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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냉동인간은 과연 회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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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대학생이었던 23세의 미국인 킴 수오지(Kim Suozzi) 씨가 치료가 불가능한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죽음이 다가오면서 그녀는 결단을 내렸다. 바로 냉동인간이 되겠다는 것. 의학이 발전한 미래 어느 시점에 자신의 육체가 치료되기를 원했다.

슬픔에 빠져 있던 그의 아버지와 남자친구는 그녀의 뜻을 따랐다. 23년 된 그녀의 뇌를 애리조나 주에 있는 알코어(Alcor) 생명연장재단의 냉동보존(cryopreservation) 설비 속에 안치했다. 그리고 먼저 안치된 30여 명의 시신들과 함께 생명이 소생될 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5월에는 중국 최초의 냉동인간이 탄생했다. 중국에서 유명한 60대 여류 작가 두훙(杜虹)은 5월 30일 췌장암으로 숨을 거둔 후 냉동인간이 되기를 희망했다. 유언에 따라 그녀가 숨을 거두는 순간 그녀의 머리는 미국인 의료진에 의해 40℃ 상태의 얼음 관에 넣어졌다.

■ 불로장생(不老長生) 꿈꾸는 냉동인간 200구 넘어

그리고 미국 LA에 있는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으로 이송됐다. 그녀의 머리는 앞으로 50년 동안 냉동인간으로 보존될 예정. 두홍의 희망대로 50년 후 의료기술이 발전해 냉동인간을 되살려낼 수 있다면 우리 인류는 불로장생의 시대를 맞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세포 손상을 막을 수 있는 냉동보존술(cryonics)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을 이론적으로 최초 정립한 사람은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에틴거(Robert Ettinger)다.

유대인이었던 그는 1962년 ‘냉동인간(The Prospect of Immortality)’을 출간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냉동 및 해동 과정에서의 세포 손상을 막을 수 있다면 인체 냉동보존이 가능하며, 이후 인체 세포의 손상을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틴거는 이런 신념으로 1976년 미국 디트로이트에 냉동보존연구소(Cryonics Institute)를 세웠다. 그리고 영하 196℃의 액체질소 탱크 속에 신체를 장기 보관해 주는 일을 시작했다. 그의 첫 번째 냉동인간은 1977년 사망한 그의 어머니였다.

2000년에는 그의 두 번째 아내와 함께 먼저 사망한 첫 번째 아내를 냉동시켰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냉동인간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그리고 39년이 지난 지금 냉동보존되고 있는 시신은 세계적으로 200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냉동인간이 계속 늘고 있지만 그러나 이들이 다시 회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캐나다 맥길대의 뇌과학자인 마이클 헨드릭스(Michael Hendricks) 교수는 ‘냉동인간의 꿈’을 격렬히 비난하고 있다.

■ “냉동인간의 부활은 말장난에 불과해”

그는 킴 수오지 씨가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트랜스휴머니스트(transhumanist)들의 꼬임에 빠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학기술로 사람을 되살릴 수 있다는 이들의 주장이 ‘허황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

실제로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뇌과학에서 시도하고 있는 커넥토믹스(connectomics) 연구결과를 인용해서 냉동인간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커넥토믹스란 뇌 속 뉴런(신경세포) 간의 연결을 연구하는 학문을 말한다.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이 기술을 통해 마음과 기억, 심지어 성격에 이르기까지 복원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핸드릭스 교수는 이들 과학자들이 커넥토믹스의 적용 범위를 과신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기술을 통해 사람의 마음과 기억, 심지어 성격에 이르기까지 복원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펴나가고 있다는 것. 지금의 과학은 물론 미래 과학에 있어서도 그런 일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냉동보존술(cryonics)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영하 196℃의 상태에서 뇌를 보존해 그 안에 들어있는 정보들을 보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이들 정보들을 되살려 낼 수 있는지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리한 것으로 확인된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을 예로 들었다. 자신이 지난 30여 년 간 선충의 신경세포를 연구해왔다고 밝히고, 이런 작은 벌레의 신경세포에서조차 ‘마음’을 복제하기에는 그 정보가 극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2000여 명 생존자 시신 냉동보관에 서명

작년 10월 20일에는 미국 피츠버그 대학의 뇌과학자 데이비드 크리픈(David W. Crippen) 교수 등 3명의 교수진이 헨드릭스 교수의 주장을 지지하는 글을 실었다. 예쁜꼬마선충 연구 결과 신경세포 연구만으로 마음의 비밀을 밝혀내기는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이들 교수들은 뇌 세포 속에 분자 수준에서 전기화학적인 특성들이 상존하고 있으며, 이들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이 소요돼야 하고 또 인간이 과연 이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연례 ‘의식과학학회(Association for the Scientific Study of Consciousness)’에서도 유사한 주장이 제기됐다. 과학자와 철학자의 만남을 통해 기계가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고 싶은 인간의 희망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야후 뉴스에 따르면 한 사람의 시신을 냉동보관하려면 27만 달러(한화 약 3억1200만원)를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에 지불해야 한다.

킴 수오지 씨처럼 뇌만 보관하려면 11만 달러(한화 약 1억2700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지만 불로장생을 꿈꾸며 죽은 후 시신을 냉동보관하려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며 줄을 잇고 있다.

‘허핑턴 포스트’에 따르면 200여구의 시신이 냉동 중에 있는 가운데 2000여 명의 생존자가 사망 후 냉동보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불로장생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사람들의 열망을 보여주고 있다.

글 : 이강봉 사이언스타임즈 편집위원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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