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짧은 사랑
이름이 복잡해서 기억은 못하지만..소가 눈을 한번 껌뻑일 때, 눈을 뜨고 다시 감는 그 짧은 시간에 소의 눈안에서 그 미생물은 태어났다가 일생을 살고 번식을 하고 .. 그리고 죽는다. 그 찰라의 순간에.
용산 후미진 뒷골목 어느 식당에서 요새 한창 철인 갑오징어를 몸통은 회를 치고 머리와 내장, 다리는 찜을 해서 먹는 '갑오징어 한마리'를 먹었다.
갑오징어가 얼마나 큰지 회를 쳐낸 몸통의 두툼한 육질이 입 안 한가득이다.
뭔지 딱히 표현하기 어려운 찝찌구리한 기분.
"형님. 요새 뭔 일 있어요?"
"없어 임마. 일은 뭔 일."
"우리 형님이 봄을 타시나~~ 어째.. 껄쩍지근..."
"똥밟는 소리 하지말고 쏘주나 한병 더 시켜라."
두어병 먹었는데 어째 취하지도 않고 술자리는 그렇게 끝났다.
"형님. 택시 잡을까"
"아니다. 그냥 전철 탈란다."
"요새 장사가 안되시긴 안되내비다."
"씨팔놈."
집으로 오는 3호 선 뒤쪽칸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두리번 거리며 짐칸을 훓어 보다가 신문쪼가리를 집는다. 그리곤 털썩 주저 앉았다.
피곤하다.
바로 앞에 어떤 여인이 앉아 있다. 평범. 수더분.
주현미와 오정해를 반쯤 섞은 듯한 어떤 여자. 화장은 안 한 것 같은데 눈가에 ..
연분홍 혹은 연보라.
........
갑자기 가슴이 메어온다. 왠지 눈물이 날것 같다. 씨팔~ 내가 취했나?
벌떡 일어나 뜨겁게 안아주고 싶다. 그녀가 전화를 받는다.
"그만 좀 하시라구요~!!!!" 피곤한 한마디. 그러고는 끊는다.
누굴까.
신문을 건성으로 넘기며.. 나는 골똘히 생각한다. 교대를 지나고 양재를 지난다.
아.. 이렇게 헤어지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미친눔.
뭘 어쩌라구.
취한 놈의 게슴츠레한 눈길을 의식했는지 그녀는 땅바닥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아니, 어쩌면 아까 그 제발 그만하라고 하는 그 생각을 하고있을지 모르겠다.
자꾸 쳐다보는게 미안해서 눈을 감았다.
아..
서러운 빛.
연분홍 혹은 연보라.
그 아스라한 감촉.
누군가 나를 툭 치고 지나간다. 일어나세요. 종점인 수서역까지 왔다.
그녀는 온데간데 없고 넓은 전동차에 술꾼만 널브러져있다.
이미 지하철은 끝나고..
택시를 탈까? 아니 그냥 걸어가자.
터벅터벅.. 비틀비틀..
..........
연분홍 혹은 연보라.
안녕 내사랑
2. 세상, 내 뜻대로 참..안 된다
수년째 단골식당에서 밥을 배달해 먹는다. 아침 운동을 하고.. 11시 40분이면 꼭 식당아줌마 전화가 온다.
아줌마: 오늘은 뭐.. 드실까.
동파: 뭐했어?
아줌마: 오늘.. 콩나물비빔밥하고.. 된장국인디..
동파: 배고파~~!! 빨리 줘!!
12시 정각. 밥이 왔다.
커다란 그릇에 먹음직스런 콩나물비빔밥이 왔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계란후라이가 없다.
"이거 뭐야!!! 왜 계란이 없어!!!!!"
"죄송혀유.. 오늘 일하는 아줌마가 안 나와서.. 너무 바빠서.. 있다가 오후에 계란후라이 ..내가 세개 해다 드릴께.."
"꼭 해와야 해!!"
별 소득도 없이 오후가 지나간다. 한 네시쯤 되었을까? 요새와서 자꾸 출출해진다.
78키로가.. 삼년 운동 후 70-71키로로 안정권을 찾았는데 요새 72..73이 되는 날도 있다. 한.. 한달간 너댓 시가 되면 자꾸 출출해서 라면, 짜장면, 칼국수, 만두국..뭐 이런 걸 자꾸 먹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네시는 돌아오고., 이래선 안된다.
참아야 하느니라. 참아야 하느니라.. 참아야하느니라..뭐 이러고 있는데, 난데없이 중국관 배달하는 넘이 짜장면을 하나 들고서 가게 앞을 왔다갔다..하더니
"사장님. 짜장면 안 시키셨어요?"
"안시켰어"
"아 씨~~그럼 누가 시켰지?" 이러더니..
빙그레 웃으면서 "사장님. 그냥 공짜로 드실래요? 이거 가져가봐야 불어서 그냥 버려요." ..............
............
(이 자식이 누구 시험하나? 야! 음식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야. 이놈아.) 맛있다. 짜장면은 정말 맛있다. 남겨야지. 반만 먹고 남겨야지..그래 남겨야 해.
지나가는 놈들이 한마디씩 한다.
"사장님. 또 드세요? 에이~"
싹싹 먹은 빈 그릇을 치우고.. 지하 주차장에서 담배를 맛있게 피우고..
돌아오니..
계란후라이 세개가 노릇노릇 따끈따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_-;;;;
한개는 다 먹고.. 두개는 노른자를 빼고 흰자만 잘라 먹었다. 배가 불러 씩씩거리고 앉아 있는데,
"형님~~~~~~~~~~~~~오늘 용산 '장재근일식' 에 싱싱한 대구가 들어왔다고 오시라는데요?"
후우~~
세상은 참..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콘텐츠 제공 = 40대 청년문화를 위하여 '피플 475'(http://www.people4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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