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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상생 협약, 이번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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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상생'은 늘 대기업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화두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대기업들에게 제시한 '포지티브 캠페인'도 그러한 신호 중 하나다.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니 대기업들도 이런저런 상생협력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5월 삼성전자와 한화케미칼 등이 협력사에 대한 물품대금 지급 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을 시작으로 현대·기아자동차, LG디스플레이, 두산 등이 잇따라 협력사와의 구체적인 상생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SK그룹도 큰 틀에서 이 같은 방향을 확정짓고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 중이다.

대기업들이 제시한 상생협력 방안은 다양하다. 물품대금 지급 방식을 합리적으로 바꾸기도 하고, 협력사를 위한 기금 및 대출 프로그램을 조성하기도 하고, 자사의 특허를 무료로 공개하기도 한다.

협력사 간의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1차 협력사의 상생협력 활동을 점검하기로 한 곳도 있다. 대기업의 이러한 움직임이 현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 아니냐는 시선이 있긴 하다. 그러나 그 자체만으로만 본다면 분명히 사회 공헌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런데 이처럼 대기업이 경쟁적으로 협력사에 대한 상생 협약을 내놓는 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당장 지난해 3월에도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대기업들이 공정거래협약을 대대적으로 맺었다.

이들은 각종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하고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약속했다. 한창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던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기업이 내놓았던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방안들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해의 경우 그 대상이 2·3차 협력사로 확대되기는 했지만.

더욱이 대기업 계열사들의 불공정거래는 여전히 심심찮게 이뤄지고 있다. 올해에도 부영주택, 현대위아, 포스코ICT, 한화 S&C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잇따라 불공정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하도급 대금 지급 미루기, 하도급 낙찰 금액 삭감, 귀책 여부와 상관없이 하도급 업체에 책임 떠넘기기 등 불공정 거래 방식도 다양했다.

대기업이 한편으로는 상생을 외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업계 관행 등을 내세워 여전히 불공정거래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대기업이 수차례 발표한 상생 협약으로 협력사의 불공정거래가 크게 줄었다면, 지금 '동반성장'이라는 해묵은 주제가 새삼스럽게 부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협력사들에게 여전히 대기업과의 불공정한 관계는 큰 화두이고 위협이다. 지난 5월 2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제조업체 300개 업체 중 14.3%가 부당 단가결정 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고 이들 중 62.8%는 별다른 대책 없이 이러한 부당거래를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대기업의 상생협약은 협력사에게 도움이 됐다. 실제로 그간 현대차의 상생협약 혜택을 받아 온 현대차의 1차 협력사들은 지난 15년 간 연평균 9.1%의 매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상생협약이 전체 기업 생태계의 동반성장으로까지 연결되려면 결국 관행처럼 번진 불공정거래 행위도 함께 근절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엄격한 제재도 필요하겠지만, 이와 함께 대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사에 대한 불공정거래 근절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기업인들과 문재인 대통령 간의 간담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대기업의 상생협력 방안에 대한 얘기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역시 그간 구상해 온 방안들을 자율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상생협력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다만 정말로 협력사들을 억누르는 요인인 불공정거래 근절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기업의 상생 협약은 '무늬만 동반성장'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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