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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공판 14시간 강행…증인진술 번복으로 ‘혼란’2017.05.18 06:46
특검, 진술조서와 다른 증인 대응에 ‘진땀’…삼성도 ‘전전긍긍’
[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4차 공판이 무려 14시간동안 강행됐다. 그간 열렸던 공판 중 최장시간 동안 속개됐다. 특검과 삼성 측 모두 진술조서와 다른 증인들의 심문 내용에 발목이 잡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4차 공판이 열렸다.

그간 열린 공판 중 가장 최장시간동안 진행됐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공판은 오후 11시 40분이 넘어서야 끝났다. 무려 14시간 동안 진행됐다. 점심과 저녁시간을 제외하면 대략 11시간 정도 속개됐다.

중간에 저녁시간을 건너뛰고 진행하자는 이 부회장의 언질이 있었으나, 공판의 집중도를 높여야된다는 재판부의 판단하에 시간이 더 뒤로 밀렸다. 이 부회장의 경우 저녁 식사를 위해서는 구치소를 다녀와야한다. 간혹 점심시간에 저녁까지 준비해오기도 하지만 이번 공판의 지연을 예상치 못해 준비가 되지 않았다.

공판이 길어진 이유는 따로 있다. 특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의 진술조서를 바탕으로 심문을 진행했으나 증인들이 조서 내용을 번복하면서 질문과 답이 길어졌다.



◆ 특검, 유도심문으로 증인 판단 요구해

공판 오전에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해 청와대와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중요 증인이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 1998년 4월께 박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 이후로 18년간 보좌한 인물이다. 2013년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제1부속비서관으로 근무하다 2015년 부속비서관실이 합쳐지면서 2016년 10월 31일까지 통합부속비서관으로 역할을 수행했다.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대통령의 일정을 관리하고 관저 및 일반행정, 대통령 보고 문건 접수 및 보고, 대통령 지시사항 업무, 메시지 전달사항 등을 챙기는 등 대통령에서 밀착 보좌한다. 그만큼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와의 관계와 이 부회장의 대가성 뇌물 공여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키맨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전 공판은 특검에게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특검이 미리 만들어놓은 프레임을 껴맞추기 위해 증인에게 원하는 대답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심문했다는 삼성 측의 반박이 거세지면서 방향을 잃었다. 또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중요 문서 유출 건이 이 부회장의 재판에서 다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특검은 김종 전 문제부2차관이 2013년 7월께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연락하라며 휴대폰 번호를 받았다는 진술에 대해 물었으나 전 전 비서관은 "김 종 차관과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김 종 차관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전화통화한 기억이 안나기 때문에 장충기 전번도 기억할 수가 없다. 만약 저한테 받았다면 대통령 아니면 최 씨가 알려주지 않았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 측 변호인단은 "김종 전 차관이 거짓을, 또는 착오로 진술했을 수도 있다. (증인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정도의 진술일 뿐이다"라고 물었고 정 전 비서관도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변호인단은 "또 다른 진술인이 이렇게 얘기했으니 이게 맞지 않은가라고 증인에게 자꾸 판단권을 준다"고 지적했다.

특검의 심문 중간에는 재판부가 나서 "증인이 해서 입증될 사안이 아니니 사실 확인만 하라"고 중재하기도 했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차 독대 전 말씀자료에 "현행 법령상 정부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지만,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 정부 임기내에 승계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함. 금번 사태를 계기로 삼성이 주주 중시 경영 측면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해서 모든 주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람"이라는 내용을 공개했다.

변호인단은 말씀자료에 명시돼 있다고 해서 박 전 대통령이 그대로 따랐다는 정황이 없으며, 정 전 비서관이 동석하지 않았기에 실제 독대 현장에서 어떤 말들이 오고 갔는지는 입증할 수 없는 것이라 반박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 부회장을 만날 때 쓰는 말씀자료는 일종의 참고자료다. 그대로 말하게끔 쓰는 말씀자료와는 다르다. 참고자료는 그대로 가지고 들어가는 경우가 없고, 상황 보시면서 대통령이 참고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증인은 (독대 자리에) 배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으로써는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진술했는데, 그런 자료가 있으니 이렇게 얘기했을 것이라 추측한다"며, "특검이 제시한 그 어떤 내용도 입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진술 번복과 모르쇠로 길어진 공판

오전 공판에서는 삼성측이 유리하게 진행되는가 했으나 오후에는 특검에 힘이 실리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전환됐다. 오후에는 이영국 전 승마협회 부회장(상무)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과 특검을 오가면서 한 진술들이 번복되고, 불리한 질문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특검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특검은 이 상무가 검찰과 특검 진술과 달리 그 당시 최 씨를 몰랐다고 일관했으나 증거 조사를 토대로 구체적으로 그들의 영향력을 얘기했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증거 조사에서 계속 나왔던 것처럼 구체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이 부분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유는 당시 검찰 조사가 대통령이 (탄핵) 하지 않은 상태였고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정황증거로 승마인의 밤과 각종 문자 메시지, 2015년초 언론의 기사들을 통해 정윤회 씨 뿐만 아니라 최 씨의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언론에 정유라 씨가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고 예의 주시했고, 민감했던 걸로 보여진다"며, "반증으로 삼성이 이런게 알려지면 우려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의 진술 번복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특검은 "서로 양쪽의 양립할 수 없는 얘기가 나오면, 삼성 법무팀에서 움직여 의도적으로 빠뜨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의 주장은 이 상무의 진술 때문이다. 이 상무는 "삼성전자 법무팀 소속으로 추정되는 직원들이 장충기 사장의 지시를 받은 부분에 대해 진술하지 말아달라고 조언을 해 장충기 사장의 지시를 받은 부분을 누락하고 진술한 것이다"라고 진술했다.

이 상무가 승마협회 부회장에서 경질될 때의 시점에 대해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이 상무는 2015년 7월 26일 부회장직 교체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으나 추후에 22일로 번복한 바 있다. 이 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차 독대가 2015년 7월 25일 있었기 때문이다.

이 상무는 특검의 지적에 대해 재차 부인했다. 이 상무는 "그 부분은 검사에게 얘기하고자 한 것은 1차 때 김재열 사장 지시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을) 했고, 2차때는 장충기 사장 지시로 했으나, 처음 진술할 때는 장충기 사장을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안한 것 뿐이다. 법무팀에서 장충기 사장 지시한 것도 할 수 있으면 말하라라고 해서 보완해서 진술하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중간에 실랑이도 벌어졌다. 이 상무가 특검이 이러한 진술을 할 때 도움을 줬다고 말한 게 불거졌다. 오전 공판에서도 특검이 유도심문을 통해 미리 짜놓은 프레임에 억지로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는 변호인단의 비판이 있어왔다. 특검은 "이 진술의 경우 증인이 직접 말한 내용이고 (특검에서는) 언질을 준 적이 없다"고 다그쳤다.

심문이 계속되자 재판부가 나섰다. 김진동 부장판사는 "특검이 미리 언질을 준 게 사실인가"라고 물었으나 이 상무는 "조금 도움은 줬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적극적으로 삼성전자 직원이 허위 진술하라고 지시한 정도는 아니다라는 맥락으로 해석해야 되는 것인가"라며, "법무팀 소속 직원이 잘못 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상무도 동의를 표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진술조서를 토대로 이 상무가 당시 진술에 어려움을 겪었음을 반증하는 내용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검의 1차 조서는 2017년 1월 3일 오후 2시부터 날을 넘긴 4일 1시56분까지 심문과 열람이 이어졌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고, 당시 독감에 걸려 있어 체력적으로도 힘든 시기였다는 게 이 상무의 증언이다.

같은날 오후 3시부터 다시 심문이 시작돼 오후 23시44분에 심문이 끝나고 24시22분까지 열람을 마쳤다.

변호인단은 "참고인 신분에서 연이틀 새벽조사를 받았다. 증언하는 것도 힘들다. 당시 건강상태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특검 조사에 증인이 아는대로 얘기했고, 숨긴것도 없었다"라고 질문했으며, 이 상무는 그렇다고 동의했다.

검찰 심문도 지적했다. 검찰 진술은 2016년 11월 28일 오후 4시55분부터 다음날인 0시 29분에 종료됐다. 하지만 열람시간은 약 16분밖에 되지 않았다. 이 상무는 "조사를 처음 받아서 검사가 작성한 조서를 함부로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많았다"며, 당시 열람에서 잘못된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는지도 알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한편, 18일 열리는 이 부회장의 15차 공판에는 최명진 전 국가대표 승마팀 감독과 이규혁 전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삼성승마단 해제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에 대한 내용이 다뤄질 전망이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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