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민]휘어진 네모와 평평한 동그라미

#1 지난 8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열린 디스플레이 정보 공유 포럼에서, 서강대학교 최용순 교수는 웨어러블 기기에서 기술과 패션의 접목을 강조하였다. 모토360의 성공 요인을 기존 시계 관점에서 해석한 둥근 모양으로 분석하면서 둥근 디스플레이에 맞는 UI의 개발을 강조하였다. LG의 G 와치 R은 시장에서 모토 360의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되고 있다. 삼성의 갤럭시 와치 S 또한 휘어진 네모를 채택하여 웨어러블 기기의 성격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2 SK텔레콤의 스마트와치 준은 최근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TV 광고의 영향도있지만, 소비자 요구 분석과 사용성 면에서 큰 점수를 얻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심카드 등의 이동통신 모듈이 탑재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에 독립적으로 스마트와치가 전화의 기능을 하게 된다. 삼성의 갤럭시 와치 S는 심카드 탑재가 가능하여 독립적인 폰 기능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LG의 키즈온에서도 비슷한 기능이 제공된다.

갤럭시 와치와 G와치로 시작된 삼성과 엘지의 스마트 와치 시장 경쟁이 이제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이번 IFA 2014에서 두 업체는 각각 갤럭시 와치 S와 G와치 R을 발표하였다. '스마트'에 치중하던 두 업체의 스마트와치는 '패션'과 '사용성'을 강조하면서 진일보하여 본격적인 웨어러블 기기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올해 열린 CES, MWC와 마찬가지로 이번 IFA에서도 많은 업체들의 다양한 스마트와치들이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서로 비슷한 네모형 디스플레이 상에서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삼성과 LG의 시도는 다른 업체에 비해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두 업체는 1세대에서 겪었던 경험을 2세대에 반영하여 사용자에게 조금 더 다가가는 기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두 기기에 적용된 '휘어진 네모'와 '평평한 동그라미'는 각각 사용성과 패션의 면에서 장점이 있다. 더 나아가, 갤럭시 와치 S는 심카드 탑재를 통하여 전화 기능 제공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LG에서는 키즈온에서 부모의 전화와 연결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삼성과 LG의 경쟁은 지난 해에 있었던 '휘는 디스플레이' 경쟁과도 닮아 있다. 갤럭시 라운드와 G 플렉스에서의 경쟁은 지난 CES에서의 G 플렉스 호평과 이번 IFA에서 갤럭시 노트 에지의 성공으로 이어지면서 두 업체에게 서로 상생 효과를 주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 시장이 아닌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이 뒤늦게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많은 업체들이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다. 또한, 비슷한 기능들을 제공하는 비슷한 기기들이 시장에 퍼져 있어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금요일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2014년 연말에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는 8가지 기기 선정에 3개의 스마트와치(갤럭시와치 S, 아수스 젠와치, 모토 360)만을 포함시켰다. 스마트 와치 시장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번 IFA에서의 두 업체간 경쟁은 '사용자에게 맞춰 가는' 진화 방향을 보여주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서로 다른 진화 방향을 공유하는 이러한 경쟁이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의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부교수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부교수는) 서울대 제어 계측공학과와 같은 학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솔루션 전문기업 네오엠텔 기반기술팀장, SK텔레콤 터미널 개발팀 등에서 근무하면서 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전문가로 자리잡았다. 현재 한국정보처리학회와 한국멀티미디어 학회, 한국자동차공학회 등에서도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