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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눈(目)으로 로그인, 홍채인식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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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의 홍채를 이용해 사람을 인식하는 기술, 바로 '홍채인식(iris recognition)'이다. 홍채라는 부위가 워낙 생소하고 독특해서인지, 이를 통해 사람을 인식하는 기술은 예전부터 SF 영화의 단골 소재로 쓰였다. 주인공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다른 사람의 안구를 이식받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요원들만이 입장할 수 있는 비밀 아지트의 홍채인식 시스템 앞에서 주인공이 홍채를 스캔 받는 '미션 임파서블' 등은 모두 홍채인식과 관련된 대표적 영화들이라 할 수 있다.

지문인식이야 사람마다 다 다른 지문을 가지고 식별하지만, 홍채는 어떻게 구별하는 것일까?

지문처럼 홍채도 사람마다 모양이 다 다를까? 아니면 눈을 깜빡일 때마다 홍채의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일까? 홍채인식 기능이 들어있는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전에 이 기술의 원리에 대해서 먼저 알아봐야겠다.

■ 일란성 쌍둥이라도 완전히 다른 홍채

홍채는 눈의 수정체와 각막 사이에 있는 조직이다. 카메라의 조리개처럼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동공 크기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이라면 모두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홍채가 사실은 저마다의 고유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의 홍채는 생후 18개월 이후 완성된 뒤, 평생 변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변하지 않는 형태가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홍채는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더군다나 홍채의 구조는 유전적인 영향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똑같은 홍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단적인 예로 일란성 쌍둥이라도 완전히 다른 홍채 형태를 갖게 되며, 동일인의 왼쪽과 오른쪽 눈의 홍채 형태 역시 완전히 다르다.

신기하다는 생각과 함께 홍채가 사람을 식별하는 일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인물은 누구일까. 바로 미국의 안과의사인 프랭크 버치(Frank Burch)다. 그는 홍채 형태가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지문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그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1936년에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지문 외에 또 다른 수단을 활용해 사람을 식별할 필요성이 거의 없던 시대였으므로, 논문은 학계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 모두의 뇌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던 홍채를 활용한 인식기술은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1980년대 접어들며 다른 안과 의사들에 의해 다시 부활했다. 미국의 레오나드 플롬(Leonard Flom)과 아란 사피르(Aran Safir)라는 인물들로, 이들은 1987년에 '홍채 형태의 고유성을 활용한 인식기술'이라는 제목으로 특허를 등록했다.

이후 7년이 지난 1994년에 영국 캠브리지대의 존 더그먼(John Daugman) 교수가 이들 두 사람에게 홍채 형태를 코드화 할 수 있는 영상신호처리 알고리즘을 제안했고, 의기투합한 세 사람은 미국 뉴저지주에 아이리스스캔(Iris Scan)사를 설립함과 동시에 세계 최초로 홍채인식 시스템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 홍채인식이 생체인식 기술 중에서 가장 정확

현재 상용화돼 있는 홍채인식 시스템들은 더그먼 교수가 제안했던 알고리즘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나 우수하게 설계됐기에 2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당시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알고리즘은 홍채의 형태를 코드화해 이를 영상신호로 바꾸는 과정을 제어하도록 설계돼 있다. 먼저 일정한 거리에서 홍채인식기 중앙에 있는 거울에 사용자의 눈이 맞춰지면 적외선을 이용한 카메라가 줌렌즈를 통해 초점을 조절한다.

이어서 홍채 촬영 카메라가 사람의 홍채를 사진으로 이미지화하면 홍채인식 알고리즘이 홍채의 명암 패턴을 영역별로 분석해 개인 고유의 홍채 코드를 생성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홍채 코드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는 것과 동시에 비교 검색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 같은 원리를 통해 작동하는 홍채인식 기술은 다양한 생체인식 기술 중에서도 가장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생체인식 기술 중에서도 가장 보편화된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지문인식 기술과 비교해 볼 때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문인식의 식별에 걸리는 시간과 오차율은 각각 1초와 0.5%에 불과하다. 홍채인식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지문인식의 경우 상처를 입거나 외부 자극을 받아 지문의 형태가 변하게 되면 오차율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홍채인식과는 달리 지문인식은 직접 갖다 대는 접촉방식이기 때문에 사람이 사망했더라도 지문이 인증될 수 있고, 지문이 복제될 수도 있기 때문에 범죄에 도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에 홍채는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고 있어도 인식이 가능하며, 살아있는 사람만 인증이 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7.5cm~20cm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인식하는 비접촉 방식이기 때문에 홍채인식은 지문인식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홍채인식 기술이 이렇게 잘나가다 보니 그 인기를 시기한 해서인지 최근 들어 황당한 내용의 소문을 종종 접하게 된다. 음모론에 심취한 사람들 중 일부가 SF 영화의 내용처럼 안구를 적출하면 홍채인식을 해킹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겁을 주는 것.

하지만 생체인식 전문가들은 '그런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홍채는 사람이 사망하거나, 몸에서 떠나면 4초 이내에 풀어져 버리기 때문에 안구를 적출해도 쓸 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홍채인식을 두고 떠도는 이 같은 기괴한 소문, 이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자.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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