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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그리는 돈의 미래]① "핀로보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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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7주년] 2017년, 금융업 인공지능 도입 원년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인공지능(AI)이 다양한 분야로 침투하는 가운데, 금융산업 곳곳에도 영향력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그 활약상이 가시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인공지능이 적용되고 있는 국내외 금융산업 영역들을 알아보고 이에 따른 다양한 영향을 예상해본다. 아울러 인공지능으로 인한 부작용과 우려, 대응방안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보수적인 금융권에도 제4차산업 혁명의 바람이 분다. 2017년은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을 뜻하는 핀테크를 넘어 '핀로보(FinRobo)'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핀로보란 프라이빗뱅커(PB)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금융서비스를 뜻한다.

실제 과거 단순 업무에 한해 도입됐던 인공지능은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통계·분석 등의 기초적인 분야에서 신용평가, 자산관리 등 고급 분야로 기능이 고도화되는 중이다. 물론 금융업계의 인공지능 활용 정도는 아직 '초기 단계'로, 여전히 거액의 투자 부담이 존재하지만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 및 부가가치는 매우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금융업 어떤 분야에 인공지능이 도입됐을까.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통계·문서 작성 ▲고객 응대 ▲준법감시 ▲신용평가·심사 ▲트레이딩·투자 등 크게 5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통계·문서 작성 부문에선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앞서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14년 인공지능 금융분석시스템 '켄쇼(Kensho)'에 약 1천500만 달러를 투자해 IB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켄쇼는 전문 애널리스트가 40시간에 걸쳐 진행하는 자료 분석 및 투자 전략 제시 작업을 단 몇 분 만에 해내 시간과 비용을 효과적으로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많은 금융기관들이 경제지표·기업실적·주가동향 등을 분석해 보고서를 자동 생성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활용 중이다.

영업점 직원들의 고유 영역인 줄 알았던 고객 응대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미 일본의 도쿄미츠비시UFJ, 미즈호은행 등은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해 고객의 행동·표정 분석과 대응을 수행하는 로봇은행원을 주요 지점에 배치했다. 아울러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메신저 '챗봇' 서비스도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저변 확대 '일등공신'

트레이딩·투자는 금융업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이 가장 적극적인 분야 중 하나다.

특히 과거부터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발히 이용해온 트레이딩 분야는 최근 인공지능을 통해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미국의 브릿지워터는 사내에 인공지능팀을 신설했으며, 홍콩의 아이디야(AIDYIA)와 미국의 리벨리언리서치(Rebellion Research) 등 인공지능 활용 전문 헤지펀드도 등장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인공지능 저변 확대의 일등공신은 자산운용업계의 로보어드바이저다.

올해 1월 출간된 책 '로보 파이낸스가 만드는 미래금융지도'에 의하면 글로벌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소규모 스타트업 중심에서 블랙록과 뱅가드, 찰스스와프 등 대형자산운용사로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에 따르면 지난해 3천만 달러에 불과했던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자산 규모는 오는 2020년 2조2천만 달러로 증가해 전체 운용자산의 5.6%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실로 '로보어드바이저 열풍'이라 일컬을 수 있을 정도로 글로벌 금융사는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에 한창이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IBM의 인공지능시스템 '왓슨(Watson)'을 이용해 우수고객 대상 맞춤형 투자자문과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피델리티도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를 인수하거나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중이다.

◆인공지능 한계 없다…준법감시부터 신용평가까지 OK

규제와 기술을 결합한 인공지능 기반의 '레그테크(Regtech)' 도입도 확산되는 추세다. 레그테크란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줄임말로, 내부 통제와 법규 준수가 용이하도록 하는 정보기술을 일컫는다. 대표적으로 호주의 금융정보분석센터(AUSTRAC)는 인공지능으로 복합금융거래 속 자금세탁·탈세 혐의를 분석하는 차세대 FIU(Financial Intelligence Unit)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영국 스타트업인 에스테틱 인테그레이션(Aesthetic Integration)은 인공지능으로 금융사의 알고리즘을 분석해 부정행위가 있었는지 분석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미국의 핀테크 업체 빌가드에서는 신용카드 청구 오류나 수수료 과다 인출 징후를 포착해 경고해준다.

세계경제포럼은 오는 2025년까지 세계 금융기관의 30%가 인공지능 기반의 준법감시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규제가 복잡해지고 강화될수록 관련 인력의 채용 등 준법감시 비용이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리스크 측정, 불법행위 감지 등을 효율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에 인공지능을 결합하면 대출신청자의 신용도를 판단하고, 채무불이행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다. 기존 신용평가사의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신용평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신용등급을 발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국의 제스트파이낸스(ZestFinance)는 금융 소비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 행동이나 동호회 활동, 대출신청서 작성에 걸리는 시간 등 1만개의 변수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10초 내에 신용도를 평가한다. 기존의 평가 기준으로는 대출을 못받는 사람들을 주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고객층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금융권에서도 신용평가에 인공지능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의 미즈호은행과 소프트뱅크는 공동출자사 J스코어를 설립하고 올해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가계대출을 시작한다. 인공지능은 은행계좌 입출금 내역과 휴대전화 요금 지불 상황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 한도와 대출 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적용 실패도 …중장기 관점 접근해야"

그러나 인공지능을 도입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씨티은행의 경우 2012년 금융권 최초로 고객상담·신용평가 등에 인공지능을 도입했지만, 현재까지 유의미한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최대 주식중개 업체였던 나이트캐피털은 시스템트레이딩 소프트웨어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대규모 주문 오류가 발생해 파산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단기성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조윤정 KDB산업은행 산업분석부 연구원은 "금융업의 인공지능 활용이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해 단기적인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인공지능 도입 시 장기적 관점에서 목적, 관리체계, 목표시장, 수익구조 등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성과 창출 지연뿐 아니라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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