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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P&G 역사 시작된 아이보리데일 혁신 센터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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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에어 케어 제품 연구·안전성 검사 실시…P&G 제품 개발 중추 역할

[장유미기자] 178년 전 양초와 비누를 만들어 팔다가 점차 영역을 넓혀 지난해 전 세계 180개국에서 생활용품으로 연매출 763억 달러(한화 86조6천억원)를 기록한 기업이 있다. 바로 질레트, 페브리즈, 다우니 등으로 유명한 P&G 얘기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13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도심에서 차로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어느 한 마을에는 P&G의 여러 공장과 R&D 센터들이 스프링 그로브 애비뉴를 따라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이 중 코너를 돌고 돌아 도착한 P&G 아이보리데일 혁신센터(Ivorydale ICT)에는 곳곳에 라벤더 꽃이 심어져 있어 공기 중에서 은은한 향기가 느껴졌다. 또 그동안 언론에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던 탓인지 둘러보는 내내 삼엄한 경비 속에 센터 투어가 진행돼 긴장감이 돌았다.

P&G 아이보리데일 혁신센터는 페브리즈 제품 개발과 안전성 점검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곳으로, 현재 1천여명의 직원 중 650명의 R&D 연구원이 패브릭 및 홈케어 제품군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P&G의 모든 제품은 출시 전에 반드시 이곳을 거쳐 피부 접촉, 호흡기 노출 등 제품 사용 방식을 고려해 각 제품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곳에서 안전성을 검증받지 못했을 경우에는 아무리 오랜 연구 끝에 탄생한 제품이라도 시장에 나올 수 없다고 한다.

P&G는 윌리엄 프록터와 제임스 갬블이 돼지 기름으로 양초와 비누를 만들어 팔면서 시작된 회사다. 두 창업자는 지난 1840년대 마이애미&이리 운하 부근 센트럴 애비뉴에 첫 제조 공장을 설립했고 1879년 '아이보리' 비누를 출시해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P&G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지난 1884년 센트럴 애비뉴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공장을 다시 지어야 했다.

이후 두 사람은 신시내티 북부 밀 크릭 지역 주변에 최신식 제조공장 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유명 건축가인 솔론 베만을 고용했고 지난 1885년 첫 제품인 '아이보리' 비누의 이름을 딴 아이보리데일 지역에 제조공장 단지를 만들었다.

지난 1886년에는 아이보리데일 지역 공장 안에 P&G의 첫 화학실험실을 만들었고 이후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때 만들어진 화학실험실이 아이보리데일 혁신센터의 시초가 됐고 이곳은 현재 북미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연구센터로도 유명하다.

두 창업자는 아이보리데일 제조공장 단지에 최신 산업 기술을 적용하고 전기 설비와 쾌적한 통풍 시설 등을 갖춰 근로자들에게 최상의 업무 환경을 선사하고자 노력했다. 이를 위해 당시 총 300만 달러(현재 가치로 환산 시 7천9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돌을 쌓아 건축한 27개 건물이 잔디, 꽃밭과 어우러져 공원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조성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승승장구하던 P&G는 1887년 최초로 배당금을 지급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 세계 최초 합성세제 타이드, 세계 최초 가정용 섬유유연제 다우니, 세계 최초 일회용 기저귀 팸퍼스 등을 개발하며 지속적인 혁신을 거듭해왔다.

이처럼 P&G가 발전을 거듭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이보리데일 혁신 센터를 비롯해 브뤼셀 혁신 센터, 고베 기술 센터, 최근 설립된 싱가포르 혁신 센터 등에서 전 세계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각 나라의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제품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보리데일 혁신센터는 P&G만의 냄새 제거 핵심 기술이 개발된 곳으로, 이날도 페브리즈 제품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이보리데일 혁신센터에 있는 연구원들은 페브리즈 제품에 적용되는 다양한 실험을 실시하고 있었다. 연구실 곳곳에서는 성분 조사, 성분 배합, 노출 모델링, 농도 검사, 분사 시 입자가 튀어 오르는 정도(bounce-back) 검사 외에도 제품의 안전성 검증을 위한 여러 실험이 진행됐다. 또 다양한 환경에서 페브리즈 제품의 냄새 제거 성능, 향의 종류와 지속성에 대한 시험도 함께 이뤄졌다.

P&G 제니퍼 치아오 글로벌 에어케어 R&D 책임자는 "페브리즈 연구원들은 제품 디자인, 제조, 포장 개발 등부터 향기, 미생물학, 공학, 후각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다"며 "페브리즈 제품을 통해 우수한 냄새 제거 기능과 최고의 향기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G는 냄새 제거 관련 핵심 기술인 '사이클로덱스트린'과 'pH 중성화' 기술을 이곳에서 개발해 '페브리즈' 제품을 1990년대 후반 출시했다. 옥수수 전분에서 유래한 사이클로덱스트린은 냄새 분자를 도넛 모양 안에 가두면서 냄새를 효과적으로 제거해주는 기술로, 1994년 P&G의 R&D 과학자였던 토안 트린이 개발했다.

또 P&G는 이곳에서 페브리즈가 냄새 제거 기능뿐만 아니라 쾌적한 향도 낼 수 있도록 향기 관련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현재 P&G는 전세계 향기 제조 전문가의 5~10%에 해당하는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급 향수 제작자와 동일한 기술을 사용하고 세계적인 향수 제조 기업과 함께 협력하고 있다. 더불어 모든 제품은 국제향료협회(International Fragrance Association, IFRA) 안전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이날 오후에 찾은 센터 내 후각 실험실에는 2개의 큰 방과 6개의 중간 크기의 방, 9개의 작은 후각 실험실이 마련돼 있었다. 각 방은 온도, 습도, 환기율(ventilation rate) 등을 각각 다르게 자동으로 설정할 수 있으며 매번 새로운 실험을 시작하기 전 방을 환기하고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큰 방과 중간 크기의 방에서는 전 세계 각 지역의 기후를 반영해 온도, 습도의 변화에 따라 향의 강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평가할 수 있었다. 또 작은 후각 실험실에서는 베이컨 등 음식 냄새가 날 때 페브리즈 제품을 사용했을 경우 냄새가 얼마나 제거되는지와 향이 얼마나 강한 지에 대한 평가가 진행됐다.

P&G 관계자는 "이 실험실에서는 매년 800건의 실험이 진행되며 15명의 전문 패널을 통해 매년 3만5천~4만5천건의 향기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며 "전문 패널은 동일한 향기를 맡았을 때 일관된 점수를 줄 수 있도록 적어도 3개월 이상 후각 관련 교육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문한 입자 크기 분석 실험실에서는 현 업계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레이저 회절(diffraction) 입자 분석 방법을 통해 입자 크기를 분석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방법을 통해 스프레이를 분사함과 동시에 레이저를 쏜 후 레이저 회절 정도와 회절 위치에 따라 입자 크기를 측정할 수 있었고 다양한 입자 크기는 모니터에서 분포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P&G 매튜 바우어 박사는 "비강 스프레이, 흡입기, 천식 환자용 분무기 등을 만드는 제약회사 및 헤어 스프레이, 데오드란트 스프레이 제조사 등에서도 동일한 방법을 사용한다"며 "이 방법을 통해 페브리즈의 입자 크기를 85~120μ로 디자인함으로써 폐에 페브리즈 성분이 들어갈 수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나와 계단으로 한 층 올라가 찾은 성분 분석 실험실에는 자기 공명 분석 장비,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 장비 등 각종 기계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곳곳에서는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기계 앞에 앉아 실험에 열중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P&G 리우 박사는 "이곳에서는 실제 소비자가 제품을 이용하는 행태를 연구하고 이와 동일한 환경을 만들어 인체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고 있다"며 "통상 소비자들이 옷에 페브리즈를 분사할 때 45도 각도로 여러 곳에 나눠서 3번 정도 분사한다는 점을 토대로 실험해 공기 중에 있는 페브리즈 성분을 시간에 따라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P&G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디데실디메틸암모늄클로라이드(DDAC)의 경우 분사 시점에서는 0.032가 측정되지만 1분 후에는 0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P&G는 페브리즈가 흡입독성에 대한 걱정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우 박사는 "모든 성분에는 안전 범위가 있으며 비타민이나 물도 마찬가지다"며 "페브리즈 내 DDAC는 안전 범위 내에서 극소량으로 들어있는데다 입자 사이즈도 크고 비휘발성이라 분사하자마자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위해는 없다"고 강조했다.

신시내티(미국)=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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