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투자자는 리타워텍을 타산지석 삼아라
2014.10.24 오후 5:29
[김석기의 IT 인사이트]
1925년 미국에서는 찰스라는 전직 은행원이 사람들에게 높은 투자 수익율(90일만에 원금의 2배 수익보장)을 약속하며 투자금을 유치하였다. 찰스의 사업은 국제우편쿠폰이 1차 세계 대전 이전의 환율로 거래되는 것에 착안하여 해외에서 국제우편쿠폰을 대량 구매한 후 미국내에서 재판매함으로서 차익을 얻는 사업이라고 사람들을 설득하였다.

찰스에게 투자한 사람들은 실제로 높은 수익 배당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 사업이 소문나면서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이 사업이 초기에 잘된 이유는 단순했다. 투자금을 유치한 찰스는 초기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을 나중에 투자받은 돈으로 주었고, 이를 보고 온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돈을 투자받은 것이다. 눈앞에서 이익이 실현되는 것을 본 기존 투자자나 이들의 지인들은 대출을 해서라도 투자를 했고, 투자규모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이 사업으로 찰스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이 사업의 맹점은 약속한 수익(부채)의 규모가 이자율을 넘어서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부채가 커져간다는 특징이 있으며 어느 시점에 가면 투자원금보다 지급해야할 수익금이 더 커져서 지급불능의 상황이 오게 되어 있다. 찰스 역시 나중에는 수익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이 사업은 사기로 판명되어 미국 전역에서 4만명이 1천500만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이후 이런 종류의 사기 사건을 사기꾼인 찰스 폰지(Charles Ponzi)의 이름을 따서 '폰지 사기(Ponzi Scheme)'라 부른다. 폰지 사기는 찰스 폰지가 처음 시작한 사기기법은 아니지만 사기 규모가 컷던 찰스의 폰지 사건이 최초로 사회문제화 되었기에 사기꾼 찰스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폰지 사기는 구조가 매우 단순해서 '어떻게 저런 말에 속을까'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찰스 폰지 이후 거의 100년 동안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아주 대중적인 사기수법이다.

한국에서는 2008년 ㈜리브라는 사기회사로 3만명에게 5조원대 피해를 주고 중국으로 달아난 조희팔 사건이나 2009년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메이도프 사건 역시 똑같은 폰지 사기였다. 큰 사건이 아니라 수면위로 올라오지 않았을 뿐 작은 규모의 폰지 사기는 지금도 지천에 널려 있다.


폰지 사기는 그 원리만 동일할 뿐 세부적인 수법이 같지는 않다. 찰스 폰지 시절의 단순 투자 사기가 아니라 다단계와 유통, 마케팅, 네트워크 마케팅 등 여러 기법이 혼합되면서 폰지 사기 수법도 다양하고 복잡하게 진화하여 언듯 보기에 폰지 사기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심지어는 피해자가 자신이 투자에 실패했을 뿐이라고 생각하여, 사기 당했다는 자체를 모를 정도로 사기 수법이 고도화되어 버렸다.
IT 업계의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 초반의 리타워텍 사건이었다. 리타워텍은 원래 파워텍이라는 작은 송풍기 제작회사였는데 2000년 1월 하버드대 경제학과 출신이라는 대표가 들어서 회사이름을 리타워텍으로 바꾸고 인터넷 회사로 갈아타면서 6개월 동안 30여개의 벤처기업을 인수하였다. 이 회사는 2000년초 시가총액이 100억원도 안되었었는데 34일 연속 상한가라는 기록을 세우며 단기간에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하였다.



하버드 경제학과 출신의 '선진 금융 기법'을 통한 사업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주식 스왑을 이용해 유망했던 벤처기업의 주식을 실제로 돈을 거의 안들이고 인수했으며 이때 주식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수법으로 외형을 불려나갔다. 이뿐만 아니라 리먼브라더스에게 1조4천억원을 빌려오면서 이를 투자라 공시한 후 주가를 올리고 단 3시간 만에 이 돈을 다시 상환하였다. 이때 들어간 3시간의 이자만 44억원이었다. 2000년 실적이 2억원에 1조5천150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내자 리타워텍의 주가가 빠지기 시작하면서 하버드출신의 회장은 미국으로 출국해버렸고, 대표로 남아있던 사장은 2001년 3월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구속되고 리타워텍은 상장폐지되면서 리타워텍은 최후를 맞이 했다. 상장폐지 당시의 주가는 고작 20원이었다.

인수합병한 회사들이 매출과 수익을 못 내는데다가 2000년대 일어났던 인터넷 투자거품이 꺼지면서 더 이상의 투자가 안 들어오자 폰지 사기와 마찬가지로 침몰한 것이다. 이 때 수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서 피해를 봤고, 주식교환으로 회사를 넘겼던 많은 자회사의 경영진들은 실제 현금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매출과 수익 없이 주식스왑을 통한 인수합병으로 외형을 키우고 주식가치만 인위적으로 올린 후 투자금을 끌어 모아 운영하다가 더 이상 투자가 안 들어오자 쓰러진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리타워텍 사건은 주가조작, 허위공시에 관한 사건이며 사기사건으로 분류되지 않고 흐지부지 끝났지만 사건의 본질은 폰지 사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리타워텍 사건을 주도한 사람의 미국명이 '찰스 스팩맨'으로 폰지 사건의 주인공인 '찰스 폰지'와 이름이 같다.

근래 모바일 및 IoT 관련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리타워텍과 유사한 사건이 내년 정도 재연될 것 같은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이 분야에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들은 리타워텍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앞서 말했지만 요즘의 폰지는 옛날의 폰지가 아니다. 리타워텍 사건에서는 아래와 같은 징후들이 있었다.

1. 주식맞교환을 통한 인수 합병으로 인위적으로 외형 늘리기2. 검증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회사가치 과대포장 3. 실적보다는 국내외의 투자유치 소식 4. 해외기업 M&A 소식5. 언론에서 경영진의 과거 경력을 바탕으로 현재 회사를 띄움

이 다섯 가지에 해당하는 기업은 회사 규모에 걸맞는 매출과 이익이 나지 않으면, 곧바로 투자가 끊기면서 폰지 사기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합병이나 투자는 자기책임하에서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김석기 (neo@mophon.net)

모폰웨어러블스 대표이사로 일하며 웨어러블디바이스를 개발 중이다. 모바일 전문 컨설팅사인 로아컨설팅 이사, 중앙일보 뉴디바이스 사업총괄, 다음커뮤니케이션, 삼성전자 근무 등 IT업계에서 18년간 일하고 있다. IT산업 관련 강연과 기고를 통해 사람들과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