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대격변]③ 4차혁명 이끌 스타트업을 키우자
2017.03.23 오전 6:17
'벤처 생태계' 여전한 과제 …자금지원 보다 규제완화 '절실'
[아이뉴스24 조석근기자] 제4차 산업혁명의 ICT 융합 생태계 기반 제2, 제3의 '벤처 붐'은 가능할까.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성공적인 대응을 위해 한국판 우버, 샤오미 등 이른바 성공한 'K 벤처스타'를 육성할 수 있는 풍토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같이 창업 및 스타트업 육성 전략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지속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ICT 분야 국내 대기업들도 융합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스타트업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주요 대선주자들 역시 제2, 제3의 '벤처 붐' 조성을 위한 공약들을 경쟁적으로 내걸고 있다.

다만 역대 정부마다 스타트업, 벤처 육성 정책을 추진했지만 평가는 전반적으로 낮은 편. 가시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자금 등 물량투입 위주의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실패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 보다 혁신적인 기술이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진입장벽 제거 등 규제완화가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학계 및 업계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지원은 하되, 간섭은 최소화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선택과 집중 전략 아래 민간이 창업보육 과정을 주도하고, 시장진입이 수월하도록 규제환경을 대폭 개선하는 제도적 접근에 집중하라는 것.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에 발맞춰 정부의 스타트업, 벤처 정책에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역대 정부 스타트업 지원 강조했지만 …효과는 글쎄

4차 산업혁명은 서로 다른 산업의 융합을 특징으로 한다. 세계적으로 기술 선점 경쟁이 치열한 자율주행차의 경우 차량형 반도체, 전자장비, 네트워크,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보안기술, 미디어 콘텐츠 등 ICT 분야의 다양한 기업들의 기술결합을 요구한다. 기계 부품 위주의 전통적 자동차 산업과 생태계 구조가 확연히 다르다.

이같은 융합산업의 특성상 대기업과 하청업체 위주로 이뤄진 기존 산업구조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불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양한 응용기술과 아이디어를 갖춘 스타트업, 벤처 업체들이 등장하고 대기업들과의 수평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관련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ICT 분야 주요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텔레콤의 경우 향후 3년간 관련 생태계 조성에 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5세대 이동통신(5G) 조기 상용화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관련 가상·증강현실, 커넥티드카 등 차세대 서비스 시장 선점에는 이들을 통한 혁신 수혈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이 같은 생태계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 실제로 최근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가치 10억달러(1조원) 이상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은 세계적으로 180여개 가량 된다. 이 중 미국과 중국이 99개, 42개로 전체 70% 이상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 중에서도 쿠팡, 옐로모바일, 넷마블게임즈 등 3개 업체가 유니콘으로 분류되지만 상위권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우리도 정부 차원의 육성 정책 등이 추진됐지만 큰 효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심지어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권 교체에 따라 현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로 대표되는 스타트업 육성정책은 자칫하면 중단될 판이다.

실제로 현 정부는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 국내 스타트업 및 벤처 기반 확충을 위해 대규모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정부와 각 지자체가 전담 대기업과 함께 조성한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그 대표 사례다.

현 정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이 사업은 각 센터별 15개 전담 대기업을 지정하고, 정부, 지자체, 대기업 출자를 통해 1조7천억원의 지원펀드도 조성됐다. 서울과 경기, 충남·충북, 경남·경북, 전남·전북, 제주 등 각 광역 단위마다 혁신센터를 두고 이를 신기술 창업, 지역경제 활성화의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성과는 저조하다는 평가다. 전국 혁신센터는 지난해 8월 1천200개 창업보육 기업에서 1천640억원의 매출과 1천440여명의 고용 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청의 창업보육센터보다 예산은 더 많지만 보육업체는 20%, 매출과 고용인원은 각각 10% 미만에 그친 것.

국내 창업보육 관련 정부 지원사업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융합산업 분야의 대규모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지원한다는 취지는 긍정적이나 정부 및 대기업 주도로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여전한 것.

이무원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대구 혁신센터는 삼성, 부산 혁신센터는 롯데가 맡는 식으로 마치 야구단 창설하듯 정부가 기업을 동원하는 구조"라며 "오히려 창업기업과 전담 대기업의 수직적 종속구조만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펀드지원 얼마, 스타트업 몇 개 유치 하는 식으로 정권 홍보 차원의 보여주기식 요소가 강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창조경제 사업만이 아니라 역대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이 이같은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스타트업 인허가만 1년··· 신기술 규제완화 절실

스타트업 및 벤처 생태계 확대는 이번 대선에서도 산업 및 경제 분야의 핵심 이슈 중 하나다.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격상시켜 중소벤처 정책의 위상을 강화하는 방안과 함께 창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각 정당과 주요 대선주자들을 통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은 창업 생태계 확대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의견이 일치한다. 다만 지원 방식이 문제라는 인식이다. 역대 정부와 정치권의 해법이 여전이 정부가 주도하는 식인 데다 직접적인 투자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창업 아이디어의 실질적인 사업화를 위한 제도 개선은 상대적으로 도외시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정책적 한계는 국가 연구개발(R&D) 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원천기술, 응용기술 분야 한국의 R&D 투자비율은 GDP 대비 4.2%로 세계 1위다. 지난해 R&D 예산 19조원 중 ICT 분야는 3조원가량으로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입됐다. 그러나 정작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아 사장되는 기술들이 허다한 형편이다.

이성엽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교수는 "스타트업 시장에서도 역대 정부가 십수년째 창업 활성화 정책을 펴면서 지원자금은 이미 차고 넘치고 있다"며 "창업보육 자체는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시장성이 큰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 초첨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ICT 융합분야의 경우 특히 높은 규제장벽이 신기술의 시장 진입 및 활성화를 방해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우버 택시가 대표적이다. 우버는 기업가치 70조원 이상의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이다. 공유경제와 O2O(온오프라인연계) 비즈니스 결합으로 4차 산업혁명의 융합 아이콘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우버의 택시 비즈니스모델은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실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운수사업법상 공유 형태 차량에 대한 택시 등록이 이뤄지지 않는 데다 택시조합의 반발도 거세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헬스케어, 금융업 분야의 경우 특히 규제가 강하게 작용하는 업종들이다. 의료기기 논란이 됐던 웨어러블 기기나 인터넷전문은행 등도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다.

서상봉 스마일게이트 희망재단 이사는 "신기술 또는 융합서비스 분야의 스타트업 인허가 문제로 창업하고도 1년 가까이 손 놓고 있는 업체들이 많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규제완화로 시장진입의 길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언 정보통신청책연구원 ICT전략연구실장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국내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노동, 법 제도의 경직성"이라며 "창업시장 내 퇴출과 재진입이 용이한 구조를 만들고 다른 산업계와 갈등을 조정하는 등 정부로선 제도적 지원에 초점을 맞출 차례"라고 설명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