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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리 모인 롯데家, 첫 재판서 혐의 "모두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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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재판 중 '횡설수설'…신동빈·서미경·신영자 "신격호가 결정"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서 불거진 '경영 비리' 의혹으로 롯데 오너일가 5명이 한 날 한 시에 같은 법정에 섰다. 지난해 6월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지 9개월만, 10월 검찰이 일괄 기소한 지 5개월 만이다.

이날 롯데그룹 오너일가와 그룹의 전·현직 주요 경영진들은 검찰이 주장한 횡령·배임·조세포탈 등의 혐의에 대해 일제히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은 재판 도중 법정에 출석해 '횡설수설'하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내가 롯데를 설립하고 100% 지분도 가지고 있는데 누가 기소할 수 있느냐?"며 격렬하게 항의해 재판부가 중간에 퇴정 조치를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312호에서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롯데그룹 총수일가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재판 내내 굳은 표정이었고 평소 경영권 분쟁 등으로 긴 싸움을 했던 탓에 서로 서먹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재판에는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셋째 부인 서미경 씨가 참석했다. 특히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은 재판이 끝난 후에도 서로 별 다른 대화 없이 시간 차를 두고 퇴정했다.

신 총괄회장의 경우 고령에 거동이 불편해 실제 참석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았으나 이날 재판이 시작되고 25분 후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들어왔으며 생년월일 등 본인 확인에 대한 간단한 질문에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재판 중에 횡설수설 하는 모습을 보이자 재판부가 사건을 분리키로 하고 법정에서 퇴정할 것을 권유했지만 거부하고 목소리를 높이며 화를 내기도 했다.

다시 퇴정할 때도 신 총괄회장은 지팡이를 휘두르며 "왜 이러냐. 책임자가 누구냐. 여기 있는 사람들이 누구냐. 나를 법정에 세운 이유가 뭐냐" 등의 말을 내뱉으며 나가기를 극구 거부했지만 2시 52분께 결국 법정을 나갔다. 재판부는 "재판의 의미를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격호 "정책본부가 한 일"…신동빈·신영자 "父가 한 일"

이날 검찰은 모두 진술을 통해 신 총괄회장 등 총수일가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신 회장은 총수일가에 508억원의 '공짜 급여'를 주게 한 것으로 횡령 혐의를,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 롯데쇼핑에 774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배임 혐의를, 부실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하는 등 471억원의 손해를 입힌 것으로 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공짜 급여에 따른 횡령과 함께 858억원의 조세포탈,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롯데시네마 매점에 778억원의 수익을 몰아주도록 하고 비상장 주식을 계열사에 고가로 넘겨 9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도 포함됐다. 신 총괄회장 측은 2009년부터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고 모든 일을 그룹 정책본부가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신영자, 서미경, 신유미에게 지급하기 위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30% 할증된 비상장 주식을 계열사에 고가로 넘겼고 해당 계열사는 유동성을 상실한 손해를 입었다"며 "총수일가 급여 지급 역시 신동주, 신동빈과 공모했고 해당 급여는 계열사 주식 매수에 사용되는 등 오너일가를 더 공고히 하는 데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신 전 부회장에 대해서는 391억원의 공짜 급여를 받아간 혐의를, 신 이사장과 서 씨 등은 조세포탈 및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임대 공모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 외에도 채정병 전 롯데카드 대표,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 황각규 그룹 경영혁신실장, 소진세 사회공헌위원장 등 그룹의 전·현직 주요 경영진에 대해서도 배임 등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 변호인은 "신 총괄회장은 자신의 업무를 신 모씨에 이어 2005년부터 채정병 씨에게 맡겨 왔고 특히 급여 부분은 신 총괄회장이 총수일가의 모든 급여통장을 관리해 왔기 때문에 전혀 알 수 없었다"며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과 관련해서도 신 회장에게 단 한 번도 직접 지시하거나 상의한 적도 없으며 가족 관계상 신 회장이 이 사실을 아는 것도 원치 않아 채 씨에게 직접 지시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신 전 부회장은 공짜 급여와 관련해 자신이 이번 재판에 관여돼 있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 측 변호인은 "글로벌 기업의 임원이 국내 합작사의 임원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형사책임 하에서 문제 삼은 적 없었다"며 "롯데를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로 분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한국 계열사 등재 이사를 부담하는 한도 내에서 보수를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미경 측과 신영자 이사장 측 역시 롯데시네마 매점 임대와 관련한 배임 혐의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서 씨 변호인은 "서 씨는 롯데쇼핑에 매점 사업권을 임대받은 유원실업의 주주에 불과하며 배임죄 원칙상 공범이 될 수 없다"며 "서 씨는 배임 행위를 인식한 상태에서 배임 행위 전 과정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고 공소장 어느 곳에도 이런 예외 요건을 갖췄다는 의견도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신 이사장 변호인 역시 "신 총괄회장이 모든 의사를 결정했지 신 이사장이 결정할 입장이 아니었다"며 "신 총괄회장이 시네마통상 등의 지분도 직접 나눠주고 매점 임대 사업 지역, 대표자, 주주구성 등을 신 이사장과 무관하게 결정했기 때문에 배임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인터넷은행' 진출 위한 것"

가장 많은 이들이 얽혀있는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와 관련한 배임혐의에 대해서는 관련자 모두 '인터넷 전문 은행 사업 진출을 위한 것'이라며 배임죄의 공범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롯데기공이 롯데피에스넷의 ATM 기기를 직접 만드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던 신 회장의 말은 부당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시 피에스넷 전 대표가 다른 업체를 제안하자 이에 대해 신 회장이 의견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각규 사장 측 변호인은 "지난 2004년께 신 총괄회장이 일본의 성공사례를 들어 인터넷은행 사업을 검토하라고 지시가 내려졌고 이후 2008년 피에스넷을 인수하게 됐다"며 "인터넷은행 사업 진출을 위해서는 ATM 설치가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재무구조에 문제가 생겨 계열사들의 자금을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진세 사장 측 변호인은 "코리아세븐 대표로 재직할 당시 롯데피에스넷 지분 증자에 참여했고 이는 편의점과 인터넷은행 사업이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검찰이 롯데피에스넷의 청산을 전제로 유상증자를 한 것에 대해 배임행위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혐의 인정 여부를 확인한 후 사건을 공소사실 별로 분리해 심리하기로 했다. 먼저 오는 27일 신 회장의 롯데피에스넷 관련 배임 혐의를 심리하기 위해 장영환 전 피에스넷 대표를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한편 재판부는 재판 출석과 관련해 문제를 일으켰던 서 씨에게 "일본에 다시 갈 건가?"라고 물어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첫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고 서 씨 측에 경고한 바 있다. 서 씨는 일본에 체류하다 재판 출석을 위해 전날 밤 귀국했으며 당분간 한국에 머물며 재판에 임할 예정이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사진=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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