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거친 공세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버티기가 이어지면서 대정부질의 마지막 날인 7일 국회는 대정부질의 진행에 파행을 거듭했다. 오후 첫 질의에 나선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결국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 강 장관과 국정을 논의할 수 없다"며 차관 출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날 대정부 질의의 화두는 하루 전 나온 강 장관의 '헌재 접촉' 발언이었다.

강 장관은 6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13일에 나올 종합부동산세 위헌심판 판결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의 질문에 "헌재와 접촉해본 결과 일부 위헌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일대 파문이 일었다.
강만수 경제팀은 그간 종부세가 종국적으로는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이 때문에 야당들은 "강 장관이 판결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 "헌재의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강 장관의 사퇴와 사과를 요구해왔다. 강 장관의 발언을 문제삼아 야당은 대정부질의를 거부했으나, 강 장관 발언 관련 내용을 국회 차원에서 조사한다는 데 여야가 합의하면서 대정부질의는 7일 가까스로 재개됐다.
이 의원은 전날 발언을 해명하려는 강 장관을 향해 "우리는 사과나 해명을 듣겠다는 게 아니라,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강 장관은 "일단 제 얘기를 들어보시고 판단을 해달라"고 했다. 그는 "저를 포함한 어떤 정부 관계자도 헌재로부터 어떤 재판 결과를 묻거나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헌법재판관을 만났다고 한 취지의 발언이 아니며, 다만 헌재와 접촉했다는 것은 세제실장 등이 헌재연구관 등을 만나 종부세 위헌 제청 관련 배경을 설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그러나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로 답변을 마쳤다.
그러나 이 의원의 공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사안의 휘발성을 의식한 탓인지 "국민학교 5학년 수준" "재수없다"는 등의 인격모독성 발언을 쏟아내 장내에서 야유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는 강 장관을 향해 "국민학교 5학년이냐? 바로 어제 얘기를 해놓고 오늘 와서 또 아니라고, 오락가락…"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강 장관이 "지난 정부에서는 헌재와 업무 협조를 위해 아예 담당 과장을 파견해놓기도 했었다"고 하자 "이해관계인으로서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것과 담당과장 파견 문제를 구별하지 못하는 게 장관이냐"고도 말했다. 환율 급등의 책임 소재를 따지며 "시장에서는 장관이 나서면 재수없다고 그런다"는 발언을 내와 장내가 들썩이기도 했다.
강 장관을 향해 "국민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퇴하라, 전국민이 보는 앞에서 사퇴하라"며 강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강 장관은 그러나 "저는 (저의 정책적 판단이) 손해배상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사퇴 요구에는 "조국을 위한 마지막 봉사로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강 장관의 답변에 이 의원은 나아가 "오락가락 거짓말, 말바꾸기, 국민학교 5학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강만수 장관과 국정에 대해 논의할 수 없다"며 "차관을 불러달라"고 했다. 그는 "강만수 장관을 인정할 수 없다. 총리가 안나왔으니 차관을 불러달라"며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수 차례 "국무위원 참석은 여야가 합의한 사항으로, 차관을 출석시키려면 본회의 의결이 필요하다"며 "의원 개인의 성향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질의를 계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국민이 인정할 수 없는 장관을 대신해 차관을 급히 부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약 10분간 발언대에서 질의를 중단한채 내려오지 않았다.
결국 이 의원은 여야 합의와 의사진행 관례를 따르라는 의장단의 주문에 발언대에서 내려왔다.
이날 이 의원의 발언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정도를 벗어났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차관 임의출석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대정부질의 의사진행을 방해하려한 것이 아니냐는 이윤성 부의장의 '경고'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이 부의장은 "국무위원들에게 너무 면박을 주거나 인격 모독적인 발언은 삼가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이 부의장은 더불어 국무위원들을 향해서도 "연습을 좀 해가지고 오라" "하실 말씀이 있고 안 하실 말씀이 있다"며 "합리화하려거나 변명하려하지 말고, 답변은 요지를 파악해 간결하게 해달라"고 말해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대정부질의의 현주소를 반영하기도 했다.
/박연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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