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갤러리서 만난 가구, '오랠 것'의 햇얼굴을 보라
2017.05.07 오전 6:17
32인 가구 작가의 '우리가 몰랐던 가구; 展' 기획한 육상수·정희석 대표
[아이뉴스24 유재형기자] 가구란, 추억의 힘이다. 박형준 시인의 언어처럼 '세월에 닦여 그 집에 길들여질 가구'는 늘 그 자리에서 당신을 수식하고 있을 것이다.

가구를 대하는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80년대 등장한 '마이카(My Car)'라는 개념이 그랫듯 가구는 사람의 편리를 대신하는 개념을 넘어 문화 코드로 해석하는 이들도 생겼다. 간편·편의성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접한 제대로 된 가구의 '힘'은 반려의 문화이며, 자기 만족의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물론 수신자는 우리 시대이다. 2017년의 오늘을 수식하는 불확실성에 처한 '불안의 오늘'을 사는 당신에게 가구는 더불어 추억을 만들어가는 존재로 겉에 섰다.



봄의 한 가운데를 정조준한 32인의 가구디자이너들은 '우리가 몰랐던 가구;전'을 통해 조선의 가구에서 오늘의 목가구에 이르기 까지 그동안 몰랐던 목가구의 미감과 그것의 향유에서 오는 가치를 전하려 한다.

전시 총괄기획을 맡은 매거진 우드플래닛의 육상수 대표는 "이번 전시는 조선가구의 절제된 미와 현대 목수가 만든 목가구의 내면성 그리고 젊은 가구디자이너의 감각적 가구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최초의 가구전"이라며, "특히 일반적인 가구 페어와 다른 점은 실용성 가구를 관람하기보다는 디자인하고 만든 이들의 의도를 깊이 들여다 보고, 진정한 목가구의 질감을 전달하고자 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에이징 퍼니처'라는 전시회 부제가 말하듯 이번 전시는 조선에서 현대에 이르는 가구의 역사가 인간 삶에 있어 쓰임의 가치와 사물의 아름다움을 통해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를 공유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 작가가 전하는 목조형미는 시대의 감성을 채용하면서도 저마다 독특한 시각과 목소리를 가진다.



32인의 가구는 크게 전통가구, 현대가구, 디자인 가구로 나뉜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하나의 경향이나 취향으로 묶이지 않는다. 육 대표는 "우리 시대 모든 가구를 대변하면서, 단순한 집안 살림살이로써의 가구를 넘어섰다. 삶의 공간을 벗어났다고 해 갑자기 예술 작품화 된 가구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긴 시간 수제가구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향유되면서 더해진 가치와 앞으로 더해질 그것을 미리 엿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가구가 일반 페어 무대가 아닌 서울 평창동 소재 갤러리 금보성에서 열린다는 점도 독특하다. 예술작품의 정거장이라고 불리는 갤러리에서도 통한다는 자신감이다. 누구는 목수이고, 또 다른 이는 가구디자이너 또는 작가의 이름으로 갤러리에 모였지만 공통의 과제는 예술 가치의 으뜸인 독창성에 있었다. 공동기획자인 잇다스페이스 정희석 대표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가구는 일반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수준 높은 가구들"이라며 "오래 될 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32인의 木理, 그 독특한 선과 면

'오래될 것'이란, 미리 만나는 우리의 추억일 것이다. 작가들은 구매와 동시에 가치가 절하되는 현대사회의 소비문화 속에서 '오랠 것'들의 유익함과 예상 가능한 미래 가치에 대해 얘기 중이다. 두 명의 기획자는 이번 전시회에 앞서 목수(작가), 소비자, 목가구 각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기획에 나섰다.

목수는 '만드는 행위'에서 의미를 찾는다. 목가구에 드러난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목가구 안에 스민 목수의 고민까지 보여주는 일, 육 대표는 이 목수의 위치에 대해 "매 작업마다 물성과 그 결을 살펴야 하는 목수라는 직업은 치열한 고민의 위치에 있다"며 말을 이었다. "목수는 나무의 삶을 익혀야 한다. 나무의 삶을 알고, 그 숙성의 과정을 알아야만 가구의 재료로 선택할 수 있다. 다음이 나무의 결이다. 같은 수종이라도 여러가지 요건에 따라 생김새나 물성이 매우 다른 나무에게 일률적으로 규정된 디자인을 입힐 수 없기 때문에 수제가구에는 '같은' 것이 있을 수 없다. 나무 일생의 흔적인 목리는 세심한 배치로 다시금 살아난다. 그리고 나무의 선을 결정한다. 이렇게 목수는 누군가의 손에서 숙성될 가구의 밑작업을 마치는 중매자이기도 하다."



또 정 대표는 소비자가 만드는 가치에 대해 오래 될 것을 공유하는 그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것은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가구',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가구'로 투영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나무로 만든 가구, 그 중에서도 목수의 손길이 닿은 수제가구 전시는 유행에서 조금 물러나 느리게 성숙해가는 삶을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첫 걸음을 지나 오랜 세월 일상의 발걸음을 함께 하는 숙성의 가구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가구와 사람의 반려·동반 개념을 떠올렸으면 한다는 육 대표는 "숙성된 나무에 의한 숙성의 가구를 둘러봄으로써 한 사물의 지속가능함과 더불어 소비자 스스로 만들어낼 가치와 미감에 대해 떠올리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32인의 작가들은 백제의 향로, 신라의 토우, 조선의 가구와 백자가 사물의 쓰임과 시간이 어우러져 국보로 자리했듯, 제 주인을 찾을 가구가 놓인 그 곳에서 예술이 되고 보물로 쓰이기를 소망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수제가구가 변화시킬 삶의 질, 그리고 지속가능한 미감을 만나는 기회는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오는 13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우리가 몰랐던 가구;전'은 매거진 우드플래닛·금보성아트센터가 주최하고, 네이버 리빙·유림목재·KMWOOD가 후원한다.

참여작가는 강영준(오포우드스튜디오), 권원덕(농방스튜디오), 김상림(金相林木工所), 김영상(김영상가구공방), 김완규(굿핸굿디), 김윤관(김윤관 목가구공방&아카데미), 김영찬(목이공방), 김은학(Eunhak KIM Design Studio), 김일광(가인리빙디자인), 김정목(바른나무공방), 김현재(보스크), 김홍진(아르츄어공방), 박태홍(Woodpark), 소은명(Shawn Soh), 송유훈(송공방), 양석중(와우목공방) 양웅걸(YangWoongGul Furniture Studio), 여인철(아티작), 이승원(INHOO), 이현정(스튜디오 홍홍), 전우상(브라더스공방), 정희석(잇다스페이스), 홍훈표(홍훈표공작소), 황인환(TAIL YARD Studio), 김령·김현경(캐비넷속사다리), 김승현·박현정(제너럴그레이), 김이래·한광호(스튜디오다른), 조병주·변영균(미음) 이상 32인이다.

/유재형기자 webpo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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