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8차 공판, 정유라 승마지원 공방
2017.04.27 오후 7:17
7차에 이어 비진술증거 기반 서증조사 속개
[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8차 공판이 속개된 가운데, 7차에 이어 비진술증거 기반 서증조사가 진행됐다. 8차 공판에서는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 씨의 승마지원을 누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27일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장충기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차장 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의 8차 공판이 속개됐다.

8차 공판의 쟁점은 ‘정유라 승마지원’이다. 비진술증거를 토대로 특검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이 시발점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다만, 특검이 이 부회장의 대가성 청탁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다뤄진 쟁점에 대한 반복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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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지난 공판에서도 강조했듯이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관계를 미리 인지하고, 정 씨의 승마지원을 진행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다수 증거들을 공개했다.

특검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이메일 등을 제시했다. 특검은 삼성이 정 씨가 2015년 5월 출산한 점을 미뤄 6월부터 본격적인 승마 지원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2015년 6월 10일 박 전무가 승마협회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김종찬 전 승마협회 전무에게 전달해달라며 ''승마 중장기 로드맵(이하 승마 로드맵)'' 파일을 첨부했다. 여기에는 삼성이 회장사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다음날 11일 보낸 승마 로드맵에는 회장사가 삼성과 한국마사회로 적혀 있다. 삼성의 요청으로 수정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첫 버전과 달리 두번 째 버전에서는 후원금인 300억원이 너무 크니까 마사회를 집어 넣어서 다시 만들었다. 나중에는 로드맵을 두개를 준다. 만약 (박원오 전무가) 먼저 제시했다면 이런 식으로 해서 3차례나 버전이 바뀌는 과정이 없었을 것이다. 박상진(전 삼성 사장)이 요청을 했기 때문에 수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7월 25일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2차 독대가 끝난 다음날인 26일 박 전 전무는 최 씨에게 삼성그룹 대한승마협회 지원사 현황 파일을 보냈다. 이 파일에는 협회실무운영을 위해 파견된 삼성그룹 임원과 그간의 문제점들이 기술돼 있다.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올림픽 준비에 삼성이 전혀 관심이 없고, 이메일을 보내고 반응이 없어 새로운 그룹인사를 파견하는 것이 해결방안이라고 나와 있다.

특검은 "당시만 하더라도 회사(코어스포츠) 설립 준비가 안돼 있어서 정확한 언급이 없는데, 독일전문운영컨설턴트회사와 운영계약을 체결하고 신속하고 확실한 지원을 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삼성 측 이행과정에서 다 실시됐다. 문건 이전에 구두로 다 협의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에 따르면 2015년 8월 25일 코어스포츠 설립이 완료되고 다음날 26일 삼성의 후원금이 전달됐으며, 이후 코어스포츠 대표가 시임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살펴봤을 때 코어스포츠가 거의 최 씨의 개인 회사처럼 쓰였다.

같은해 10월 26일 박 전 전무가 황성수 전 삼성 전무에게 보낸 이메일을 살펴보면 정 씨를 위한 마필구입권과 피엔케이홀스에 대한 용역대비 후원금 등이 표시돼 있다.

선수들에게 지원될 모든 지원 비용들은 여사(최 씨)께서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혹시 선수들에게 분담될 세금 문제가 발생할 시에는 코어 측에서 부담하겠다는 (최 씨의) 전언이 있었다고 명시돼 있다.

이후 같은 해 11월 29일 박 전 전무가 최 씨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는 박 전 전무가 마필구매 과정에서 횡령을 했다는 의심을 사 최 씨에게 버림을 받으면서 보낸 ‘회장님께’라는 문서가 첨부돼 있다.

특검은 같은해 12월 7일 박원오 전무와 김종찬 전무, 황성수 전무 등이 만나 국내에서 불거진 삼성 정유라 특별 지원 건에 대한 대책 회의가 열렸다고 언급했다. 회의록에는 “정유라 지원여부 위험하다. 원천적으로 막기위해 살시도(정 씨가 탄 말)를 재판매해야 한다” 등의 말이 오갔다.

즉, 특검은 삼성 측의 요청으로 박 전 전무가 승마로드맵을 여러번 제작 및 수정했으며, 실질적인 코어스포츠 운영자가 최 씨 였다는 점을 삼성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설립도 되지 않았는데 후원금을 결정했다는 점, 정유라 특별 지원의 언론취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 등을 꼽으며 대가성 뇌물증여 입증에 총력을 기울였다.

변호인단은 박원오 전무 또는 삼성 중 어느 쪽이 먼저 요청을 했는지가 주요 쟁점임을 인정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아닌 박 전 전무가 먼저 지원 요청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로드맵이 굉장히 여러 버전이 있는데, 자기들끼리 굉장히 많이 주고 받는다. 이런 것은 삼성에서 먼저 요청했다고 하면 그럴 일이 없다”며, “제출 했을 때 박상진 사장이 무시했다고 하는데, 먼저 요청했으면 무시하는 일이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특검이 버전이 달라질수록 후원금이 깎인 것은 삼성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은 "로드맵이 통하지 않자 박 전 전무가 통하도록 계속해서 후원금을 낮춰 승마 로드맵을 재수정한 것이다. 삼성이 어떻게 하면 받아줄까를 고민했던 상황"이라고 받아쳤다.

변호인단은 2015년 7월 21일 박 전 전무가 최 씨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삼성그룹 대한승마협회 지원사 현황 문건을 다시 예로 들어 "삼성이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내용이 담겨있다"라며, "(만약 삼성이 먼저 알고 요청했다면) 6월에 승마로드맵을 전달받았을 때 (삼성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정 씨 출산 이후 로드맵 지시 내렸다면 언급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코어스포츠 설립 이전에 삼성이 우선적으로 후원을 결정했다는 특검의 주장에 대해서 변호인단은 "코어스포츠 건(이메일)은 박원오 전무와 최 씨가 주고 받은 것이다. 삼성은 알 수가 없다. 대외적으로는 모른다. 이부분에서는 삼성도 속은 것일 수 있다. 뇌물 주고 받은 사람들의 행위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유라 삼성 특별 지원 대책 회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변호인단은 "삼성이 원안대로 하자는 것은, 장애물과 마장마술을 삼성과 담당코치가 장래 유망한 선수를 선발 훈련시켜 차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출전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당시 삼성은 장애물만 지원하고 마장마술에 정 씨는 모친이 직접 지원한다는 대안으로 가자는 주장은 최 씨가 내놓은 대안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인단은 "삼성이 끌려갔기 때문에 언제든지 (승마지원을) 끊으려고 했다. 이러한 점이 뇌물 주는 사람의 행동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박 전 전무가 삼성에 지원을 왜 요청했는가에 대해 물었다. 특검은 "그 부분이 중요하다. 짜달라고 해서 짠 것이다. 박원오 전 전무가 먼저 보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추측해보자면 개인적 이득 또는 최 씨를 끼고 올림픽 사업을 해보겠다는 의욕이 있었던 것 또는 최 씨의 지시일 수 있다. 증인이 나오면 자세히 물어보겠다"고 답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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