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법 향방㊥] 결국 KT·카카오 봐주기?…'스텝' 꼬인 당정
2018.09.11 오전 6:01
'규제혁신' 속도전에 분란만, 與 지지층 이탈 우려도
[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시계를 한달 전으로 돌려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규제혁신 현장점검 행사에서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폭을 넓혀줘야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현 정부 핵심 경제기조 가운데 하나인 혁신성장과 관련해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에 주문한 제1호 규제혁신 법안이 됐다. 최근 인터넷은행법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이다.

당초 민주당이 검토한 인터넷은행법의 기본 취지는 '은산분리의 대원칙은 지키자'는 문 대통령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터넷은행법 관련 최대 쟁점은 비금융 산업자본 중 상호출자제한기업(자산 10조원 이상 재벌 대기업)의 특례 적용 여부다. 민주당이 유력히 검토한 인터넷은행법(정재호안)은 당초 비금융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의결권을 34%까지 인정하되 "상호출자제한기업은 제외한다"고 규정했다.



논란이 커진 시점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대기업에 대한 특례 적용이 검토되면서부터다. ICT 자산이 50%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에 대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인정해주자는 논의다. 이와 관련 지난 24일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정재호 의원은 "최초 의견을 낸 곳은 정부측"이라고 발언했다.


이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가장 유력한 특례 적용 대상은 현재 인터넷은행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각각 참여하고 있는 KT와 카카오다. 카카오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자산 규모 8조5천억원으로, 성장세를 감안 내년 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각각 지난해 4월과 7월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 395억원, 12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두 인터넷은행의 주축인 KT와 카카오에 대한 은산분리 제한이 완화될 경우 본격적인 자본확충으로 지금보다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해진다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문제는 인터넷은행법 ICT 분야 상호출자제한기업 예외가 적용될 경우 두 회사에 특혜처럼 비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법심소위에서 "결국 KT, 카카오 2개 회사에 대해서 이것을 풀어줄 것이냐 말 것이냐 이렇게 되는데, 선뜻 동의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금융위와 당 지도부는 이미 영업 중인 인터넷은행을 배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당 소속 의원들은 KT, 카카오에 대한 상대적 특혜로 받아들였다"며 "ICT 선두주자 가운데 새로 시작하려는 곳을 더 열어줘야 혁신성장을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ICT'라는 규정이 모호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와 여당의 방안은 통계청의 산업분류기준을 준용한 것이지만, 이 기준이 통계청 자체 고시라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무소속 정태옥 의원은 "통계청의 고시는 솔직히 얘기해서 차관급 인사(통계청장)의 고시에 대주주 적격성이 흔들린다면 과연 믿을 수 있겠나. 법적 안정성에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인터넷은행에 대해 아예 은산분리 규정을 전면 해제하자는 논의도 나온다. 김진태 의원은 "IT 업체가 아니라도 빅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이 GM이나 현대차로 IT 업체를 아웃소싱할 수도 있고, 인수해서도 얼마든지 (인터넷은행 운영이) 가능하다"며 "(특정 업체로 특례가 몰리도록 할 게 아니라) 기왕 풀어주려는 마당에 다 풀어주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文 대통령 주문에 심사 속도 높였지만···

인터넷은행에 대해 삼성전자, 현대차 등 30대 대기업 상호출자제한기업의 진출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는 게 입법 심사를 주도하는 정무위 여야 간사단의 공통된 인식이다.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및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와 발행증권 취득이 금지되고 있는 데다 이 원칙은 특례법 심사에서도 적용된다. 그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 김용범 부위원장은 법심소위에서 "대주주 적격성 등 요건들이 10~20년 전보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화된 데다, 금융 자회사에 대한 제약조건이 많아져서 예전보다는 수요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규제혁신 현장점검 이후 인터넷은행법 처리를 8월 임시국회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 상황이다. 여야 원내 지도부가 모두 인터넷은행법 우선 처리를 합의하면서 법안심사 속도도 빨라졌다.

지난 27일 열린 2차 법심소위의 경우 보좌진과 당 소속 전문위원들의 배석도 물린 채 장시간 회의가 거듭된 결과 절충안을 마련했다. 실질적인 대기업 진출 가능성은 낮다는 인식 아래, 최대 쟁점인 상호출자제한기업 허용 여부와 ICT 기업에 대한 해석을 금융위의 재량에 맡기도록 한 게 핵심이다.

이같은 방안을 놓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강한 반발 의견이 나오자 인터넷은행법의 8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되고, 정기국회로 넘어온 상황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의 진입 가능성을 일부 열어둔 점이 은산분리 원칙의 대폭적 후퇴로 여겨진 가운데 그 판단을 금융위에 넘긴 점이 국회 입법권의 침해로 받아들여졌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진보적 성향 유권자들의 입장도 당 차원의 고민거리다. 경제민주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슬로건이다. 은산분리는 대기업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방지, 총수에 대한 경제력 집중을 막는 '최후 보루' 성격이다. 은산분리 완화가 경제민주화의 후퇴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은산분리는 1984년 제정된 것으로 기업들이 상시적으로 자금 부족을 겪던 시절 대기업 계열사로 예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는 차원에서 제정된 것"이라며 "대기업 사내유보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30년도 넘은 법을 금과옥조처럼 붙들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야권 관계자는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 한미 FTA 추진이 개혁성의 후퇴로 비치면서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경험했다"며 "이번 인터넷은행 논란과 관련해서도 민주당 지도부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석근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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