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훈]ICT공약 포퓰리즘 논란과 '불통'
2017.04.18 오전 9:17
적재적소(適材適所)란 말이 있다. 적절한 재목을 적절한 곳에 사용하기 위해 마땅한 인재를 그에 맞게 등용한다는 뜻이다.

누구나 아는 쉬운 말이지만,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캠프에는 통용되기 어려운 말인 모양이다. 연일 쏟아지는 문 후보의 정책공약 중 유독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자꾸 내부의 불협화음이 들려오고 있다.


당 정책위에서 오래 동안 논의돼 온 정책 대신 캠프 내부에서 급작스럽게 '통신 기본료폐지', '한중일 무료로밍' 등을 앞세운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을 내놔 '포퓰리즘' 비판을 야기하더니 ICT 정책 주요 쟁점인 '4차 산업혁명' 관련해서는 이리저리 말을 번복해 또 구설수에 올랐다.

문 후보가 한 토론회에서 발언한 5G 직접 투자가 화근이었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5G 투자에 나선 가운데 엉뚱하게 정부가 5G 망을 직접 깔아 이들과 경쟁하겠다는 식으로 해석되는 공약을 내 건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데이터를 무상 제공하겠다는 발상인데, 중복 투자 논란도 있지만 혈세로 수십조 원에 달하는 망을 구축하겠다는 뜻이어서 상당한 논란이 됐다. 기본료를 폐지하면 5G 투자 여력이 없다는 통신사들 주장에 대응, 이 같은 공약을 급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결국 하루도 안 돼 정부가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뜻이었다고 말을 바꿨지만 앞서 3D와 5G를 놓고 이른바 '삼디', '오지' 발언으로 ICT관련 이해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던 만큼 ICT산업과 현황을 너무 모르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빌미만 준 형국이다.

그나마도 일각에서는 문 후보 측이 발 빠르게 이 같은 공약을 번복한 것이 다행이라는 시각도 있다. 세수 확대 등 재원 마련 없는 공약이라는 이른바 포퓰리즘 공세를 조기 진화하고 나섰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까지 한 달이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또는 당초 논의됐던 내용과는 동떨어진 공약 발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내부 소통 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칠 만한 대목이다.

문 후보가 유력 대선후보가 되면서 캠프에 각계 유력 인사들이 몰려들어 말 그대로 '文전성시'를 이룬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인재가 차고 넘친다 해도 적재적소에 쓰이지 않는다면, 또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소용없다. 현실적인 정책과 대안 역시 이 같은 구조에서 가능하다.

차기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는 만큼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모두의 화합과 통합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후보자 등록 이후 '적폐청산' 대신 '통합(統合)'을 강조하고 나선 문 후보다. 그런데도 당장 캠프 내부의 또 다른 적폐를 청산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다면 말 그대로 '통합(痛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양태훈기자 flam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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