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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천연 다이아몬드의 진짜 얼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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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사랑', '휘황찬란함'. 다이아몬드에 따라 붙는 수식어다. 그런데 이런 통념과 달리, 사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완벽한 보석이 아니다. 강하지도, 투명하지도, 반짝이지도, 심지어 영원하지도 않다. 우리가 아는 다이아몬드는 인간의 손으로 갈고 닦은 '인공물'이다.

■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깨지지 않는다?

다이아몬드가 절대 깨지지 않는다는 말은 오해다. 다이아몬드는 지표 약 200km 아래에서 만들어진다. 이곳의 고온고압(1300~1800℃, 6만5000기압) 환경이 탄소 원자를 다이아몬드로 변신시킨다. 탄소 원자 1개를 중심으로 주변에 4개의 탄소원자가 결합해 사면체 구조를 이룬다. 긁히지 않는 성질인 '경도'가 자연계 재료 가운데 가장 높지만, 깨지지 않는 성질인 '강도'가 약하다. 유리가 흠집은 쉽게 나지 않지만, 야구공에 맞으면 깨지는 것과 같다. 게다가 대기압, 상온에서는 흑연보다 불안정하다.

오랜 시간 지각 속에서 천천히 성장하기 때문에 이물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태양빛을 거의 흡수하지 않아 무색투명하거나 옅은 노란색을 띠는 다이아몬드, 즉 보석용 다이아몬드는 전체의 3%뿐이다. 이렇게 엄선된 다이아몬드의 대부분은 질소 쌍이 탄소 쌍의 자리를 차지하거나, 탄소 1개가 빠지고 그 주위를 3개 혹은 4개의 질소 원자가 둘러싼 구조다. 순수하게 탄소로만 이뤄진 다이아몬드는 보석용 다이아몬드 중에서도 2% 미만이다.

짙은 색깔을 내는 '팬시' 컬러의 다이아몬드는 무색보다 훨씬 희귀해 고가에 거래된다. 질소 원자 1개가 탄소 원자 1개의 자리를 차지한 다이아몬드는 짙고 아름다운 노란색을 띠어 '카나리아'라는 특별한 이름을 갖고 있다. 탄소 대신 붕소 원자가 들어간 다이아몬드는 파란색이고, 천연 방사선을 맞아 구조에 결함이 생기면 초록색을 띤다. 순수 탄소로만 이뤄진 다이아몬드 중 아주 드물게 군데군데 탄소가 이탈하거나 구조가 뒤틀려 분홍색을 띠는 종류도 있다. 분홍 다이아몬드는 호주 아가일 광산에서만 나온다.

■ 다른 광물 품어… 빛나려면 연마해야

자연이 선물한 불완전함이 한 가지 더 있다. 다이아몬드는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라도 연대가 최소 7000만 년은 되는데, 그 긴 시간 동안 광물 덩어리를 품거나 결을 따라 밀려난 흔적이 생긴다. 이를 '내포물'이라고 한다. 산지가 달라도 내포물의 특징은 거의 비슷하다. 얼음 속에 갇힌 공기처럼 보이지만, 다이아몬드에 기체나 액체 내포물은 없다. 지름이 0.1mm 정도인 균질한 고체 광물이다. 바늘, 구름, 날개 등 다양한 모양으로 나타나며, 대부분 황화광물이다.

내포물 때문에 지구 위의 다이아몬드는 똑같은 게 없다. 천연 다이아몬드의 지문인 셈이다. 보석으로서의 가치는 내포물이 적을수록 높다. 내포물이 적을수록 희귀할 뿐만 아니라, 다이아몬드로 입사된 빛에 영향을 주지 않아 다이아몬드가 더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날 수 있다.

물론 다이아몬드가 휘황찬란하게 빛나려면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당신이 다이아몬드 원석을 길에서 발견하면, 아마 줍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다이아몬드의 원석은 거칠고 아름답지 않다는 얘기다. 다이아몬드 표면에 빛이 닿으면 일부는 반사되고 일부는 안으로 굴절돼 들어간다.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려면 입사한 빛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고 되돌아 나오도록 정밀한 길이와 각도로 연마해야 한다. 만약 연마가 정밀하지 못하면 빛이 뒤로 빠져나가 버린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다이아몬드 모양은 1919년 폴란드의 다이아몬드 가공 장인인 마르셀 톨코우스키가 발명한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으로, 휘광을 최대로 얻을 수 있는 형태다.

■ 우리가 상상하는 완벽한 다이아는 '실험실 미인'

흔히 떠올리는 순수함, 투명함, 강함 등의 이미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천연이 아닌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합성 다이아몬드의 얼굴이다. 대부분 합성 다이아몬드를 '큐빅' 혹은 가짜라고 생각하지만, 엄밀히 다르다. 큐빅은 '합성 큐빅 지르코니아'로, 지르코니아라는 재료에 크롬이나 니켈을 합성해 만든 '인조 다이아몬드'다. 반면 합성 다이아몬드는 탄소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빠르게 성장시킨 다이아몬드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화학적 성분과 구조가 동일하고 겉보기나 경도, 굴절률 등 물리적 성질이 똑같다.

합성 다이아몬드는 고압고온(HPHT)법과 화학기 상증착법(CVD)법 등으로 만들 수 있다. HPHT는 흑연이나 다이아몬드 분말을 유압 프레스에 넣고 5~6만 기압, 1400~1800°C 온도에 둔다. 철,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촉매로 첨가해 반응 속도를 높인다. CVD법은 메탄 등의 탄소화합물 가스를 열이나 마이크로파로 분해해 고온 플라스마로 만든 뒤, 600~1500°C, 1기압 이하의 진공 용기 안에서 뿜어 다이아몬드 기판 위에 자라게 하는 방법이다. 순수 탄소로만 이뤄진 무색 다이아몬드뿐만 아니라 질소나 붕소를 넣어 옅은 노란색이나 파란색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합성 다이아몬드는 해외에서는 이미 '실험실(lab grown) 다이아몬드' 혹은 '인공(man made) 다이아몬드'라는 이름으로 합법적으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거대한 기계로 광산을 파지 않고 아프리카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지도 않기 때문에 '친환경(eco) 다이아몬드'라고도 불린다.

■ 완벽한 아름다움 vs 광물로서의 희귀성

무색투명하고 휘황찬란하게 반짝이는 아름다움은 분명 실험실에서 완벽하게 만들어진 합성 다이아몬드가 더 훌륭하다. 지금은 천연으로 둔갑한 합성 다이아몬드가 문제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언젠가 합성 다이아몬드의 완벽한 아름다움을 알아볼지 모른다. 실제로 합성 다이아몬드가 시장을 잠식할까 봐 우려하는 전문가도 있다. 반면 천연 다이아몬드에는 합성이 흉내 낼 수 없는 또 다른 얼굴이 있다. 어딘가 깨지고 무엇인가가 부족한, 지구가 선물한 자연미 말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어떤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느냐의 문제일 뿐. 완벽한 아름다움을 택하든, 지구가 선물한 자연미를 택하든 다이아몬드는 여전히 영원한 사랑의 대명사다.

글 : 우아영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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