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최근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제품이나 서비스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GS리테일이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 칠십이초의 오리지널 포맷을 그대로 따라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 29일 페이스북 GS25 공식 계정을 통해 와인 신제품 '넘버나인 크로이쳐'를 출시하면서 이를 위한 소셜미디어 홍보 영상을 게재했다.
'나는 오늘 크로이쳐 와인 발표를 했다'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영상은 네이버tv캐스트,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문제는 해당 영상이 모바일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이 제작한 '삼성 레벨 U X 72초 TV 콜래보레이션'을 비롯해 칠십이초 오리지널 영상들의 흐름, 배경음악, 편집방법과 영상 내 등장하는 그래픽까지 흡사하다는 점.
심지어 '나는 오늘'로 시작하는 문구도 72초TV 시리즈에서 주로 사용되는 제목 콘셉트다. 칠십이초가 제작한 '나는 오늘 서른이 되었다', '나는 오늘 영어학원에 등록했다' 등이 대표적이다.
사태가 이쯤되자 GS25 공식 계정에는 이를 질타하는 댓글이 이어졌고 평소 댓글이 거의 없던 것과 달리 5일 현재 기준 해당 영상의 댓글은 60여개에 달한다.
GS리테일은 다른 편의점과 달리 최근 스토리텔링 방식을 적용한 동영상 콘텐츠를 잇따라 제작하면서 업계 관심을 끌어왔다. 소셜미디어에서 동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보니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여온 것.
하지만 대기업의 아이디어 도용 문제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줄곧 큰 이슈가 됐던 터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GS리테일의 신뢰도에도 일정부분 타격이 있을 조짐이다.
성지환 칠십이초 대표는 "우리는 우리 드라마 포맷에 대해 따라해도 된다 안된다 여부를 말씀 드리지는 않는다"며 "포맷은 '장르'와 유사한 의미라 어느 한명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인데 이렇게 대놓고 대사와 디자인을 베끼는 것은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GS리테일측은 해당 영상에 대해 "GSTV가 제작한 '패러디' 영상"이라며 "의욕적으로 재밌게 하려다보니 이렇게 된 듯 하다. 칠십이초 측과 향후 만남을 가질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니꺼는 내꺼' 저작권 인식 부재 여전
올들어 대기업이 스타트업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그대로 따라하는 사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5월에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사진보정 앱 '싸이메라'에 신규 사진 필터로 올라왔던 사쿠라, 프렌치, 메어리미, 그랜드 부다페스트 등이 삭제되기도 했다.
해당 필터가 스타트업 오디너리팩토리가 유료로 판매중인 필터와 유사한 것으로 SK컴즈가 무료로 배포하면서 오디너리팩토리 측이 피해를 주장하고 나선 탓.
그러나 SK컴즈는 "많은 이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공감하는 취지로 삭제한 것이지 해당 필터는 100% 개발팀의 아이디어"라 이를 부인 했다.
이외에도 국내 대기업 가전제품 제조사가 드론 촬영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의 기술을 빼내려는 시도가 논란이 됐고,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이랜드가 중소 브랜드 제품을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변리사는 "콘텐츠의 경우 형식만 갖고 저작권 침해 소송을 하기는 힘들다"며 "소송을 건다고 해도 현행 법상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패러디와 표절은 종이 한장 차이지만 실무자들은 이를 구분하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다"며 "저작권 인식 제고도 중요하지만 권리를 안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법제도 보완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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