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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안전한 메신저와 헌법1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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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의 IT 인사이트]

세계 2차대전 당시에는 지금과 같이 통신신호 자체를 암호화하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주고 받는 통신 내용을 암호로 주고 받고 이를 해독하는 코드북에 의해 해석하였다. 나치는 이것을 기계화하여 '에니그마'라는 암호생성 및 해독기계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침몰하는 U보트에서 이를 입수한 영국군에 의해 세계 2차 대전의 전세가 뒤바뀌었다.

시간이 흐르고 PC와 통신의 발전으로 메시징 기능은 군사적인 목적 외에도 일상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90년대에 처음으로 사용했던 메신저는 ICQ라는 인터넷 메신저였다. 'I Seek You(너를 찾는다)'라는 뜻의 문장의 발음을 차용한 재치 있는 이름의 ICQ는 초창기 인터넷 메신저로서 한때 1억명 이상 사용했지만 MSN메신저와 한국에서는 nateon에 밀려 주변에서 사용자를 찾아보기 어렵다.(아직도 웹과 모바일에서 서비스 중이다.)

한때는 MSN이, 그 다음에는 nateon이 메신저 시장을 장악했었지만 모바일로 넘어가면서부터 ICQ와 마찬가지로 카톡에 밀려 이들 역시 사용자가 예전 같지 않다.

직장인들의 PC에는 네이트온과 MSN 이외에도 사내메신저라는 인트라넷에서 제공하는 메신저가 하나씩 더 깔려있다. 사내메신저의 용도는 사내의 조직도를 찾아보거나 업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이용되지만 회사에서 직원들을 감시하는 용도로 더 많이 사용되었다. 사내메신저는 모든 내용이 회사서버에 저장된다. 이를 통해 회사의 보안사항 보호와 내부에서의 문제가 생겼을 때 조사의 목적으로 이용되며, 직원들의 불만사항의 수집과 내사, 그리고 직원들간의 불륜 같은 사적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감시도 이루어진다. 그래서 회사원들은 보통 업무적인 이야기는 사내메신저로, 개인적인 이야기들은 웹메신저를 이용했다.

물론 메신저 뿐 아니라 회사의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사내에서는 이메일 역시 마찬가지로 감시의 대상이다. 브라우저 자체가 감시를 받기 때문에 업무시간에 업무 외에 주식거래나 게임 같이 딴짓을 하면 회사에서 직원들을 모니터링 하는 부서에서 즉시 알 수 있다. 사내메신저 뿐 아니라 MSN같은 웹 메신저 역시 패킷 스나이핑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내용을 감시할 수 있다.

예전에는 네이트온을 메신저라 부르고 카톡을 모바일 메신저라 불렀지만 이제는 카톡이 자연스레 메신저가 되었고 구별을 위해 네이트온은 웹 메신저나 인터넷 메신저라 부른다. 메신저를 사용하는 메인 기기가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완전히 넘어간 것이다. 모바일은 PC와 달리 사내 통신망을 이용하지 않고 이동통신망을 이용하기에 PC메신저의 사용이 줄면서 메신저를 이용한 회사의 감시도 줄어들었다.

메신저가 모바일로 이전함으로서 근래 메신저와 메신저에 대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안전한 메신저의 선택과 이용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안전한 메신저를 찾는 사람들에게 '뭔가 숨기는 게 있느냐, 난 떳떳하니 상관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안전한 메신저의 사용은 무엇인가 숨기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개인정보가 무방비 상태일 때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가 노출되었을 때 마주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예를 들어보겠다.

보이스 피싱 전화가 그 사례인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아들을 붙잡고 있으니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한다. 다급히 집전화로 애한테 전화를 걸어보니 전화기가 꺼져있다고 나오고 수화기 저 넘어로는 살려달라고 울부짓는 소리가 들린다. 다행히 통화 중에 애가 집으로 들어와서 전화를 끊어버렸는데, 애한테 왜 전화기를 꺼 놓았느냐고 물으니 이상한 전화가 계속 와서 꺼놨다고 한다. 이런 전화는 지금은 많이 알려져서 더 이상 효과가 없지만 얼마 전까지 꽤 많이 일어났고 실제로 돈을 보낸 피해건수도 많았다. 여기서 노출된 개인정보는 자신의 전화번호와 아이의 전화번호 단 두 가지이다. 어떤 도둑은 인터넷 게시판을 돌아다니다가 휴가철에 가족이 모두 해외여행 간다는 게시물을 올린 집을 찾아서 털었다고 한다. 여기서 노출된 개인정보는 집주소 한 가지 뿐이다.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의 보호는 내가 숨길게 있거나 떳떳하지 못해서 하는 게 아니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근래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텔레그램(telegram)이라는 메신저의 사용이 늘고 있다. 텔레그램의 개발자 니콜라이와 파벨 두로프 형제는 러시아의 페이스북이라 불리는 VK 브콘탁테를 개발한 사람들로서 러시아 정부가 VK 브콘탁테를 통한 사찰과 개인정보제공 및 반정부 페이지 제제를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였고, 결국 VK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러시아를 떠나 독일 베르린으로 간 이들은 러시아 정부나 미국 안보국이 사찰할 수 없는 보안수준의 메신저를 만들었고 그것이 바로 텔레그램이다.

텔레그램의 사용법은 매우 간단하다. 구글플레이 스토어나 아이튠즈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으면 내 폰에 저장된 번호 중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자동으로 등록된다. 사용방법은 카톡보다 단순하다.

텔레그램은 모든 메시지를 높은 보안수준의 알고리즘으로 암호화하여 전송함으로 패킷 스나이핑으로 중간에 가로챈다 하더라도 내용을 볼 수 없다. 작년에 텔레그램을 해킹하는 사람에게 20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으나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은 헌법 제17조에서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그리고 헌법 제 18조에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해 놓았다. 우리가 안전한 메신저를 찾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인 권리이다.

김석기 (neo@mophon.net)

모폰웨어러블스 대표이사로 일하며 웨어러블디바이스를 개발 중이다. 모바일 전문 컨설팅사인 로아컨설팅 이사, 중앙일보 뉴디바이스 사업총괄, 다음커뮤니케이션, 삼성전자 근무 등 IT업계에서 18년간 일하고 있다. IT산업 관련 강연과 기고를 통해 사람들과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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