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경]CES 2017, 불편한 세상에 안녕을 고한다
2017.01.12 오전 6:00
핵심 키워드 '접근성'…AI는 누구를 위한 기술일까
[아이뉴스24 강민경기자]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17에 다녀온 지 3일이 지났다. 아직까지 시차적응을 못해 머릿속이 흐릿하지만, 그 때 보고 느꼈던 것들을 조금씩 되짚어 보려고 한다.

라스베이거스도 처음이었고, 이토록 큰 전시회는 더더욱 처음이었다. 발걸음이 어디를 향하는지 모르는 채 어마어마한 크기의 전시장을 누볐다. 분명 목적지를 정해 두고 출발했는데, 중간중간 눈에 밟히는 걸 좇다 보니 계획했던 경로에서 줄곧 벗어났다.

평소 사람 많은 곳을 기피하는 터라 북적거리는 현장에 끝내 익숙해지지 못했다. 휴대폰에 저장해 둔 전시장 지도를 보며 걷다가 다른 관람객과 의도치 않은 어깨싸움을 하기 일쑤였다. 다행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웃으며 "익스큐즈 미" 하고 지나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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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흡사 놀이공원 같았다. 초대형 롤러코스터나 수직하강하는 대형 놀이기구에 사람이 몰리는 것처럼, 화려한 대규모 전시관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관람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어VR로 로봇 전쟁, 보트 경주 등 역동적인 가상현실을 맛볼 수 있는 체험존을 설치했다. 이 앞에는 수백명의 관람객이 장사진을 이뤘다.


가전업체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중앙 전시장을 3분의 2쯤 돌았을까. 조금이나마 흐름을 알 것 같았다. 인공지능(AI)이 담긴 가전들은 음성인식 기능으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냉장고들은 저마다 작은 창을 하나씩 달고 있었다. 요리법을 읽어주고 식료품을 주문해주는 용도란다. 세탁기는 뭐가 그리 빨 게 많은지 한 몸에 두 개의 통을 품고 있었다.

제조사들이 소비자 편의를 위해 가전을 끊임없이 진화시키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요리, 빨래, 청소, 육아 등 집안일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러는 한편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제조사들은 AI 기술 개발에 몰두하면서 거뜬히 움직일 수 있는 소비자들을 가만히 두려고 할까? 지금도 충분히 편리한 세상인데, 굳이 그 정도의 편의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을까?



그 때 기자의 눈 앞을 지나친 건 전동휠체어를 타고 온 지체장애인 관람객이었다. 그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부스 관계자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부끄러움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내가 잠시 필요성을 의심했던 기술은 나보다 불편한 세상을 살아온 사람들을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휠체어를 타거나 지팡이를 짚은 관람객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 CES 주관사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가 발표한 이번 CES의 키워드 중 하나는 '접근성(accessibility)'이었다.

그동안 접근성이라는 단어는 추상적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 속뜻 중 하나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장애인이나 노인처럼 신체가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비장애인과 같은 눈높이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 CES는 다양한 업체들의 기술 경연장이기도 했지만, 누군가에게는 더 자유로운 세상을 향하는 다리가 되기도 했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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