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의 칼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씨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는 이른바 노 전 대통령의 '형님게이트'에 대해 극히 말을 아끼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예산안 뿐 아니라 이명박 경제법안, 한미FTA비준안 처리 등 각종 현안마다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라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보이지만, 각기 다른 사정으로 언급하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여야는 노건평씨 문제에 대해 표면적으론 적정한 수준에서 말을 잇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씨 등 노 전 대통령 측근 그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고, 민주당은 정치보복성 수사로 가면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수준이다.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26일 '노건평 게이트'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라는 논평을 통해 "그냥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노건평씨)'과 '수많은 부산상고 출신 중의 하나이자 후원자 중 하나(정화삼, 정대근씨)'에 불과한 사람들이 전화 몇 통화로 최소 백억원을 해먹었다"며 "그렇다면 진짜 권력을 손에 쥐고 있었던 '측근'과 '본좌'는 얼마나 해먹었다는 말인가? 참으로 궁금하다"고 우회적으로만 비판하고 나섰다. 그간 차 대변인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거친 논평을 쏟아낸 것과는 공세의 수위가 낮다.
한나라당은 이처럼 당 대변인 논평 이외에 최고위원회의, 상임위에서도 세종증권 비리 수사 언급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쌀직불금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 지도부 등 한나라당이 전면적으로 노씨의 의혹에 전면 공세에 나설 경우 정치 보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하다. 최근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야당이 '정치 사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던 만큼 이번 노씨에 대한 검찰 수사도 정치보복성이라는 의혹을 또 다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손자인 김영집 코디너스 대표가 배임 및 증권 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전격 체포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도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상태여서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대통령의 부인인 사촌언니 김옥희씨가 공천 대가와 취업을 미끼로 금품을 챙긴 사건이 터지면서 친인척 비리로 상처를 받은 터였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여야가 맞붙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수사 결과에 따라 전(前) 정권 비리로 비화될 가능성에 숨을 죽이며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25일 "현 단계로서는 이 문제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없다"며 "노씨 관련 사안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고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한발 뒤로 물러섰다.
최 대변인은 다만 "이것이 필요한 수사라면 명백하게 진행되어야 할 일이지만, 정치적 차원의 보복적 형태로 진행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주당은 이 사안에 대해 더 관찰하고 주시해서 검찰의 수사가 정당하고 명백하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현 정권의 문제와 균형있게 진행되는지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완곡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검찰의 김민석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감싸기' 선봉에 섰다가 여론 악화와 당내 비판의 여운이 남아있는 만큼 전 정권의 비리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둘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더욱이 세종증권 인수 비리 수사가 참여정부 정관계로 확대될 경우 불똥이 민주당으로도 튈 수 있다. 때문에 노씨 문제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아 선뜻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표정이 가득하다.
한편 검찰은 노건평씨가 세종증권 인수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정황과 함께 사례비 명복으로 9억원 상당의 경남 김해 상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민철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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