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두산 감독 김태형의 3번째 도전
2017.04.07 오전 6:17
카리스마와 경쟁유도 능력…강력한 선수단 장악, KS 3연패 노린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눈꼬리가 아래로 곡선을 그리고 내려갔다. 방긋 웃는 모습에서 프로야구 감독의 카리스마를 발견하긴 어려웠다. 작은 체구 위에 걸친 하얀색 홈유니폼 상의는 헐렁해 보였다. 그는 꽤 긴장하면서도 뚜렷하게 자기 소신을 밝혀갔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세밀하면서도 공격적인 야구를 추구한다"고 할 때의 표정은 무척 다부졌다. 지난 2014년 10월22일 두산 베어스의 10대 감독으로 취임하는 자리였다.

#눈꼬리가 위로 치켜 올라갔다. 얼굴은 잔뜩 굳었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싸늘한 기운이 주위를 감쌌다. 2016년 5월1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선수단 내부 문제로 잡음이 불거졌다. 지금은 팀을 떠난 한 선수가 운영상의 방침에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경기 전 덕아웃에 나타난 그는 관련 사항을 물어보자 잔뜩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시 덕아웃에 모인 사람 상당수는 살벌한 기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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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 단면만 보고 평가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때로는 개구쟁이 같이 천진난만해 보이지만 한 번 무게를 잡으면 모두가 긴장한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상황 파악과 향후 대처방안에 대한 '계산'이 컴퓨터처럼 프로세싱된다. 겉보기와 달리 그는 무척 영리하며 눈치가 빠르다.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나고 언변이 좋다. 발음이 정확하고 목소리 톤도 나쁘지 않아 한 번 입을 열면 준비된 원고를 읽는 듯 멘트가 청산유수처럼 쏟아진다.


#SK 와이번스의 배터리 코치로 시즌을 마친 2014년 어느날. 그는 김승영 두산 사장으로부터 한 번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SK 사령탑으로 막 부임한 김용희 감독의 수석코치로 내정된 그는 정장을 차려 입고 약속 장소인 호텔로 이동했다. "갑자기 정장을 입으셨네, 무슨 좋은 일 있으신가요." 시치미를 뚝 떼고 김 사장은 '표정 연기'를 했다. '호텔에서 보자'는 말에 '큰 일'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 그는 순간 당황했지만 역시 시치미를 떼고 응수했다. "그래도 호텔에서 높은 분을 보는데 청바지만 입고 다닐 수는 없지 않나요." 김 사장은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자세를 바로 잡더니 "축하합니다. 우리 팀의 차기 감독으로 모시기로 했습니다"며 정중하게 말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명장 소리를 들을 것 같은 느낌인데요." 2015년 시즌 초반. 경기전 덕아웃에서 나도 모르게 나왔던 말이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두산이라는 팀과 제대로 맞아떨어지는 지도자를 선임했다는 생각에서 무의식 중에 나온 말이었다. OB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두산에서 은퇴했다. 배터리 코치 시절에는 다수의 뛰어난 선수를 육성하면서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포수 출신으로 복잡한 야구경기의 디테일에 밝은 점, 팀의 주요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점, 무엇보다 선수단이 긴장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여…" 그는 어이 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로부터 2년 연속 그는 우승 감독이 됐다. 올해부터 3년간 총액 20억원을 받는다. 프로야구 감독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 2년간 지켜본 김태형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선수단 장악력이다. 웬만한 선수들은 그의 눈을 쉽게 쳐다보지 못한다. 선수와 코치시절 그의 카리스마에 관한 일화가 워낙 유명해서인지 그는 두산 팀 내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꼽힌다. 굳이 목소리를 높이거나 험악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아서 긴장한다. 그의 표정이 조금이라도 변할 때면 선수들은 물론 코치들도 숨을 죽이기 일쑤다.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패한 날은 선수단 전체가 '비상'이라고 한다.

#적절한 경쟁 유도력 또한 그의 또 다른 '무기'다. 선수층이 두터운 두산에서 '붙박이 주전'은 없다. 올스타는 물론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도 '아니다' 싶으면 후보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경기전 덕아웃에서 그날 그날 라인업을 확인하는 '유명 선수'들의 표정에는 안도와 실망, 좌절이 엇갈린다. 공평하게 기회를 주지만 일정 기간 내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어느새 이천행 버스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긴장감 조성과 무한 경쟁 유도, 칼날보다 날카로운 그의 양대 도구다. 대신 최대한 무리한 운영은 피하려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선수를 당겨쓰지 않은 건 내가 잘 한 것 같다"고 2015년 우승을 차지한 뒤 그는 말했다.

#"작년보다 세진 건 없습니다. 사실 우리가 지난 시즌에 워낙 잘하긴 했지요. 그런 성적이 또 나오란 법은 없지만 올해에도 상대팀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잘할 겁니다." 지난 3월31일 미디어데이에서 나온 그의 발언이다.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말이다. 그는 야구에 관한 확고한 지론이 있다 '야구는 감독이 아닌 선수가 한다'는 것이다. 지도자는 선수들이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워주는 조력자일 뿐이라는 소신이다. 또 하나를 들자면 '장기 레이스는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 치르되 포스트시즌에선 잡을 경기를 최대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산은 '무리하지 않은'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역대 최다 93승을 거뒀고, '반드시 잡아야 하는' 한국시리즈는 4연승으로 끝냈다. 또 다시 시작된 144경기 대장정. 김태형과 두산은 또 다른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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