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짝퉁 노벨상 이그노벨상의 올해 수상자는?
2016.11.02 오전 10:16
상식에 반하는 엉뚱한 연구를 수행했거나 업적을 남겼을 때, 이를 기념해 상을 주는 하버드대의 연례행사가 있다. 바로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이다.

노벨상과 비슷하게 총 10개 부문에 걸쳐 수상자를 선정하는 이 행사는 주요 선정기준 중 하나가 ‘사람들을 얼마나 웃길 수 있는가’일 만큼 웃음이 주요 코드다. 특히 연구의 내용만큼이나 기이한 수상자들의 시상식 퍼포먼스로 인해 ‘엽기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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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들에게 제공되는 상금도 별명만큼이나 엽기적이다. 상금이 무려 10조 달러에 달하지만 이는 짐바브웨 달러 기준으로서,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고작 40센트에 불과하다. 짐바브웨 달러의 가치가 이렇게 휴지조각처럼 변한 이유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통화가치가 급속도로 하락됐기 때문이다.


■ 노벨상을 풍자하되 조롱하지는 않는 짝퉁상

올해로 26회째를 맞이한 이그노벨상은 하버드대가 발간하는 과학유머잡지인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지난 1991년에 제정했다. 그런데 왜 상의 이름이 이그노벨일까? 상을 제정한 주최 측부터 이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다보니 이름의 의미도 제각각이다. 마음대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름의 의미를 해석하는 주장이 하도 많아서 상의 취지처럼 많은 웃음을 자아낸다. 그 중에서도 상을 만든 사람의 이름에서 땄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 노벨상이 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의 이름을 딴 것처럼, 이그노벨은 상을 만든 가공의 인물인 이그나시우스 노벨(Ignacius Nobel)의 이름에서 나왔다는 주장이다.

또한 노벨과 철자가 비슷한 ‘고상하다’라는 의미의 noble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노벨상을 풍자하기 위해 noble의 반대말인 ‘천하다’라는 의미의 이그노블(ignoble)을 상의 이름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말이 안 되지만 진짜로 존재하는’이란 의미의 문장인 ‘Improbable Genuine’의 앞 글자와 노벨상을 조합해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이름의 의미는 여러 가지지만 확실한 것은 이그노벨이 노벨상을 패러디(parody)한 상이라는 점이다. 이 세상 사람이라면 모두가 선망해마지 않는 노벨상을 희화화(戲畫化)해 모두에게 웃음을 한번 선사해 보자는 의미로 만들었다는 것이 상을 만든 AIR 측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노벨상을 경멸하거나 조롱하는 상은 결코 아니다. 이는 진짜 노벨상 수상자들이 이그노벨상의 논문 심사와 시상을 맡는 일에 기꺼이 나선다는 점을 볼 때, 더욱 분명해진다.

■ 현재는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는 미래 아이디어

어느새 전 세계 과학자들의 장난스런 축제로 자리 잡은 이그노벨상. 올해의 수상자들은 또 어떤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이 상을 받았을까? 잠시 시간을 거슬러서 2016년 이그노벨상 수여식이 열렸던 지난 9월 30일의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으로 가보자.

이날 가장 주목을 받았던 수상자는 생물학상을 받은 2명의 영국인들이다. 찰스 포스터(Charles Foster)는 야생에서 오소리와 수달, 그리고 여우와 새로 살아보면서 벌레를 잡아먹고 들쥐의 냄새를 맡았던 기록을 남겼고, 토머스 스웨이츠(Thomas Thwaites)는 알프스에서 3일간 염소로 생활한 경험을 발표한 업적으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특히 스웨이츠는 직접 만든 염소다리를 착용한 채 시상식에 염소처럼 네 발로 기어 나와 큰 박수를 받았다.



생물학상과 비슷한 성격의 생식상 수상자도 관심을 모았다. 수상의 영광은 폴리에스테르와 면 재질의 속옷을 생쥐들에게 각각 1년간 착용시킨 뒤 이들의 교미 생활을 관찰한 이집트 카이로대의 아흐메드 샤피크 교수에게 돌아갔다. 연구 결과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폴리에스터 재질이 쥐의 교미 생활을 상대적으로 위축시킨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의학상의 경우는 이그노벨상의 취지인 엉뚱함을 잘 살린 독일 연구팀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이들의 연구는 일반인들이 볼 때 황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몸의 왼쪽이 가려울 때 거울을 보고 몸의 오른쪽을 긁으면 해소할 수 있다’였다. 시상식에 참석한 안드레아스 슈프렝어(Andreas Sprenger) 연구원은 “가려워도 긁기 어려운 피부병에 걸렸을 때 거울을 보고 반대 방향을 긁으면 해결할 수 있다”라는 더 엉뚱한 해석을 내려 참석자들을 아연실색케 만들었다.

의학상만큼이나 엉뚱한 연구가 수상한 종목은 인식상이다. 이 상은 ‘허리를 굽혀 다리 사이로 뒤를 바라보면 사물이 달라 보이는가’를 조사한 일본인 교수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에 참석한 아츠키 히가시야먀(Atsuki Higashiyama) 교수는 ‘허리를 굽혀 가랑이 사이로 세상을 보면 하늘과 바다가 역전되듯이 사물에 대한 관점이 변한다’라고 주장하면서 참석자들에게 민망한 자세를 취하게 해 웃음을 자아냈다.



앞에서 소개한 상들과는 달리 화학상은 웃음보다 경고의 의미로 수상자를 결정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수상자가 바로 디젤엔진 배출가스 조작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던 독일의 폭스바겐사였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차량이 테스트 될 때마다 자동으로 더 적은 배기가스를 배출하게 만들어 환경오염의 주범인 자동차 배기가스 문제를 해결한 이유로 상을 수여한다고 조롱하며 상을 수여했다. 물론 폭스바겐측은 시상식에 불참했다.

이 외에도 ‘흰색 말에 쇠가죽파리가 가장 덜 꼬이는 이유와 잠자리가 검은색 묘비에 끌리는 이유를 발견’해 물리학상을 받은 다국적 연구팀과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 1000명을 모아서 평생 동안 얼마나 자주 거짓말을 했는지’ 등을 심리학상을 받은 또 다른 다국적 연구팀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수상자들의 연구내용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지만, 그러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학 분야의 쌍두마차라 불리는 하와이대의 짐 데이터(Jim Dator) 교수가 한 말이 떠올랐다.

바로 미래학 분야에서 격언처럼 사용되는 “미래에는 유용하게 사용될 아이디어라도, 현재는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법이다”라는 문구다. 과거에 나온 아이디어가 한참 후에는 시대를 앞섰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당시의 시각으로만 보면 황당하고 비합리적으로 보였을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이그노벨상 수상자 중에는 나중에 노벨상을 받은 사람도 있다. 자석으로 개구리를 공중 부양시켜 과거에 이그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던 안드레 가임(Andre Geim) 박사가 이 10년이 지난 뒤 ‘진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황당하고 우습게 보이는 오늘날의 이그노벨 수상자들이 다시 보이는 것 같다. 혹시 아는가? 이 중에서 내일의 노벨상 주역이 나오게 될지….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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