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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변요한, 변하지 않는 진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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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속 연기하는 이유? 좋은 영향력 주고 싶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벌써 3년 전이다. 지난 2014년은 배우 변요한과 세 차례의 인터뷰를 했던 해였다. 그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어느 때보다 바쁘게 활동했던 때다. 첫 장편 주연작 '들개'로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같은 해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 '소셜포비아'로 부산에서 다시 인터뷰를 했을 때, 그 해 말 tvN 드라마 '미생'으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던 당시 만났을 때, 변요한에 대한 인상은 매번 조금씩 변했다.

낯을 가리는 그와의 첫 만남은 다소 심심했고 밋밋했다. 그야말로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쳐주지 않을 것 같은' 인터뷰이였다. 그저 한없이 진지하고 '연기가 고픈' 청년으로만 보였다. 그는 "낯을 가린다"는 말을 할 때조차 낯을 가렸다.

두 번째 만남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던 같은 해 부산의 한 카페였다. 해가 유난히 뜨거웠던 가을날, 나란히 부산의 술자리에 지쳐 있던 배우와 기자가 만나 사담인지 인터뷰인지 모를 앞뒤 없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솔직히 말하자면 둘 다 어제의 술이 채 다 깨지 않은 것 같았다. 술 때문인지 앞서 한 차례의 만남 덕분이었는지는 몰라도, 처음보단 편한 자리였다.

세 번째 만남은 변요한이 '미생'의 한석율 캐릭터로 큰 호응을 얻었던 때였다. 한석율과 같은 오대오 가르마에 잘 갖춰진 수트를 입고 나타난 그는 부산에서보다 조금 더 밝아져 있었다. 배역에 심취해서일수도, 몇 달 차를 두고 이어진 만남에 특유의 낯가림을 내려놓아서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이야기에도 큰 웃음을 터뜨리는 그를 보며, 몰랐던 모습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도 그가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개막식을 찾았던 때나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을 수상했던 때, 몇 차례 마주쳐 반갑게 인사를 나눴었다.

이후 그와 일대일로 만날 기회는 없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진행되는 배우 인터뷰의 관행이 '라운드 인터뷰'라는 다대일 인터뷰로 굳어지면서였다. 이런 관행 속에도 신인 배우들은 일대일로 기자들을 만나지만, 어느덧 신인의 꼬리표를 지워낸 그는 벌써 두 편의 상업영화 주연을 맡은 배우였다. 3년의 시간 동안 달리고 또 달려온 성과이기도 했다. 어쩌다보니 그가 독립영화계 스타에서 충무로가 주목하는 차세대 배우로 올라서는 과정을 차분히 지켜볼 수 있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이후 6개월 만, '하루'의 개봉을 앞두고 라운드 인터뷰에 참석한 그를 오랜만에 만났다. 수 차례의 만남으로 낯가림을 간신히 걷어냈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기자들 앞에 앉은 그는 다시 처음의 변요한, '들개'의 그 변요한이었다. 매 질문 곰곰 생각한 뒤 답을 내놓고도, 그 답이 매끄럽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지 자꾸만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다. 멋쩍은 웃음도 여전했다. 말수가 많을 때도, 아닐 때도, 그의 말과 표정엔 늘 진심이 묻어있다.

갑작스러운 인기를 얻은 뒤, 잠시든 아니든 미묘하게 태도가 변하는 배우들이 없지 않다. 그런데 변요한은 참 변하지 않는다. "인터뷰에 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평범한 인사를 그저 인사치레로 들리지 않게 말한다. 멀쩡한 답을 하고도 "저 잘 하고 있나요? 조금 나아졌나요?"라고 묻는 수수함이 꼭 처음 같다. "가능하다면 천천히, 천천히 가고 싶다"는 변요한의 바람은 어쩌면 가장 그다운 희망이다.

한편 영화 '하루'는 매일 되풀이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 앞에 지옥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두 남자의 사투를 그린다. 해외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국하던 전직 의사 준영(김명민)은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뒤 반복되는 하루 속 딸의 죽음을 계속해서 마주하게 된다. 그의 앞에 낯선 남자 민철(변요한 분)이 나타난다. 지난 15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이하 변요한과 일문일답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개봉 후 '하루' 개봉까지, 근황을 알려달라.

"'하루'까지 찍고 지금은 내 시간을 가지며 나름의 공부를 하고 있다. 피규어 제작도 하고 복싱도 하고 있다. 독립영화와 연극을 거쳐 '미생'으로 대중을 만난지 3년이 됐는데 그 뒤로 쭉 일을 했다. 내가 나 스스로를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나만의 취미를 갖고 싶어 공부를 한다는 마음으로 피규어를 만든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감성을 공부하기 위해서다. 남자 피규어만 모으고 있는데, 어린 시절 봤던 '영웅본색'부터 시작해 영화 속 남자 배우 피규어를 커스텀한다. 옷도 입히고, 카페트도 잘라 놓고, 좋아하는 배우들을 모아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배우는 어떤 인상을 쓰기에 이렇게 피규어로도 구체적인 모습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추억을 되새기기도 한다. 내가 좋아했던 것,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떠올리게 되더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이 작업을 못 한다.(웃음)"

-이번 영화도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와 같이 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인데 자칫 비슷한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지 않나. 그럼에도 '하루'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시간을 소재로 했으니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다는 걸 책을 보고서부터 생각했다. 처음 작품을 시작했을 때 '타임슬립'과 '타임루프'의 차이부터 명확히 했다. '타임슬립'은 수동적이다. 누군가로 인해, 혹은 스스로 자신이 과거를 오갈 수 있는 능력인데 '타임루프'는 그보다 더 능동적이다. 사건은 일어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인물이 움직일 수 있는 장르다. 독립영화를 찍을 때부터 메시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하루'도 그런 영화였다. 가장 중요한 건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마지막 소용돌이치는 감정에서 등장하는 해결책이 용서와 사랑이라 생각했다. 85분을 달리다 5분 만에, 다소 극단적으로, 다시 한 번 모두가 잠잠해질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사랑이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이기도 했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선 김윤석 선배가 시간을 오가는 연기를 했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드라마였던 것 같다. 드라마, 메시지에 끌렸다."

-극 중 민철의 분노를 연기하며 엠뷸런스를 찌그러뜨렸다고 들었다.

"첫 촬영이었는데 그만큼 긴장했던 것 같다. 감정에 대해 첫 촬영부터 가지고 있던 텐션이 있었고 엄청난 불안함과 긴박감을 연기하다보니 몸이 가는대로 움직인 것 같다. '미경이만 살리면 된다'고,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구한다'고 하는 장면이었는데 현장에선 손이 하나도 아프지 않았지만 집에 가니 아프더라.(웃음)"

-살도 찌우고 피부를 까맣게 한 채 등장하던데, 외양 역시 민철을 그리기 위한 설정이었는지 궁금하다.

"외형 뿐 아니라 삶에 찌든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민철도 어릴 때 미경(신혜선 분)과 연애를 할 때는 여느 청년들처럼 풋풋하고 표현에도 인색하지 않은 인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삶에 찌들다보니 얼굴도 시커멓게 되고, 수염도 자랐을 것이다. 아기를 갖고 싶다는 미경의 말에, 본인도 아이를 갖고 싶지만 무서워서 이를 피하려 하기도 한다. 민철이가 할 수 있는 건 죽어라 살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플롯 상 이만큼 에너지를 줘야지'가 아니라 그냥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름다운 청년들이었다."

-민철의 과거가 어쩌면 단편 '목격자의 밤'이나 '타이레놀' 속 인물 같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아마 '타이레놀'의 그 친구는 더 갔을 것 같다. 수염도 더 길었을 것 같고.(웃음)"

-또래 배우들 중 연기력이 뛰어난 것으로 손꼽히는데 본인의 연기에 도취된 적은 없나?

"연기를 제일 잘 한다고? 금시초문이다. 내 매니저만 '형이 제일 잘합니다'라고 한다.(웃음) 칭찬 받고 안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당연히 좋다. 하지만, 예를 들어 예전에 굉장히 좋았던 작품이나 그 안 배우의 연기를 나중에 다시 봤을 때, 그 때만큼 좋은 감흥이 들지 않을 때가 있지 않나. 반대로 '이상하다' 했던 연기가 다시 보면 훌륭해보일 때도 있다. 그 감정도 순간 아닌가. 그래서 연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신선함도 순간인 것 같다. 클래식한 연기, 슬픔이면 슬픔, 분노면 분노, 멋내지 않는 것이 오래 봐도 좋을 것 같다. 오래 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 필모그라피를 쌓으며 대중에게 하나씩 믿음을 드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휘청거릴 수도 있다. 내가 그런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열심히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본질을 계속 찾고 싶다. '나는 누구지?'라고 물으며 계속 공부하고 싶다."

-그걸 위해 피규어 제작을 하는 건가?

"피규어도 그렇고, 복싱도 그렇다. 낙원상가도 자주 간다. 그냥 가보면 굉장히 훌륭한 분들이 많다. 악기를 고르러 오신 분들인데 드럼을 엄청 잘 치고, 색소폰도 잘 불고, 피아노도 라이언 고슬링보다 더 잘 친다.(웃음) 사진을 찍기도 하고 물어보기도 한다. 드럼도 배워보고. 그렇게 많이 배우고 공부하고 있다. 그런 시간들이 유일하게 나를 사랑하는 시간인 것 같다."

-배우로서 살아가는 데 지향점이 있다면?

"지향점이라는 건 나에게 너무 먼 이야기다.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하고 싶다. 장르가 어떻든, 내가 하고 싶은 연기, 배울 수 있는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라면 하고 싶다.독립영화를 찍을 때도 그랬다. 물론 세상에 나오지 않은 영화들도 있다. USB로만 소장한 작품도 있다. 하지만 그걸 보여줬을 때 한 명 정도는 웃고, 또 한 명 정도는 울었다. 소신껏 본질에 맞는대로 연기하고 싶다. 천천히, 천천히 가고 싶다. 가능하다면 오래 연기하고 싶다."

-'본질'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내가 왜 연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단순하게 딱 하나만 이야기하면, 추상적인 말이지만 '좋은 영향력'인 것 같다.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결국 좋은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문화라는 것의 힘이 센 것 같다. 학교 다니며 스승님에게도 그렇게 배웠는데, 한 사람이 몇 명을 움직인다는 말이 있지 않나. 내가 그렇게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 명에게라도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하루'라는 영화 역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라 설명하지만 동시에 휴먼 드라마다."

-변요한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랑이 많은 사람인가.

"사람을 좋아한다고는 말 못하겠다. 사랑이 많다고도 못하겠다. 사랑이 많은 사람이고 싶다. 유학 생활을 오래 해 외로움을 많이 타는데, 요즘은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하려 노력한다. 미안하다는 말도 한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그렇다. 어떤 친구에게 '사랑한다. 응원한다'고 말했더니, 울더라. 그만큼 내가 표현에 인색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간 친구들과 직설적으로 대화를 나눴던 것이 친구니까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나도 친구들에게 '응원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 때가 있던 것 같다. 그 친구가 울기에 나도 울 뻔했다.(웃음)"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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