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1일 창당 11주년을 맞았다. 지난 1997년 신한국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떠나면서 통합민주당과 합당해 창당한지 11년이 된 것이다.
두 번의 대선 실패 후 10년 만에 장권을 되찾은 만큼 창당 11주년의 의미는 남다르다. 당의 경사지만 분위기는 초겨울 날씨만큼이나 싸늘했다.
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정권교체의 기쁨도 잠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정치·경제·사회 부문에서 논란과 반목이 거듭됐고, 또는 현재 진행형이다. 집권 초기 '강부자' '고소영' 내각으로 여론에 싸늘한 비판에 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된 '촛불파동'은 온 나라 전체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연일 광화문에는 촛불이 넘쳐났고, 민심의 바다는 이명박 정부를 향해 칼날 같은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50%를 육박하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기야 10%대로 급락했다.
이뿐 아니라 촛불정국 직후 미국發 금융위기가 국내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면서 경제 대통령을 표방했던 이 대통령을 옥죄고 있는 상황.
당내도 혼란스럽다. 정부와 정책 혼선과 함께 종합부동산세, 수도권규제완화 등을 놓고 당내도 이견을 보이고 있는 데다, 계파갈등, 당 구심력 약화 등으로 172석의 거대여당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집권 1년도 넘기지 못하고 이렇듯 당정청이 국정 주도권을 상실하고, 정책들이 표류하고 있는 마당에 창당 11주년 분위기는 씁쓸함이 가득 배어 있었다.
박희태 대표는 창당 11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도 최근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아쉬운 심경을 토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표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여파 파고를 어떻게 넘느냐를 두고 당과 정부에서 연일 대책을 숙의하고 내놓고 있지만 아직도 효과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며 "일파만파를 잠재우기 위한 '만파식적'이라도 한번 불어봤으면 좋겠다"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또 그는 "만파식적을 불어서 나라가 평온해져 국민들이 '격앙가'를 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도 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에서의 자성의 목소리는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단지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변화에 수긍하겠다는 정도다. 오히려 '오바마와 이 대통령과는 닮은 꼴'이라고 자평하면서 빈축마저 사고 있다.
이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 "새로운 미래의 변화를 주창하는 오바마 당선인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제기한 이명박 정부의 비전이 닮은꼴"이라고 자평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도 "두 지도자는 공통된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에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칼럼을 통해 "한 사람은 미국의 30년 보수주의 정치 시대와 대결해 승리한 인물이고, 다른 한 사람은 '진보 정권 10년'을 부정하며 보수주의를 구현하는 국정 철학을 갖고 있 인물인데 어떻게 그런 논법이 성립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유 박사는 그러면서 "청와대는 예고된 변화 앞에서 우리 사회는 어디로 향해야 할 것인지, 더 긴장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고 충언했다.
당내 소장그룹에 속하는 정병국 의원은 당 홈페이지를 통해 "정부여당인 우리는 사상 유례없는 표차를 주었던 그 지지세력들이 어디에 있는가를 되돌아봐야 할 때"라며 "우리는 경선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아직도 계파에 몰입하고 또 다른 대결로 조그만 기득권에 집착하여 또 다른 코드 정치를 하고 있지 않은지 우리 자신을 겸허히 되돌아 봐야 한다"고 당의 자성을 주문했다.
한편 당 대변인인 윤상현 의원이 이날 "한나라당은 창당 11주년을 맞아 초심을 굳게 다지겠다",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통합의 초석을 이루며, 국민과 국가를 위한 길을 선도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는 창당 11주년 논평과 같이 이제라도 당의 '초심'을 되짚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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