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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맛있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2016.10.24 09:17
'쿡방', '먹방'이란 신조어가 생길 만큼 최근 대세는 단연 '음식'이다. 연예인들은 맛집을 찾아다니며 음식을 소개하고 요리사는 카메라 앞에서 음식을 선보인다. 출연진은 시청자가 눈과 귀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다채로운 어휘와 비유, 표정으로 음식의 맛을 표현한다.

■ 생존을 위해 발달한 미각

사람들이 음식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맛이 주는 즐거움을 알기 때문이다. 맛은 크게 짠맛과, 신맛, 단맛과 쓴맛, 감칠맛으로 구분한다. 각각의 맛은 혀의 미각세포가 감지하기 때문에 미각의 발달과 균형은 음식을 즐기는 데 중요하다.

생존에도 필수적이다. 사실 지구상에서 인간만큼 다양한 음식을 즐기는 생명체는 많지 않다. 다수의 동물은 편식을 한다. 기린, 소, 말 등은 풀만 먹고 사자와 호랑이는 고기 마니아다. 덩친 큰 고래 역시 플랑크톤이 주식이다. 이에 비해 인간은 식물의 뿌리와 씨앗은 물론 고기와 생선, 곤충과 곡물, 견과, 과일 등 다양하게 먹는다. 인간이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진화학자들은 그 답을 미각에서 찾는다.

과거 영장류는 나무 위에 살면서 열매나 잎을 주로 먹었다. 그러다 약 200만 년 전부터 초원을 다니며 고기를 즐겼고 80만 년 전부터는 불을 이용해 음식을 익혀먹었다. 1만 년 전부터는 농사를 지으면서 곡물을 섭취했다. 진화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으로 미각이 발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양분이 풍부한 먹을거리인지, 먹어도 해롭지 않은지 등을 판별하는 데 미각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인간은 단맛과 짠맛, 감칠맛이 나면 먹을거리로 분류했다. 우리의 주식인 쌀과 밀가루는 단맛이 나기 때문에, 또 생존에 필수인 소금은 짠 맛이 나기 때문에 먹을거리로 분류한 것이다. 반면 신맛과 쓴맛은 피했는데 이유는 신맛으로 상한음식을, 쓴 맛으로 독소여부를 판단했기 때문이다.

생존과 직결된 만큼 그 맛을 느끼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농도도 다르다. 생존을 위해 비교적 많은 양이 필요한 탄수화물과 나트륨 성분이 내는 단맛과 짠맛은 농도가 높아야 감지할 수 있는 반면, 몸에 해로울 수 있는 신맛과 쓴맛은 적은 양에도 민감하게 감지한다.

■ 미각 불균형, 만성질환과 암의 위험인자 될 수 있어

따라서 미각의 민감도와 균형은 건강과 직결된다. 문제는 미각도 균형이 깨진다는 점이다. 스트레스와 피로, 노화가 대표적인 원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계가 항진되면서 침샘 기능이 떨어져 미각의 기능이 떨어진다. 또 피로가 쌓이면 보고도 무엇인지, 듣고도 무슨 말인지 명확히 인식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전체적인 감각이 둔해지면서 미각도 둔해진다. 미각이 둔해지면 식욕이 줄면서 음식 섭취량 또한 줄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근육량 감소와 체력저하, 간과 폐 등 장기의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각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둔해지는데 특히 짠맛에 둔감해지면서 소금 등의 섭취량이 늘고 이는 전해질 불균형과 혈압이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미각이 둔해지면서 상한음식을 먹고 탈이 나기도 한다.

자극적인 음식도 미각이 둔해지는 이유로 꼽힌다. 입맛이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맛을 느끼는 미각세포는 8~12일 주기로 사멸하고 생성돼 10~12주가 지나면 혀 안에 모든 미각세포가 교체된다. 평소 짜게 먹던 사람도 꾸준히 싱겁게 식사하면 10~12주 뒤에는 이전에 먹던 음식이 짜게 느껴지고 싱겁다고 느꼈던 음식이 입에 맞게 된다. 자극적인 음식도 마찬가지다. 평소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집밥을 주로 먹던 사람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외식으로 자극적인 음식을 계속 접하다보면 '너무' 맵고, 짜고, 단 그 맛이 기준이 된다. 자연스레 필요이상의 나트륨과 탄수화물을 섭취하게 되고 이는 고혈압과 심뇌혈관질환, 만성콩팥병과 같은 만성질환을 유발하거나 만성질환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만의 위험도 높아지는데 비만은 유방암, 신장암, 대장직장암 등 각종 암과 당뇨, 고지혈증 등의 위험인자다.

■ 미각 불균형의 원인, 스트레스와 피로부터 풀어야

미각을 예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각을 둔하게 만드는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 균형 잡힌 음식 섭취와 운동, 일과 휴식의 균형이 필요하다. 자극적인 음식도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짠 음식에 길들여진 사람은 입맛부터 바꾸는 것이 좋다. 어렵더라도 10~12주간 평소보다 싱겁게 식사하자.

조리 할 때는 낮은 온도에서 간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온도가 낮을수록 짠 맛이 강하게 느껴지고 높을수록 약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간을 할 때 소금을 조금씩 넣으면서 맞추는 것도 좋다. 소금은 입자가 고울수록 짠 맛이 많이 나기 때문에 입자가 작은 소금을 쓰고 소금 대신 매운맛이나 감칠맛이 나는 향신료나 허브를 이용해 대신 짠맛을 내는 것도 방법이다. 노화로 미각이 둔해진 경우에는 오감을 이용해 미각을 자극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음식을 할 때 좋아하는 향과 색, 모양을 내면 식욕을 돋울 수 있다. 좋아하는 음악도 도움이 된다.

미각의 둔화와 불균형은 병이 아니다. 평소보다 짜고 달고 매운 음식만 계속 먹었다면 내 몸이 너무 피곤한 건 아닌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고 주의하면 된다. 지나치게 짜게 먹는다면 식습관을 개선해 입맛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회사가 힘든데', '삶이 팍팍해서' 어쩔 수 없다며 미각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계속 무시하면 정말 어쩔 수 없어지는 게 우리 몸이다. 몸이 망가지면 맛있는 걸 먹어도 모른다. 나만의 먹방을 이어가고 싶은가. 그렇다면 건강부터 살피는 게 순서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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