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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가 부른 '긍정' 효과…23일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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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수 금연정책 투톱, '가격인상'에 이어 이번엔 '경고그림' 투입

[유재형기자] # 직장인 A씨(29세)는 신혼여행으로 떠난 태국 파타야의 한 휴양지에서 구입한 담배에 그려진 폐암 경고사진을 보고 즉각 금연을 결심했다. 섬뜩한 사진이 게재된 담배를 접한 순간을 떠올리며 그는 "충격이었으며, 가족과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내가 우선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23일 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담뱃갑 포장지에 흡연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그림 도입이 의무화된다. 당장 내일(23일)부터 서울 여의도, 강남역, 홍대, 광화문, 서울역, 고속버스터미널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우선 보급되며 기 발매된 담배가 소진되는 내년 1월 중순 이후면 전국 담배 판매소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경고그림 도입에 대한 찬반여론은 갈렸다. 도입 반대입장 측은 지난친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가격인상과 함께 대표적 비가격 정책인 경고그림 도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훨씬 우세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흡연의 유해성을 소비자에게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 6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정책 도입을 확정했다.

이미 경고그림 도입은 WHO(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한 대표적 금연 정책으로 꼽히고 있다. 2001년 캐나다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EU를 포함한 전 세계 101개국에 시행 중인 검증된 제도이다.

◆경고그림은 흡연 신규 진입막는 최고의 처방

강력한 금연지원 정책의 필요성은 한국은 그리스에 이어 OECD 34개 회원국 중 2번째로 남성(15세 이상) 흡연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데서 적절성을 찾는다.

2015년 담배 가격 인상을 통해 흡연율을 낮추고 국민건강을 증진시킨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시행 2년이 흐른 지금 초기에 기대했던 금연율은 원상태로 회복 중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담배 판매량은 353억969만1400개비로 가격이 처음 오른 2015년 상반기 판매량 310억679만6000개비보다 약 14% 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가 보여주듯 가격정책을 통해 흡연율 낮추기에 나섰던 기대감은 결국 세수를 증대하려는 '꼼수'였다는 비판이 인 것도 이런 이유였다. 때문에 담배의 폐해를 담은 '경고그림 도입'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가졌다.

경고그림 도입으로 당장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비흡연자의 흡연진입 차단이다. 흡연으로 망가진 혐오스러운 인체 사진 노출을 통해 담배의 폐해를 알리는 캠페인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존 흡연자 역시 담배를 끊자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사실대로 금연 필요성은 '경제적 이유' 보다는 '나와 가족의 건강 때문'이 이유라는 데에서 담뱃값 경고그림 도입은 강력한 경각심을 일깨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편의점 판매 1위 제품인 담배가 지금처럼 계산대 전면에 노출 진열되는 현실도 일정 부분 억제할 수 있다는 점도 혐오그림 삽입의 이점으로 꼽히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가 도입한 담배 경고그림 도입 법제화는 담배업 기업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추진의지를 가지고 준비해 온 만큼 제도 시행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인식은 흡연자들 사이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암센터 조사(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흡연 현황)에서 흡연자 중 85.6%는 담배 유해성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정부가 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고그림은 이미 검증된 금연정책, '사회적 비용' 줄인다

경고그림 도입 반대 측은 담뱃갑 건강 경고문구를 강화하는 선에서 타협안을 제시하는 쪽도 있지만 실제 그 효과가 미비하다는 게 조사 결과다. 국림암센터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는 '건강 경고 때문에 적어도 한번이상 흡연을 포기했다'고 응답한 흡연자는 10.5%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경고그림을 도입한 태국은 제도 도입 이후 흡연자 44%가 금연의지를 보인 것으로 조사돼 이미 그 효과를 입증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01년 경고그림 도입한 캐나다는 경고그림 도입 전후로 흡연자 신규 진입 확률이 12.5% 줄었다. 또 브라질은 13.8%가 감소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남성의 흡연율은 39.3%이다. 이는 OECD 34개 회원국 기준으로 볼 때 그리스, 터키에 이어 3위로, 가장 강력한 비가격 금연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요구가 줄을 이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판매 중인 담뱃값 디자인 도안이 지나치게 화려해서 흡연 폐해에 대한 인식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담배업계는 수많은 진열 상품 중 자사 담배가 눈에 띄게 하려는 의도로 원색의 색감과 서체를 강조했고, 돌출 광고나 첨단 조명이 들어간 판매대를 통해 시선을 끌어왔다. 결국 담배 판매소에 부착된 세련된 홍보문구와 감각적 디자인이 신규 흡연자를 양산하고 흡연자의 금연욕구를 상쇄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도 있다.

◆ 지나치게 많은 담배 판매점, 금연 의지 꺽어

또 편의점의 확장세에 발맞춰 급격히 늘어난 담배 판매업소도 금연 정책의 방해 요소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편의점은 하루 평균 15개씩 신규 점포를 확장하고 있으며, 1위 매출 상품은 단연 담배이다.

기존 담배사업법 상에 문구점, 게임장 등 청소년 다중 이용시설은 사업장 지정에서 제외되지만 각종 문구류를 구비한 편의점은 휴게시설로 분류돼 얼마든지 사업권 취득이 가능한 구조다. 편의점은 영업소간 거리 요건만 충족된다면 담배 판매가 가능해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공급시설도 흡연율 감소를 지연하는 한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개인 마트를 운영하는 점주 B씨는 "매대 광고를 유치하려는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고 워낙 다양한 상품이 쏟아지다 보니 담배 포장지가 점점 화려해지는 것 같다"며 "장기간 흡연해 온 사람이야 그래도 피겠다는 사람이 나올지 몰라도 경고그림을 보고도 새롭게 담배를 피겠다고 나오는 사람은 많이 줄 것 같다"고 말했다.

◆ 조금 끔찍하고 혐오스럽더라도, 금연정책 계속돼야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감소도 경고그림 도입에 따른 직접적 이득이다. 2009년 WHO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흡연 경고그림 도입은 의료비 절감, 사망 감소로 이어져 3천억원에서 최대 4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봤다.

당장 23일 부터 담배 제조사가 표기한 이미지 5종은 폐암·후두암·구강암·심장질환·뇌졸중 등 질병부위를 담았으며, 나머지 5종은 질병부위는 담지 않았지만 간접흡연·조기 사망·피부노화·임산부흡연·성기능장애 등 주제를 나타냈다.

이미 확정된 담뱃갑 경고문고와 그림 10종외에도 전자담배, 물담배, 씹는 담배, 머금는 담배에도 그림(1종) 표기가 의무화된다. 경고그림 등은 담뱃갑 앞‧뒷면 '상단'에 표기해야 하며, 24개월 주기로 정기 교체하되 그 내용을 시행 또는 변경 6개월 전에 고시하도록 했다.

글자체(고딕체), 경고문구 색상(포장지와 보색 대비로 선명하게 표기) 등 기타 세부 표기방법 등도 시행령을 통해 규정했다.

자신을 흡연경력 20년 이라고 소개한 잡지사 에디터 김형종(49) 씨는 "사실 담배 포장지 경고그림은 사진일 뿐이지만 실제 20년 간 담배를 펴 온 내 폐가 유사한 상태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직하다"면서 "물론 흡연 여부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흡연율 감소를 위한 캠페인 강화는 당연한 국가의 의무인 만큼 정책 의지를 가지고 강력한 금연 대책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면 나 같은 장기 흡연자도 금연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재형기자 webpo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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