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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부지런한 자에게 주는 선물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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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수천만 명의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글로벌 밀리언셀러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읽다 보면 ‘치즈는 부지런한 자에게 주는 선물’이란 문구가 나온다. 물론 여기서의 치즈는 ‘희망’이나 ‘성취’ 등을 의미하는 상징적 이미지로 나오지만, 글자 그대로 해석해도 정말 맞는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입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환상적인 맛을 가진 치즈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배우다 보니, 부지런한 자가 아니면 결코 만들 수 없는 ‘시간과 노력의 산물’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 수많은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치즈 제조방법

치즈는 수많은 종류만큼이나 제조방법도 다들 제각각이지만, 모든 치즈 제조과정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방법만 놓고 보면 크게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원료인 우유를 고체로 만드는 과정이다.

두 번째 단계는 고체 상태로 굳은 커드(curd)에서 유청(whey, 乳淸)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유청은 우유를 치즈로 가공할 때 만들어지는 부산물로 유당, 락토알부민, 무기질 등이 포함돼 있다. 어떤 치즈를 만드느냐에 따라 유청을 제거하는 방법 또한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커드를 잘게 자를수록 유청이 더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더 단단한 치즈를 만들 수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유청이 제거된 커드에 소금을 가하는 과정이다. 소금은 치즈를 만드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첨가물인데, 발효에 필요한 젖산의 형성은 돕고 유해한 미생물은 번식되지 않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단계는 치즈를 숙성하는 과정이다. 앞의 세 단계를 거치면서 알맞게 굳어진 커드를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곳에서 숙성시킴으로써 치즈의 풍미를 최대한 살리는 단계다. 좋은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숙성실의 환경이 선선해야 하며 환기가 잘돼야 한다.

간단하게나마 치즈 제조과정에 대해 알아보았지만 이런 과정은 그야말로 가장 기본적인 단계일 뿐, 치즈의 종류는 우유의 종류에 따라 그리고 가공 방법과 발효 방법에 따라 수백 가지로 나뉜다. 마치 우리나라의 김치가 재료에 따라, 만드는 방법에 따라, 수십 가지 종류로 나뉘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는 치즈의 종류를 재료나 방법이 아닌, 표면의 단단한 정도에 따라 분류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치즈 표면이 얼마나 단단하냐에 따라 연질 치즈와 반경질 치즈, 그리고 경질치즈 및 초경질치즈 등으로 나뉜다.

치즈의 종류에 대해 웬만큼 공부하고 나니 이제는 ‘어떤 치즈가 가장 영양분이 많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수백 가지의 종류만큼이나 영양분도 다양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하지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영양분만큼은 어떤 종류든지 풍부하게 들어있는 것이 치즈의 또 다른 장점이기 때문이다. 치즈는 평균적으로 단백질 25%와 지방 27%, 그리고 비타민과 미네랄을 약 8% 정도 함유하고 있는 건강식품이다. 또한 인이나 칼슘과 같은 기능성 성분의 함량도 매우 높은 편이어서 성장기 어린이나 노약자 모두에게 효과적인 음식이다.

■ 치즈 발전에 기여한 저온살균법과 냉장고

치즈는 이제 서양인들뿐만 아니라 우리들 식탁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식품으로 자리 잡았는데, 이런 치즈는 도대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전 세계로 보급됐을까? 정확한 근거자료는 없지만, 식품학자들은 가축사육의 역사를 고려해볼 때 지금으로부터 약 1만 2천 년 전쯤에 치즈가 등장하지 않았을까 라고 추정하고 있다.

가축의 젖을 그대로 두었을 때 응고되는 커드가 치즈를 만드는데 있어 필수적인 물질인 만큼 인류가 가축을 사육하면서 얻게 된 젖을 통해 치즈가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한 것이다. 그런 추측대로라면 치즈의 탄생 지역을 당시에 이미 목축이 시작됐던 인도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등으로 좁힐 수 있다.

반면에 근거가 있는 치즈의 역사만 따진다면 기원전 3500년에서 3000년 사이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원전 3500년경에 메소포타미아 문명인 수메르의 점토판에 치즈의 생산량에 대한 기록이 새겨져 있고, 기원전 3000년경으로 추측되는 이집트의 출토물에서는 우유를 짜내 이를 가공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이처럼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가 치즈 탄생의 단초를 제공했다면, 치즈의 생산과 보급에 가장 기여한 국가는 그리스와 로마다. 그리스의 경우 아리스토텔레스나 히포크라테스와 같은 인물들이 활동하던 시기에 이미 치즈를 만드는 과정과 영양 등에 대해 언급한 기록들을 볼 수 있는데, 이때의 치즈 제조 기술을 살펴보면 오늘날과 비교해 볼 때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로 상당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로마는 그리스와는 달리 치즈의 제조방법을 전 세계로 전파하는데 있어 엄청난 기여를 했다. 당시의 치즈는 로마 보병군단의 필수 휴대품이었는데 이들이 정복하는 지역마다 치즈 제조법을 전파해 치즈를 전 세계로 보급시키는데 있어 지대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리스와 로마의 국력도 쇠락하고 주변민족의 침입과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이 퍼지면서 유럽이 암흑기에 접어든 뒤로는 나날이 발전하던 치즈의 제조기술도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중세의 수도원들이 치즈 제조기술을 보전하고 전수하는 역할을 담당했는데, 오늘날 유명한 치즈들의 이름에 수도원이나 수도사의 명칭이 많이 들어있는 이유는 바로 이 같은 역사 때문이다.

이후 르네상스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쇄락과 발전을 반복하던 치즈는 19세기 중반, 미국의 윌리엄스(Jesse Williams)라는 인물이 소규모 공장을 차리면서 비로소 양산 체제를 갖추기 시작한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생유(生乳)의 위생문제에 대해 불안을 느낀 사람들이 치즈 먹기를 꺼려했지만 19세기에 접어들며 파스퇴르의 저온살균법이 등장하고 20세기에 냉장고가 탄생하면서 치즈는 다시 인기 있는 식품이 됐다.

이상과 같이 치즈의 제조과정을 배우고, 치즈의 역사를 조사하다 보니 앞에서 언급했던 ‘치즈는 부지런한 자에게 주는 선물’이란 문구가 다시금 떠오른다. 어느 시대든지 치즈를 쉽게 만들어 먹은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겨우 소량의 치즈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을 돌이켜 보면, 치즈야말로 ‘선물처럼 소중한 식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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