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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형] '롯데'의 분골쇄신(粉骨碎身)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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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경영·사회공헌 박차 가해 기업을 국민적 자부심으로 키워내야

[유재형기자] 롯데그룹의 경영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은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일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4개월간 진행한 수사를 마무리했다.

수사팀이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압수수색한 6월 10일 이후 드러난 롯데그룹의 면모는 '불편' 그 자체였다. 오너일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재벌의 전형적 경영 행태가 연일 언론을 타고 전해졌다. 비록 혐의에 머문 단계이지만 재계 5위로 키워낸 국민 성원에 반하는 혐의점은 배신감을 부르기 충분했다.

검찰은 그간 27개 롯데 계열사의 간부 400여명을 대상으로 730여 회에 걸쳐 조사했다. 여기에 15개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앞서 롯데마트의 전 대표인 노병용 현 롯데물산 사장이 가습기살균제 사망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고, 고(故) 이인원 부회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8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 검찰 수사와 관련해 전문경영자 중 신영자 롯데장학회 이사장이 지난 7월 9일 구속돼 법정에 서게 됐다.

19일 가진 수사결과 발표에서 검찰은 신 회장에게 1천750억원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500억원대 특경법상 횡령 등 혐의를 적용했다. 또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에서 48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도 기소 내용에 포함했다.

검찰은 최근 10년간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비롯해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 등을 계열사 등기이사로 이름만 올린 채 500억원대의 급여를 챙긴 것으로 보고 이들도 각각 기소했다.

아울러 신 총괄회장은 차명으로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서씨와 신 이사장이 지배하는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에 액면가에 넘기는 방식으로 수천억원의 증여세 납부를 회피한 것으로 봤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은 서 씨와 신 이사장이 운영하는 롯데시네마 매점에 780억원의 일감을 몰아준 혐의도 받고 있다. 서 씨는 지난달 27일 불구속 기소됐지만 입국을 거부한 채 일본에서 버티기로 일관 중이다.

검찰은 총수 일가로 흘러간 금액이 1천300억원으로 역대 재벌 중 최대라는 점을 들어 신 회장에 대한 구속을 자신했으나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은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불구속 기소와 영장 재청구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으나 재계 5위 오너 구속이 불러올 부정적 여파를 우려하는 분위기에 결국 불구속 기소 쪽을 택했다. 롯데그룹 측은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일본 측에 한국 롯데 경영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부각해 왔다.

사실상 이번 '성과없는 수사' 결과물은 경제적 편익과 수취를 최고의 가치로 치부하는 한국 사회의 한계를 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25만명의 종업원과 협력업체를 책임질 인물로 묘사되는 오너 회장을, 개인의 몰락이 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로 방어한 셈이다.

검찰수사 4개월간 롯데 관련 주식이 1조5천억원 증발한 것도 롯데가 국민에게 끼친 해악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가 잘돼야 한다'는 논리는 이유 불문하고 누군가의 직장이고 터전인 관계로 분골쇄신(粉骨碎身)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 시련의 원흉인 형제간 경영권 다툼은 멈추지 않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 수사를 신 회장 경영권 방어의 아킬레스로 여기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SDJ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지난 11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 회장의 영장이 기각된 직후인 지난달 30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신 회장과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악화된 기업 이미지와 내부 결속력을 다져야 할 숙제를 떠안은 롯데는 물론이고 국민 시선에서도 이어지는 공방은 짜증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경제적 논리를 잘 이해하는 국민의 '선처' 조차 사라질 가능성이 짙다. 이번 검찰 수사 발표 이후 롯데가 후속 조치로 강조한 것처럼 윤리경영·사회공헌 활동에 박차를 가해 기업을 국민적 자부심으로 키워내는 것만이 롯데가 구상한 '글로벌 그룹 아시아 탑10' 진입이 가능할 일이다.

롯데는 오너의 구속기소라는 최악의 경우는 피했지만 이어질 재판 과정 중 불어올 리스크를 최소화할 과제도 동시에 주어졌다. 롯데라는 상호가 달린 백화점과 마트, 제과, 리조트를 이용하는 데 국민이 반감을 사고 불쾌하지 않도록 단속하고 또 쇄신하는 것이 오너 일가가 해야할 최소한의 '예의'다.

유재형기자 webpo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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