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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어 살충제 여파로 유통街 '계란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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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문제된 것 외 나머지 유통 방침에 혼란 가중…마트 "당장 판매 안해"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 여파가 여전한 가운데 국내산 계란에서 살충제 피프로닐이 검출되면서 유통·식품·외식업계가 초비상 상태에 빠졌다.

살충제 계란 소식이 전해지자 대형마트를 비롯해 슈퍼, 편의점, 이커머스 등 주요 유통채널이 일제히 계란 판매를 잠정 중단했고 계란 사용량이 많은 제과·제빵업계는 공급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또 급식업계 역시 계란 사용을 일제히 중단하고 있으며 외식업계에서는 계란이 들어가는 음식이 자취를 감췄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 경기도 광주 소재 농장에 이어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 양주 소재 농장의 계란에서도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살충제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피프로닐과 비벤트린은 유럽에서 문제가 된 유해물질로, 이 중 비펜트린은 개와 고양이의 벼룩 및 진드기를 구제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닭에게는 사용이 금지된 것이다.

특히 앞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 두 곳은 모두 '친환경 농가'로 인증된 곳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천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산란계 농가는 1천60곳으로 이 중 73%인 780곳이 친환경 농가로 인증받았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살충제 계란'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구입한 계란이 안전한 것인지, 계란 공급이 언제 재개될지 몰라 문의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주부들은 안전한 계란 구별법에 대한 질문이 여기저기서 빗발쳤다. 특히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계란 껍데기에 경기도산(産)을 뜻하는 숫자 '08'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한 소비자는 "살충제 계란 소식을 접하고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더 심해졌다"며 "문제된 계란이 정부에서 인증한 친환경 농장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들었는데 농가도 그렇지만 감시를 소홀히 한 정부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살충제 계란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먼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4일 자정부터 계란 출하를 중단하고 3천수 이상 산란계를 사육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오는 17일까지 전수 검사를 실시해 합격한 농장의 계란만 출하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이날 적합판정을 받은 241개 농가 계란을 우선 정상 유통키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자 안전 강화 차원에서 계란 안전관리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또 약품에 대한 안전사용 기준을 어긴 농장주에 대해서는 지도와 시정명령뿐 아니라 행정처분을 하는 등 제재 규정을 마련키로 했다. 여기에 축산물 위생관리법을 개정, 계란의 검란선별포장 등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식용란선별포장업'을 신설키로 하고 현행 농장에서 마트 등으로 유통되기 전에 농장에서 식용란선별포장업에서 잔류물질 검사와 선별, 포장작업을 거친 뒤 마트 등으로 유통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또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해 회의를 진행해 관련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오는 18일까지 전량 회수·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살충제 계란이 광범위하게 퍼진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문제가 있는 계란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량 유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살충제 계란 사태가 커지자 각 유통업체들도 일제히 계란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리고 비치된 상품을 전량 수거했다. 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 3사 외에 이마트에브리데이,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롯데슈퍼 등 SSM과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쿠팡, 위메프, 11번가 등 이커머스 업체들은 소비자가 계란 구입 영수증을 지참하고 환불을 요청할 경우 계란이 부패하지 않은 경우에 한해 환불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날 정부가 문제가 있는 계란을 전량 폐기하고 나머지를 유통시킬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하자 각 유통업체들은 혼란 상태에 빠졌다. 정부가 적합판정을 받은 241개 농가를 공개하지 않은 데다 기존 판매됐던 재고 물량도 어떻게 유통되는 지 알 수 없어 소비자 불신이 더 가중될 것을 우려해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도 섣불리 계란 판매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정부가 관련 브리핑만 하고 정작 241개 농가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은 데다 합격증을 보내주지 않아 당장 계란 판매를 재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아직 전수조사도 모두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란을 다시 판매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계란 소비량이 많은 제과·제빵업계와 외식업계, 급식업계도 살충제 계란 여파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연초부터 계란값 폭등에 시달려왔던 관련 업체들은 이번에도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자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현재 문제된 지역의 농가와 거래하고 있지 않고 이달 초에 살충제 성분과 관련해 거래 농가 20여곳을 대상으로 자체 전수조사를 벌여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전면 유통되면서 계란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하루 이틀 정도 쓸 계란은 있지만 하루 60여톤을 소비해야 해 사태가 장기화되면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어 관련 제품들의 생산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먼저 살충제 계란 논란이 확산됐음에도 정부가 안일하게 대처해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이번 일은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볼 수 밖에 없으며 관리를 소홀히 한 정부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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