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현재의 상상력이 미래의 일상이 된다 2015.02.18 18:01
[김석기의 IT인사이트]
영화감독 폴 버호벤의 이름에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영화는 샤론 스톤을 최고의 섹시 심벌로 만든 영화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1992)’일 것이다. 원초적 본능의 성공이 너무 커서인지 그 이후에는 ‘쇼걸(1995)’ 정도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을 뿐 원초적 본능의 흥행을 능가하는 작품을 만들지 못하였다. 당시 원초적 본능의 파격적인 스토리라인과 정사 씬 등으로 버호벤 감독을 섹시 스릴러 전문 감독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버호벤 감독은 레이덴대학교 대학원 수학, 물리학 석사 출신으로 그는 과학도답게 원초적 본능 이전에 ‘로보캅(1987)’, ‘토탈리콜(1990)’을 흥행시켜 SF영화감독으로서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아놀드 슈왈츠제니거 주연의 토탈리콜은 거장 필립 K. 딕의 소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를 원작으로 제작한 영화다. 인간의 기억에 대한 조작과 인간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질문을 던진 수작으로 공각기동대와 같은 수많은 SF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이 영화가 제작된 1990년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으로서 이제 286컴퓨터가 막 보급되던 시기였는데, 당시 기술로는 구현이 불가능한 여러 IT 기술들이 화면을 채우고 있다. 기억을 조작하는 Recall 이라는 기술이 나오는데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기억을 조작해서 마치 그 일을 경험한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은 아직까지도 현실화되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얼마나 시간이 걸려 가능할지 알 수 없지만 이 영화장면에서 나오는 다른 IT 기술들은 현재 구현된 기술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25년전 영화적 상상력이 현실이 된 기술들

지금은 아이폰의 페이스타임이나 행아웃 등 손쉽게 영상통화가 일상화되었지만, 영화가 나오던 25년전에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했으며 모바일 영상 통화는 커녕 유선을 통한 영상통화가 등장한다.



불과 20년만에 당시의 상상력을 훨씬 뛰어넘는 영상통화 기술이 일상화 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개인을 확인하는 절차로서 지문인식도 나오는데, 요즘 지문인식은 너무나 일상적인 행동이 되어버렸다.



영화 토탈리콜에서 당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였었던 것이 벽에 붙어있던 대형 LCD TV였었는데 이제 110만원 (999달러-아마존가) 정도면 영화에 나오던 것 같은 60인치 TV를 살 수 있다.



대중교통에 달려있는 TV역시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지하철뿐 아닐라 마을버스에까지 TV가 달려있는데 24년전에는 상상 속의 TV였었다.



이외에도 X-ray 를 이용하여 검색을 하는 장면이나 홀로그램과 같은 수많은 상상력의 산물이 영화 속에 등장하며, 그 중 상당수의 기술이 현재의 일상에서 상상보다 더욱 높은 수준으로 구현되었다. 불과 20여년이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이 영화뿐 아니라 톰크루즈가 허공을 휘저으며 동영상을 찾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의 UX도 현실에서 구현되었으며, 로보캅이나 터미네이터에서 나오는 인공관절이나 로보트의 움직임도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다. 수퍼맨이나 X맨 같은 영화를 제외하고 (이런 류의 영화는 SF가 아니라 ‘초능력 판타지 영화’이다.) 20~30년 전에 영화라는 상상력의 영역에 있었던 기술들이 현실화 된 것이다.

◆현재의 상상력은 미래의 일상이 된다

과거의 상상이 현재의 일상이 된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현재의 상상력은 미래에 일상이 될 것이다. 1990년의 토탈리콜처럼 현재의 영화나 드라마 중 미래의 기술을 잘 상상한 작품은 없을까? 인공지능 OS에 대한 이야기인 영화 ’her’나 아바타도 미래를 상상하는 좋은 영화겠지만 미국 FOX사에서 제작한 SF 드라마 Almost Human은 단연 탁월한 작품이다. 2013년 11월에 첫 시즌을 시작한 13부 작으로 2번째 시즌까지 방영했는데, 안타깝게도 시즌 3은 제작에 들어가지 못하고 종영되었다.



Almost Human의 배경은 테크놀러지로 인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혼재된 2048년의 이야기이다. 앞으로 33년 후의 미래는 기술의 발전으로 범죄 역시 테크노화 되어버렸고, 이를 막기 위한 테크노 경찰이 주인공이다. 드라마 도입부에 나오는 나레이션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2048년 과학과 기술은 걷잡을 수 없을만큼 빠르게 진화했다. 알 수 없는 약과 무기들이 길거리와 학교로 쏟아져 나왔다. 밀수품은 정체불명의 폭력범죄조직에 의해 유통되었고, 범죄율은 경악스럽게도400%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상황에 경찰은 새로운 전략을 시행하게 된다. 모든 경찰에게 진화된 전투모델의 안드로이드를 배정하는 것이었다. 이 드라마에는 다음과 같은 주목할만한 미래기술들이 등장한다.

◆유전공학, AI, 로보틱스

Alomst Human의 미래에는 4가지 형태의 인간 모습이 나온다. 인간(Naturals), 크롬(Chorme), 클론(Clone). 안드로이드 그리고 홀로그램이다. (홀로그램은 전송방식이라 제외 )크롬은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완전 우성인류로서 질병에 걸리지 않으며, 긴 수명과 천재 수준의 IQ, 큰 키의 완벽한 외모와 체력을 타고난다. 왜 이들을 크롬이라고 이름 붙였는진 모르겠다. 구글의 협찬일까? 인간은 지금의 인간과 같지만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탄생한 크롬에 비교하여 Naturals라고 부른다. 클론은 인간의 유전자를 복제하여 탄생한 생명체로서, 인간과 같지만 법에 의해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인간과 크롬, 클론은 33년후에는 현재 걸음마를 떼고 있는 인간복제와 유전자 조작 기술이 충분히 상용화 할 정도로 발전한 사회임을 보여준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도덕적 문제나 범죄 등의 문제로 클론은 여전히 금지대상이며, 유전자 조작에 의한 우성인류인 크롬 역시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너무 비용이 비싸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설정)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유전자와 관련없는 완전한 인간형 로봇이며,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T-800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을 떠올리면 된다. 외형적으로 인간과 동일하며, 육체적인 능력은 인간을 능가한다. 한마디로 힘이 장사에다가 움직이는 컴퓨터이다. 주인공 중 한 명이 경찰 안드로이드인데, 이 안드로이드는 인간과 같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인공 지능과 로보틱스 기술의 극한을 보여준다. 안드로이드는 경찰 뿐 아니라 범죄집단에도 사용되며, 매춘도 담당한다. 사진의 여자들은 인간이 아니라 Sexbot으로 불리우는 안드로이드들이다. 이들은 인조 DNA를 사용하며, 안드로이드에게 인간의 DNA를 사용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할로그램과 컨시어지 + 시큐어리티

이 드라마에서 할로그램의 수준은 실제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했다. 이렇게 높은 수준의 할로그램은 원격에서의 통신을 마치 옆에서 대화하듯 가능하게 한다. (스타워즈에서 나오는 수준은 여기에 비하면 장난이다.) 눈여겨 봐야할 점은 할로그램을 확인하기 위해 손으로 만져봐야 할 정도의 정밀한 할로그램이 컨시어지에 사용되는 부분이다. 극중 Sam이라는 할로그램 비서는 한마디로 미래형 Siri의 모습이라고 봐도 좋다. Sam은 홈오토메이션의 일부로서 음성으로 명령하는 컨시어지 프로그램이며, 동시에 집안의 시큐어리티를 관리하는 관리자이다. 미래 설정이 하이테크한 범죄가 많다 보니 집안을 방어하는 시스템 역시 기계화되어 있으며 레이저로 조준하여 저격하는 강력하고 치명적인 시스템이다.



◆인공 장기, 인공 수족

유전공학과 로보틱스 기술의 발달로 주인공은 다리를 하나 잃고 이를 인공 관절의 다리로 대체한다. 수족 뿐 아니라 인공심장 역시 가능한 시대이다. 단 가격이 비싸 아무나 할 수 는 없다. 웬만한 장애는 돈 만 있으면 인공으로 극복 할 수 있는데, 여기서도 장님이 나오는걸 보면 눈은 만들기 힘든가 보다. 현재도 인공장기와 관절들이 사용되는 수준을 본다면 33년후에는 드라마에 나오는 정도의 기술은 구현될 것 같다.



◆실물 프린터

현재는 3D 프린터가 대중화 되기 시작했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3D 프린터란 불가능해 보이는 제품이었다. 실물 프린터란 3D 프린터처럼 외형만을 복제해 내는 것이 아니라 분자나 원자단위의 합성을 통해 인공적으로 실제 꽃이나 약 같은 것을 만들어 내는 프린터이다. 꽃이나 음식을 프린터로 만들어 내는 것이 지금은 허무맹랑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33년 전에는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도 허무맹랑한 이야기였다.



◆미래형 디스플레이

드라마에 나오는 미래에는 모든 유리가 디스플레이로 쓰이는 것 같다. 창문이나 유리문, 거울 등 가리지 않고 유리로 된 면은 전부 디스플레이로 사용된다.



이런 장면은 영화에도 많이 나오지만, 실제 Transparent Display가 이미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는 무지 비싸다.) 33년 후까지 안가도 일반화 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한 10년 뒤에는 드라마처럼 일상적으로 사용할 지도 모른다.

◆기술과 미래의 함수관계

Almost Human에서 그리는 미래는 기술의 발전에 의해 인간의 삶이 윤택해짐과 동시에 기술이 범죄에 사용됨으로서 암울한 사회이기도 하다. 이 컬럼에 미처 다 소개하지 못한 수 많은 미래기술들이 나오는데, 단순 상상력만으로 꿈꾸는 기술이 아니라 현재의 기술이 충분히 발전한다는 가정의 연장선상에서 개연성 있는 상상들이다. 이 정도 수준으로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드라마 작가 팀과 별도로 수준 높은 테크니컬 어드바이저 그룹이 이들을 도와 기술적인 오류를 제거했을 것이다.

이 드라마에 나온 상상의 기술들은 결국 일상으로 변화할 것이다. 시간이야 좀 걸리겠지만…

김석기 (neo@mophon.net)

모폰웨어러블스 대표이사로 일하며 웨어러블디바이스를 개발 중이다. 모바일 전문 컨설팅사인 로아컨설팅 이사, 중앙일보 뉴디바이스 사업총괄, 다음커뮤니케이션, 삼성전자 근무 등 IT업계에서 18년간 일하고 있다. IT산업 관련 강연과 기고를 통해 사람들과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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