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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민] 이공계 학부생에게 논문 발표가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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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공계생과 미국 이공계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2012년 봄 UC 얼바인(Irvine)에서 스마트폰 프로그래밍 과목을 강의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차이점은 다소 엉뚱하게도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이다. 조금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기술적 글쓰기 능력' 또는 '논문 쓰는 능력'이라고 하는 게 맞을 듯 하다. 요약·서론·관련 연구·제안 내용·실험 결과·결론·참고 문헌으로 이루어지는 학술 논문을 척척 써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UC 얼바인의 학생들은 3학년부터 듣게 되는 많은 설계 과목에서 과목의 최종 보고서를 학술 논문 형태로 작성하고 있다. 매 학기 3-4 개 정도의 프로젝트 과목을 듣는다고 가정하면, 졸업 때까지 약 10 편 정도의 논문을 작성해 보는 셈이다.

한 학생은 3학년 때에 과목에 제출했던 논문을 지도 교수의 추천으로 국제 학술 대회에서 발표했었던 경험을 매우 자랑스럽게 얘기해 주기도 하였다. 본인의 경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러한 논문 작성 및 발표는 다른 연구와의 비교, 본인 연구의 중요성과 차이점 부각 등을 통해서 기술 흐름의 파악, 연구 능력 향상, 글쓰기 및 표현력 향상 등 다양한 부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또한 학술대회 발표 실적은 학생의 향후 진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이공계생들도 수많은 보고서에 파묻혀 사는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문제 풀이 방법만을 서술하는 보고서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러 관련 연구를 비교하고 자신의 연구의 중요성과 독창성을 부각시키는 학술 논문 형태의 보고서는 매우 드문 현실이다. 게다가 이러한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도 많다.

초중고를 거치면서 수많은 에세이, 다양한 토론과 발표를 통하여 글쓰기와 표현력이 충분히 훈련되어 있는 미국의 학생들이 논문 작성에서도 더 나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대학에서조차 이공계 학생들을 훈련시키는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 한국의 이공계생에게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

미국, 유럽, 중국 등 여러 나라들과 이공계생들의 사회 진출 현황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지나치게 관련 전공으로 한정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그 이면에는 문제를 푸는 데에만 치중하고 연구 주제를 스스로 찾아가는 능력, 개념 정립, 방법론, 다른 연구와의 비교 등에 소홀히 했었던 우리나라 이공계 교육의 현실이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의 이공계에서 발표·토론·글쓰기에 대한 지도와 교육이 부족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국민대학교에서 글쓰기 과목을 강의했었던 임재춘 교수는 그의 저서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에서 기술적 글쓰기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특히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이공계생에게 근거와 주장이 명확히 어우러지는 기술적인 글쓰기를 지도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허, 제안서, 보고서, 학술 논문 등과 같이 연구기관과 회사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가 요구된다. 기술적 글쓰기는 최종 교육 기관인 대학이 이공계생들의 사회 진출을 위해서 반드시 지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

◆ 현실적인 대안…학부생의 논문 발표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의 일부 설계 과목에서는 몇 년 전부터 논문 형태의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면서 양질의 논문들은 학술대회 및 공모전을 통하여 발표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논문 작성 및 발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있지만, 많은 수상 실적과 더불어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또한 수강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취업, 진학, 회사 생활 등의 여러 면에서 매우 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주고 있으며, 더욱 확대 시행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최근 전공 학회들이 학부생 논문 제출을 권장하고 있는 것도 이공계 학부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것으로 생각된다. 학회 수가 늘어나고 대학원생 수는 줄어드는 상황이 되면서, 각 학회들은 학부생 논문 발표를 독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부생들이 논문 발표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와 같이 설계 과목에서의 논문 작성과 학술대회에서의 발표는 이공계 학부생들에게 기술적 글쓰기 능력과 표현 능력을 향상 시켜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학부생들의 논문은 기존 기술에 얽매이지 않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보여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흐름이 학교의 노력과 융합되어 시너지를 낸다면 이공계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 창의적 아이디어, 논리적인 사고, 명쾌한 표현 능력을 갖춘 이공계 인재 양성

향후 이공계생들의 글쓰기 노력, 학교의 제도적인 뒷받침, 강의 교수의 체계적인 지도, 더 나아가 이공계 교육의 개선 등을 통하여 이공계생들의 가장 부족한 부분인 표현 능력이 향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이공계생 본인의 발전뿐만 아니라 관련 대학, 관련 회사, 관련 연구 기관 등 우리나라의 연구 능력을 한단계 성장시켜서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나라의 국제 경쟁력을 높여 가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논리적인 사고, 명쾌한 표현 능력을 갖춘 이공계 인재들이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가기를 기대한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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