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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NOW 요코하마]노골적인 상업화 물결, 선택의 기로에 선 한국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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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월드컵과 월드컵 규모 확대 노려…한국,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

[이성필기자] 올해 세계 축구계에는 변화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 2월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부임 후 월드컵의 규모 확대를 외치는 등 시장성 확장, 수익성 증대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시장성, 수익성 확대에는 이미 성장 중인 축구의 산업화를 더 강하게 굳히려는 의도도 있다. 일본 오사카에서 시작해 요코하마에서 마무리된 클럽월드컵에서 FIFA 주관 대회 최초로 비디오 판독을 시작했다. 지난 3월 세계 축구 규칙을 관장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시험적으로 2년간 비디오 판독 시행 후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고, 인판티노 회장이 이를 보조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FIFA 클럽월드컵에도 손을 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최근 "이르면 2019년부터 클럽월드컵에서 32개 팀이 경쟁하도록 하겠다"며 현재 각 대륙 대회 챔피언과 개최국만 겨루는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는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북중미, 남미, 오세아니아 클럽 대회 우승팀과 개최국 리그의 우승팀이 클럽 월드컵에 나선다. 개최국 우승팀과 오세아니아 팀이 플레이오프를 벌여 이긴 팀이 아프리카 우승팀, 아시아·북중미 우승팀이 6강전을 치른다. 이긴 팀은 각각 남미·유럽팀과 4강전을 벌여 결승 진출팀을 가린다.

절묘하게도 이번 대회는 일본 J리그 우승팀 가시마 앤틀러스가 참가국 자격으로 출전해 비교적 수월한 대진으로 결승전에 올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이 때문에 각 대륙 우승팀이 만나 자웅을 겨루는 대회에서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가시마가 레알의 대진 상대로 합당하느냐는 문제제기가 난무했다.

가시마는 일본의 전·후기리그 제도의 혜택을 받은 팀이다. 전기리그에서 승점 39점으로 1위를 한 뒤 후기리그 승점 20점으로 11위로 밀렸지만, 통합 승점 59점으로 우라와 레즈(74점), 가와사키 프론탈레(72점)에 이어 전체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제도를 철저히 활용한 것은 가시마의 전략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세계 최고 클럽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각 대륙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쳐 클럽월드컵까지 온 팀들과의 차이를 고려하면 아쉽다는 반응이다. J리그에서도 우라와, 가와사키와의 승점 차이가 크게 났기 때문이다.

개최국 입장에서는 흥행을 고려하면 가시마의 결승 진출도 나쁘지 않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지난해 요코하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리버플레이트(아르헨티나)-FC바르셀로나(스페인)의 결승전에는 6천6천여명의 관중이 몰렸다. J리그가 꽤 활성화되어 있는 일본이기 때문에 제3국에서 제3국 간 대진이 짜여도 양적, 질적 성공은 충분히 보장된다. 빅리그 팀들의 아시아 투어 역시 중국, 일본 등 상업성이 보장된 나라는 빠지지 않는다.

1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아틀레티코 나시오날(콜롬비아)의 3~4위전에는 4만4천625명의 관중이 찾았다. 레알-가시마의 결승전은 6만8천742명으로 매진됐다. 가시마가 레알에 견줘도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연장 승부까지 몰고 가면서 일부 부정적인 시선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아시아를 호령한 전북이 클럽월드컵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도 5위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분명히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전북에 진 아프리카 챔피언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프리카공화국)도 마찬가지다.

멕시코 '멕스 스포츠'의 미구엘 바스케스 기자는 "개최국 팀이 단 4경기만 치르고 세계 우승팀이 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아메리카만 해도 북중미 챔피언스리그를 미국, 온두라스 등을 오가며 치렀다. 아무리 개최국라도 대륙 대회를 치른 팀만 나오게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클럽 월드컵의 확대는 대륙 대항전의 관심이 점점 커진 것과 맞물린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남미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컵이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고 아시아, 북중미 챔피언스리그도 대륙 내 인기가 상승 중이다.

그러나 세계 축구의 흐름을 주도하는 유럽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유럽의 주요 리그 220개 팀의 연합체인 유럽클럽협회(ECA)가 FIFA의 클럽 월드컵 확대 방안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칼 하인츠 루메니게 의장은 "현재 치르고 있는 경기 수만 봐도 한계 상황이다"라며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각 대륙의 리그 운영 방식도 제각각이다. 서유럽이나 중동은 추춘제, 동아시아나 동유럽, 최근 성장하는 미국프로축구(MLS) 등은 춘추제라 모든 팀들의 경기력을 고려한 합리적 개최가 쉽지 않다. 월드컵 예선이나 대륙 대항전 등 A대표팀 경기까지 감안해야 한다.

일례로 클럽월드컵 MVP 호날두는 지난해에만 리그, 리그컵,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51경기를 뛰었다. A대표팀까지 따지면 55경기를 소화했다. 매주 1경기를 치렀다는 계산이 나온다. 휴식 보장 자체가 쉽지 않은 셈이다. 국내 선수 중에는 이재성(전북 현대)이 지난해 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총 44경기를 뛰었고 A대표로도 7경기나 나섰다. 제대로 쉬지를 못하니 질높은 경기를 보여주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그렇지만 커지는 논란 속에서도 점점 더 상업성을 강화하는 FIFA의 정책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대회에는 지출이 상당한 중국 기업 두 곳이 후원사로 등장하는 등 '차이나 머니'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최근 네 시즌 중 두 시즌에서 아시아 정상에 오르며 클럽월드컵의 흥행에도 앞장서고 있다. 큰 자금이 유입 되면 제대로 된 홍보 무대를 찾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대회 확장의 유혹이 큰 이유다.

시상식에 등장한 인판티노 회장을 향한 야유도 없었다. 과거 제프 블래터 회장은 얼굴만 보여도 야유와 욕설을 한 몸에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집권 초기이지만 행보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축구연맹의 고위 관계자는 "인판티노는 각 대륙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돈을 벌겠다는 정책의 논리를 잘 만든다.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대륙이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1월 카타르에서 열린 AFC 23세 이하(U-23) 대회에서도 AFC 내 임원들과 교류를 하며 자신의 정책을 제대로 설득했다"고 전했다.

K리그와 대한축구협회도 급격한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한다. K리그는 중국의 대대적 투자와 거액의 방송 중계권 계약으로 재도약을 선언한 일본, 호주의 재정비와 비교해 여전히 현상 유지에 급급하는 모습이다. 5위로 대회를 끝낸 전북 현대 정도만 겨우 지갑을 열고 있는 모습이다. 나머지 구단들은 저마다 '아끼기 경쟁'에 돌입한 분위기다. 최소한의 투자도 꺼려하면서도 성과는 또 내려고 하니 축구 현장에선 커다란 한숨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세계 축구의 판이 커지려는 분위기에서 어떤 식으로든 힘을 키우지 못하면 한 순간에 경쟁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판티노는 클럽 월드컵 말고도 A대표가 나서는 현행 32개국 체제의 월드컵 본선 확대까지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클럽월드컵 위원 자격으로 이 자리에 참석해 세계 축구의 변화를 생생하게 목격했다. 디비전(승강) 시스템 구축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한국 축구의 정책적 변화를 추진 중인 정 회장으로선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A대표팀 성적이 좋아야 프로까지 흥행이 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경쟁력 있는 팀 육성 자체가 꽤 어려운 게 사실이다. 변화하는 세계 축구의 소용돌이 속에서 '솔로몬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조이뉴스24 요코하마(일본)=이성필기자 elephant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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