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AP 주도권 경쟁의 미래 2015.02.09 13:26
[김석기의 IT인사이트]
PC의 두뇌는 중앙처리장치인 CPU(CENTRAL PROCESSING UNIT)이다. 초창기 컴퓨터는 진공관을 사용하였고 이후 트렌지스터를 썻는데, 인텔은 최초의 단일칩 4비트 CPU인 i4004를 세상에 선을 보였다. 8비트 CPU는 PC시대를 연 Z80이나 인텔의 i8080. 모토로라의 MC6800 외에도 AVR, PIC 등 여러 회사에서 제품을 내놓았다. 본격적인 PC시대는 인텔의 XT에 사용된 i8088 이후 80286부터 최신의 i7시리즈에 이르기까지 40여년동안 PC CPU는 인텔의 성역이었고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CPU는 PC와 구분해서 AP(Application Processor)라고 부른다. 기능적인 면에서 AP가 하는 일은 PC의 CPU와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모바일에 적합하도록 크기가 작고, 저전력에 발열을 줄였다는 점과 인텔이 아닌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CPU와 달리 연산 및 GPU, 통신관련 칩 등을 한 개의 칩에 담아 SoC(System on a Chip)으로 불리기도 한다.

◆ARM에 대한 이해

AP에 대해 알기 위해서 우선 ARM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ARM은 AP를 직접 제조하는 회사가 아니다. AP를 설계하는 영국회사로서 ARM에 의해 설계된 AP 아키텍처를 AP 제조사에 라이센스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ARM에서 코어텍스-A(Cortex-A) 시리즈의 설계도면을 내놓으면 애플이 이를 바탕으로 자사의 제품에 맞게 최적화 시켜서 제품을 내놓은 것이 애플칩 A7 등이고 퀄컴이 ARM의 아키텍처를 가져다가 만든 제품이 스냅드래곤이다. 마찬가지로 엔비디아에서 ARM기반으로 만든 AP가 테그라 시리즈이다. 심지어는 인텔조차도 ARM을 기반으로 AP를 제작하다가 얼마 전부터 자사의 아톰프로세스 기반의 제품으로 노선을 변경하였다. 현존하는 거의 모든 AP는 애플이건 안드로이드건 ARM의 아키텍처 설계에 기반을 둔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ARM은 1985년 PC용 RISC CPU를 개발한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진이 새로 개발된 RISC CPU를 PC 시장에서 상용화하기 위해 Acorn Computer Group을 세우고 ARM(Acorn RISC Machine)이라는 이름으로 벤처업체를 세우면서 시작되었다. 최초의 PDA인 애플의 뉴턴 메시지 패드에 사용될 저전력 CPU를 개발하기 위해 애플이 투자하고 참여하게 되면서 Acorn Computer, 애플, VLSI Technology의 조인트 벤처가 된 ARM은 1998년 상호명을 Acorn RISC Machine에서 Advanced RISC Machines으로 바꾸고 런던 증권 거래소에 상장함으로 애플이나 VLSI에서 독립된 독자적인 회사가 되었다.

◆AP시장 상황

AP시장에서 퀄컴이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013년 기준 전세계 AP시장 점유율(SA자료 기준)은 퀄컴이 53.6%로 1위, 애플이 15.7%, 미디어텍이 9.7%, 기타 8.8%, 삼성전자가 7.9%로 4위, 스프레트트럼이 4.3%이다. 일단 애플에서 나오는 A시리즈 AP는 애플제품에서만 사용되기에 경쟁에서 별도로 보면, 안드로이드에서 퀄컴의 비중은 거의 시장을 과점한 상태이다. 기본적인 아키텍처가 같은 베이스임에도 각 회사가 제조하는 AP는 다른 성능과 특성을 가지는데 가장 큰 이유는 ISP(Image Signal Processor) 때문이다. 원래 퀄컴의 초기 스냅드래곤에서는 후지쯔의 ISP를 채택하여 AP와 별도로 구성하였었는데, 근래 갤럭시 최신형에 들어가는 AP는 후지쯔 ISP를 빼고 AP안에 SoC로 구성하여 가장 강력한 하이엔드 AP를 만들었고, 고가 안드로이드 시장을 평정하였다. (그럼에도 ISP 분야에서 가장 기술력이 뛰어난 곳은 후지쯔이다.)

퀄컴에서 버림받은 후지쯔는 자사의 ISP를 인텔과 합작하여 중저가 AP시장을 도모하였으나 퀄컴에서는 중저가 AP를 내놓으면서 ISP는 하이엔드에 사용하는 ISP를 그대로 채택하여 대응하였다. 결국 사용자들의 눈에 보이는 퍼포먼스는 이미지를 처리하는 부분에서 나타나기에 중저가 AP 역시 퀄컴이 아성을 지키고 있다. 이상적인 안드로이드 AP와 ISP, 카메라모듈의 조합은 퀄컴 AP, 후지쯔 ISP, 소니센서를 사용한 삼성전기 카메라 모듈인데 후지쯔가 빠짐으로서 퀄컴 AP에 삼성전기 카메라 모듈을 담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S5가 가장 우수한 조합이다.

삼성전자 역시 자체적으로 AP를 만들고 있다. 엑시노스라는 AP인데, 삼성의 하이엔드 제품에도 일부 들어가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삼성의 중저가 스마트폰과 패드, 카메라, 기어 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삼성의 하이엔드 제품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들어간다. 엑시노스 역시 ARM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설계/제조한 AP인데 퀄컴의 스냅드래곤과 비교해 시장점유율 및 인지도가 낮다.

삼성전자 외에 한국에서 스마트폰용 AP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는 LG전자이다. 당초 북유럽의 신이름을 차용한 '오딘(GH14)'은 ARM 코텍스 A15와 A7 코어 기반 빅리틀 아키텍처가 적용되었고 ISP로 이매지네이션의 파워VR 시리즈6이 탑재되었으나 성능이 떨어지고 안정성과 발열문제 때문에 상용화에 실패하고 2016년에나 내놓을 차세대 모델인 GH16으로 바톤이 넘어갔다.



◆AP 주도권 경쟁의 미래는

PC이후 모바일 산업에서 인텔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여러 회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현재의 AP 경쟁상황을 정리해보면 애플이 독자적인 별도 시장을 가져가고 있으며 애플을 제외한 안드로이드시장에서 퀄컴이 독보적으로 시장을 평정했고, 나머지 시장을 삼성전자와 인텔 및 중국업체들이 나눠가지고 있다. ARM의 라이선스를 받아 AP를 제조하는 회사들은 애플, 퀄컴과 삼성전자 외에 전통의 TI(Texas Instruments), 인텔, IBM, AMD, 엔비디아, 모토로라에서 분리된 프리스케일 등이 있으며 대만, 중국계 회사로 브로드컴, 미디어텍, 락칩, 올위너(Allwinner), 한국회사로 텔레칩스가 있다.


PC용 CPU 시장에서 승리한 인텔이 40년 넘게 시장을 장악해온 것을 보았을 때 현재 ARM 기반의 시장구조가 최소 20년은 유지될 것이다. 더구나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태블릿,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 카, IoT 기반의 모든 제품이 AP를 사용하기에 AP시장은 더욱 커져간다. AP의 수요가 늘어나고 시장이 커지면 여러 회사가 필요할 것 같지만 우리는 PC CPU 시장에서 그 많던 CPU 제조회사 중에 인텔과 AMD 2개사만 남아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현재 AP시장구조가 유지되는 상황이라면 통신칩까지 AP에 탑재한 퀄컴이 독점적 시장지위를 계속 유지할 공산이 크며 인텔이 반독점법 때문에 AMD를 살려 놓은 것처럼 퀄컴이 명목상 한 두 개 회사만 유지시키는 상황이 올 확률이 높다. 물론 저가 AP시장은 지금처럼 중국 AP업체들이 주도하는 모양세가 유지될 것이고, AMD의 위치에서 살아남을 2위 업체가 어디일지 궁금하다.

지금으로부터 20년전인 1995년에 삼성전자는 미국의 PC조립업체인 AST를 인수하였다. AST는 당시 미국 5위의 조립업체였었는데, 이 사업은 3년 7개월간 천문학적인 적자를 낸 후 결국 6천300만달러에 매각하고 철수하였다. AST사업 실패 여파로 이후 삼성은 M&A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아마 루빈 사장이 안드로이드를 삼성에 매각하러 왔을 때에도 이를 사지 않는 쪽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삼성이 AST의 M&A를 결정하기 직전에 AST를 구입할지 다른 회사를 매입할지 비교하다가 최종적으로 남은 두 개 회사 중에 AST를 낙점하였는데, 그때 삼성의 선택에서 제외된 회사가 바로 퀄컴이다. 퀄컴은 작년 한 분기의 매출만 68억달러에 이익이 22억달러였고 연간 280억달러 매출에 80억 달러이상의 순이익을 가져갔다. 그리고 피처폰시절부터 스냅드래곤에 이르기까지 AP시장을 20년간 평정해왔다. 삼성이 퀄컴 대신 AST 매수에 지불한 가격은 불과 3억 7천800만달러였다.

김석기 (neo@mophon.net)

현재 모폰웨어러블스 대표이사. 모바일 전문 컨설팅사인 로아컨설팅 이사, 중앙일보 뉴디바이스 사업총괄, 다음커뮤니케이션, 삼성전자 근무 등 IT업계에서 일해왔으며, 정부기관에 IT관련 정책자문과 IT컨퍼런스 강연 등으로 사람들과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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