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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정자와 난자의 수정 없이 후손이 탄생?2016.11.01 06:00
미래학자들은 그 동안 남성종말의 시대를 예고해 왔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남성의 종말이란 여성에게 남성이 필요 없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종교에서 흔히 내세우는 인간의 종말이라면 몰라도 유독 남성의 종말이란 남성에게는 좀 충격적이다. 그것도 과학을 내세운 내용이라면 말이다.



미래학자들이 내세우는 남성종말은 두 가지 이유에 근거한다. 하나는 노동의 종말로 인해 남성의 육체적인 힘이 별로 필요 없는 시기가 온다는 것이다. 이는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와 있다. 다른 하나는 여성에게 2세를 양산할 수 있는 정자를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인공정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공난자도 만들면 되지 않나? 하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난자는 정자처럼 만만하지 않다. 인공난자를 만드는 일은 과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2세를 만들어내는데 남성은 없어도 되지만 여성은 꼭 존재해야 한다. 그래서 남성종말의 시대라는 이야기다. 또 그래서 남성은 기세가 꺾여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의 과학적 연구는 남성종말 시대의 남성들에게 고개를 들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소식을 선사하고 있다. 난자 없이도 2세를 양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물론 쥐 실험을 통해서다. 그러나 이 메커니즘은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난자가 아닌 피부세포로 아기를 만들 수 있다는 내용으로, 그것도 자신의 세포로 가능하다. 여성이 아니라 남성의 세포로도 생물학적 후손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면 여성에게 풀이 죽은 남성에게 충분히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 피부세포는 할머니가 되는 셈

지난 9월 영국과 독일 연구팀이 난자 없이 정자만으로 새끼 쥐를 태어나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피부세포를 이용해 난자와 정자가 서로 수정하는 통상적인 절차를 생략하고 후손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태어난 30마리의 쥐는 다른 일반 쥐와 마찬가지로 건강하게 평균 수명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이 쥐는 다시 건강한 새끼까지 낳았다. 피부세포는 할머니가 된 셈이다.

영국 배스대학의 앤서니 페리 박사와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크리스토프 클라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난자가 아닌 '유사 배아'에 정자세포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건강한 새끼 쥐를 태어나게 하는데 성공했다. 유사 배아는 미수정 난자를 화학물질로 조작해 만든 것으로 일종의 무성생식(처녀생식) 배아를 의미한다. 암수의 수정 없이 탄생한 배아라는 의미다. 이 배아세포들은 인체의 다른 세포와 비슷하게 성장했다. 배아세포들은 감수분열을 하는 다른 생식세포와 달리 피부세포와 같이 체세포분열(유사분열)을 했다.

이에 앞서 중국 과학자들은 정자 없이 난자만으로 새끼 쥐를 태어나게 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앞으로 정자는 물론 난자 없이도 동물 생체에서 떼어낸 일반 세포만으로도 새 생명체를 태어나게 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어서 주목된다.

포유류의 경우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된 배아가 세포분열 과정을 거쳐 생명체로 발달한다. 지난 2월 중국 난징대학 연구팀은 정상 정자가 아니라 쥐의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정자를 암 쥐의 난자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새끼를 태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난자는 필요했다.

주요 언론들은 이 연구결과가 멸종 동물 보존과 불임 해결에 도움을 주고, 남성 동성연애자들이 서로의 아기를 갖거나 심지어 자기 자신의 세포만으로 아기를 갖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생물학적인 아기다. 물론 페리 박사는 "먼 훗날에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실로 나타나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페리 박사 팀이 만든 유사 배아들 가운데 새끼로 발달할 확률은 24%나 됐다. 100개 중 24개꼴로 성공했다는 것. 복제양 돌리에게 적용된 체세포 핵이식 방식으로 만든 이른바 복제 배아의 경우 2%라는 점에 비춰볼 때 놀라울 정도로 높은 성공률이다.

■ "암수 결합이 2세를 만든다는 도그마는 사라진다"

페리 박사는 "발생학자들은 1827년 난자를 발견했고 50년 뒤 수정 메커니즘을 알아냈다. 이후에 난자와 정자가 합쳐져야만 2세가 나온다는 도그마가 형성됐지만 이번에 우리가 그 도그마에 도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컷과 암컷의 교잡 없이도 후손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의 사고의 지평을 잠시 열어 이런 생각을 해보자. 지구의 역사를 통틀어 인간만큼 번성했던 동물이 있었을까? 있었다. 공룡이 그렇다. 그러나 인간만큼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지도 않았고, 수를 비교한다면 인간의 수와는 전혀 비교대상이 안 된다.

그렇다면 인간이 지구촌에서 이렇게 번창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의학과 과학이라는 문명의 덕분인가? 서로 싸우고 죽이는 다른 동물과 달리 서로 협력하는 지혜를 터득한 사회적인 동물이었기 때문일까? 그러나 그 보다 더한 것이 있다. 섹스를 통해 남녀 간의 사랑을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손을 양산해온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제 자손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이성에 대한 우리의 사고도 이제는 변해야 하는 것일까? 결혼관도 말이다.

글 : 김형근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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