저가 수원의 숙소를 급습한 것이다. 서정원 감독을 만나겠다며 수원의 전지훈련을 담당하는 관계자에게 전화를 10통이나 넣은 뒤 급히 차를 몰고 달려왔다.

알고 보니 재경기를 또 한 번 요청하러 온 것이다. 이미 경기 종료 후 크라스노다르는 수원에 한 번 더 경기하자고 제의를 했지만, 훈련 흐름이 있는 수원이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정중하게 거절했다. 서 감독도 이날 비주전조가 나서서 경기를 치른 이유를 전하며 사과까지 했다.

그런데 크라스노다드 이고르 살리모프 감독이 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수원의 주전과 붙어서 정확한 실력을 측정하겠다는 의지였다. 기자와 30여분 정도 담소를 나누던, 서 감독의 소재를 파악한 팀 관계자가 크라스노다르 스태프에게 기다림을 요청했다. 그 사이에도 양측의 협상은 이어졌지만 서 감독의 확실한 대답이 필요했던 이들은 초조하게 자리를 지켰다.

마침내 서 감독이 나타났고 이들은 간곡한 부탁을 뿌리치지 않았다. 그들의 입에서는 "수원이 경기만 허락하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들어주겠다. 팀 회식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물론 마르베야 내 최고의 경기장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겠다"라며 극진한 예우를 갖췄다.

커피를 시켜 놓고 반도 비우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는 절실함이 온 몸에 가득했다. 그렇지만, 서 감독은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 감독도 이날 비주전조가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세세히 설명하며 또 사과했다. 선수단은 8일 경기 후 9일 회복 훈련을 하고 10일 새벽에 한국으로 출발한다. 프랑스 파리 환승을 포함해 16시간 가까이 비행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무리한 일정이다.

마르베야에는 수원 말고도 허베이 화샤 싱푸, 산둥 루넝 등 중국 팀들도 있다. 마누엘 페예그리니, 펠릭스 마가트 등 명장들이 지휘봉을 잡고 있어 충분히 대결할 수 있었지만 이들은 수원만을 원했다. 중국 팀들이 거칠고 수비만 해 연습 경기 기피 대상이 됐고 수원이 키예프와 대등하게 싸워 비긴 것이 인기를 끌어 올리는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수비만 하는 중국팀과 달리 수원은 축구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더 그렇다.

서 감독은 이들에게 7일 오전 코칭스태프 및 피지컬 트레이너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팀 매니저는 "성사만 되면 무릎이라도 꿇겠다. 제발 한 번만 부탁한다"라며 자신을 내던졌다.

일단 슬라비아와의 경기 당일 오전에 주전조가 크라스노다르와 경기를 하고 오후에 비주전조가 슬라비아와 붙는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또는 슬라비아를 허베이에게 연결해주는 방법도 있다. 일단은 슬라비아전을 정상적으로 치르는 것이 기본 방침이지만 크라스노다르의 성의도 마냥 무시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슬라비아 입장까지 고려해야 하는 서 감독은 행복한 고민을, 무조건 성사 시켜야 하는 크라스노다르 팀 매니저에게는 불면의 밤이 시작됐다.

크라스노다르의 팀 매니저가 저녁 늦게 수원 삼성 숙소에 방문, 서정원 감독에게 주전조로 재경기를 치러 달라는 바람을 전하고 있다.

조이뉴스24 마르베야(스페인)=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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