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으로 새판짜는 車업계, 'PHEV'에 주목

[이영은기자] 최근 배출가스 조작 사태와 미세먼지 원인 등으로 경유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악화되면서 자동차 업계가 '친환경차' 확대를 위한 전략 수정에 나섰다.

특히 세계 각국의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확대는 이제 자동차 회사에게 있어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친환경차에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등 다양한 라인업이 존재하지만, 최근에는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가 각광을 받고 있다.

전기 모터와 내연 기관을 함께 탑재한 PHEV는 전기차와 수소차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구축되기 전까지, 현재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대안적인 친환경차로 인식되고 있다.

20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PHEV는 전년 동기 대비 87.5% 판매율이 증가한 22만9천대가 판매됐다. 올해는 28만9천대로 약 45%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에서도 현대 아이오닉, GM 볼트 등 신모델 출시로 PHEV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PHEV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단점을 보완한 차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둘 다 품고 있기 때문에 짧은 거리는 전기로, 긴 거리는 내연 기관으로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대중화된 친환경차인 하이브리드에 전기 플러그를 장착한 PHEV는 전기차처럼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기차처럼 달리다가 전기가 소모되면 연료로 엔진을 움직여 주행한다. 이동거리가 짧은 순수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PHEV의 또 다른 강점은 전기차 만큼이나 우수한 '경제성'에 있다. 최근 기아자동차가 출시한 'K5 PHEV'의 경우 배터리 완충 시 최대 44km를 전기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다. 도시 출퇴근족들의 평균 출퇴근 거리가 편도 30~40km라고 했을 때, 평일에 2회 정도만 전기 모터를 완충하면 기름 한방울 쓰지 않고 전기로만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아차 관계자는 "평일 40km의 거리를 전기 주행 모드로 출퇴근하고 주말에는 100km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드를 병행해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면 연간 1만5천600km의 거리를 PHEV는 6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 및 구매 보조금을 지원받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도 PHEV가 가진 메리트다.

PHEV는 자동차 구매보조금 500만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으며 차량 등록 시 취득세를 최대 140만원 감면 받고 채권 및 공채 또한 최대 200만원(서울 기준)까지 매입 면제받을 수 있다.

다양한 장점이 부각되고 있는 PHEV이지만 문제는 역시 충전 인프라에 있다. 배터리 충전 시설이 갖춰지지 않으면 PHEV도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 이상의 연비를 구현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가 확실한 무공해 차량인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과 충전거리, 충전시간, 충전 인프라 등 다양한 문제점이 산적해있다"며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의 양면적 장점을 취합한 PHEV가 주도권을 쥐면서 새로운 친환경차의 매개체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준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도 "올해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 대비 17.8% 증가한 234만6천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친환경차의 주력 타입인 하이브리드는 감소하는 반면, 전기차와 PHEV는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타입 측면에서도 다변화가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